산은과 불편했던 과거사 재부각
대우조선해양의 막대한 영업 손실에 대한 책임을 전임 경영진에게 물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전임 사장이 밉기는 밉다.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느냐.”
산업은행 한 고위 관계자가 기자와 사석에서 만난 자리에서 한 얘기다. 최근 산업은행 측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전임 사장을 고발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와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해당 사장은 다름아닌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으로 대우조선해양이 손실을 은폐한 기간인 2006~2015년을 이끈 수장들이다. 업계에서는 두 전직 사장이 추진한 무리한 해양플랜트 수주 사업을 대우조선해양의 대표적인 손실 원인으로 꼽고 있다.
산업은행 측은 공식적으로 ‘고발’은 아직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의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기류를 짐작한 것 같은데 아직 우리 측에서 공식적으로 고발 얘기가 나온 것은 없다. 다만 이번에 진행되는 실사 결과를 봐야지만 알 수 있을 듯하다”라고 전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27일부터 별도의 경영관리팀을 투입해 대우조선해양을 실사 중이다. 실사 결과에 따라 향후 대응 방침이 정해지기에 산업은행 측은 이번 실사에 남다른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실사 후 ‘고발’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는 분위기다.무엇보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내에서 전임 사장의 비리에 대한 구체적 정보들이 돌았던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일요신문>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핵심 인물은 고재호 전 사장보다 남상태 전 사장이다. 내부에서 조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 전 사장의 비리 의혹은 ‘회사 전세기를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점’, ‘출장 시 저지른 여러 개인적인 비위’, ‘최측근 직원에게 특혜를 준 점’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미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계속 나오던 얘기들이다. 이번에 막대한 손실 사실이 터지면서 개인적인 비위 사실을 종합해 산업은행 측에 넘긴 것으로 안다”라고 귀띔했다.
왼쪽부터 남상태 전 사장, 고재호 전 사장.
이밖에도 남 전 사장은 2010년 연임에 성공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에게 1000달러짜리 수표 묶음을 전달한 의혹을 받기도 했다. 아무래도 이러한 의심스런 ‘전적’이 있기에 쉽게 지나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측은 이러한 의혹들을 공식적으로 모두 부인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남상태·고재호 사장 등 전임 사장에 대한 고발 건 얘기는 우리 쪽에서 나간 것이 하나도 없다. 검토를 하는 움직임도 없으며 별다른 논의도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산은 측은 대우조선해양 실사에 들어가기 전 국회 정무위원회 측에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상황과 향후 대책들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보고 내용에 전임 사장에 대한 고발 건이 포함돼 있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한 관계자는 “정식 보고는 아니었고 산은 측이 보좌진들에게 현 상황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초반에 산은에서 준비한 자료가 상당히 부실해 보좌진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며 “고발 건과 관련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인수 얘기도 나온 게 없었다. 향후 실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핵심이었다”라고 전했다. 결국 실사 결과가 고발 여부를 정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는 “아무래도 개인 비리와 관련해서는 여러 투서와 함께 정보들이 축적되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 비리만 갖고 국책은행인 산은에서 문제제기를 하기는 모양새가 좀 그렇다. 경영의 큰 틀에서 문제제기를 하면서 함께 상생하는 방안을 우선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정성립 체제’ 정립 기회 산은 등에 업고…‘타이밍 굿’ 전임 사장들이 갖가지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한껏 위축돼 있는 것과 달리 현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어깨를 당당히 펴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결국 산업은행을 등에 업은 정 사장 체제를 확고하게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 신임 사장으로 취임했다. 정성립 사장 일각에서는 정 사장이 산업은행에서 직접 발탁해 임명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전임 사장과 내내 ‘불화’를 겪었던 산은이 정 사장을 투입해 회사 정상화를 꾀하는 동시에 전임 사장들에게 부실경영 책임을 전가하는 복심이 투영돼 있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정 사장의 기민한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는 정 사장이 취임 직후 막대한 손실을 이미 파악했으며, 언제 언론에 터트릴지 타이밍만 봤다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돌았다. 무엇보다 정 사장이 이번 손실을 대대적으로 터트린 이유는 세 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이와관련 회사의 한 관계자는 “첫 번째는 정 사장이 힘을 얻기 위해, 두 번째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명분을 얻기 위해, 세 번째는 직원 성과급 시즌이 돌아왔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직원 휴가 후 희망퇴직 및 구조조정 발표를 준비하고 있으며, 성과급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동종 업계인 삼성, 현대 등으로 은밀히 ‘이직’ 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흉흉한 회사 분위기를 방증하고 있다. [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