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가이 둘이서 뭐한 거야’ 상상력 자극
양성애자인 데이비드 보위(작은 사진)는 믹 재거(큰 사진 오른쪽)와 진한 관계라는 루머가 나돌았다.
1980년에 이혼한 데이비드와 앤지. 사건은 10년 후에 터졌다. 그들은 헤어질 당시, 결혼 기간 동안 그들 사이의 사생활에 대해선 10년 동안 발설하지 않기로 계약을 했는데 그 기간이 끝난 것이다. 앤지 보위는 1990년 5월 4일 조앤 리버스가 이끄는 토크쇼에 출연했는데, 여기엔 모종의 계획이 있었다. 이 시절 앤지는 돈이 궁했고, 그 돌파구로 자서전 <프리 스피릿> 출간을 앞두고 있었다. 토크쇼 출연도 일종의 책 홍보 수단이었는데 조앤 리버스는 화끈한 걸 원했다. 적잖은 출연료가 얘기된 상태에서 앤지는 뭔가 ‘쎈’ 걸 터트려야 했고, 그는 전 남편 데이비드 보위에 관련된 온갖 가십을 털어놓겠다고 제작진과 약속했다.
하지만 카메라가 돌아가자 앤지는 얼어버렸고, “저는 키스하는 것과 말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라는 말도 안 되는 멘트를 던지며 심심한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조앤 리버스는 잠시 촬영을 중단시키고 세트 뒤에서 앤지에게 겁쟁이라며 윽박질렀고, 앤지는 마음을 다잡고 폭로를 시작한다. 이때 그녀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저는 전 남편인 데이비드가 침대에 남자와 누워 있는 걸 여러 번 봤어요. 그는 믹 재거와 함께 있을 때 가장 즐거워하는 것 같았고요.” 이때 또 다른 게스트였으며 괴짜로 유명한 하워드 스턴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돌직구를 날렸다. “데이비드 보위와 믹 재거가 침대에 같이 누워 있을 때, 그들은 옷을 다 벗고 있었나요?” 앤지는 “예. 제가 확실히 봤어요”라고 대답했다.
방송이 나간 후 전 세계는 발칵 뒤집혔다. 데이비드 보위는 이미 커밍아웃을 한 상태였지만, 믹 재거가 바이섹슈얼이라는 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 믹 재거는 앤지 보위에 의해 원치 않은 커밍아웃을 한 셈이었다. 데이비드 보위의 변호사는 재빨리 공식 성명서를 내면서 앤지가 말도 안 되는 조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믹 재거도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두 사람이 강경하게 나오자 앤지는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며칠 후 다른 토크쇼에서 그녀는 “내가 무슨 현장을 덮쳤다는 식으로 얘기한 게 아니다. 나는 그들이 육체적 관계를 맺었다고 얘기한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침대 위에 누워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고, 다른 인터뷰에선 “이미 지나간 올드 뉴스”라며 언급을 회피했다.
보위의 전부인 앤지(오른쪽)는 모호한 태도로 두 남자의 관계를 암시했다.
문제는 앤지 보위의 태도였다. 그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모호한 태도로 두 사람의 관계를 암시하며,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고 루머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으며 서서히 전설 혹은 진실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녀는 1993년에 또 한 권의 자서전인 <백스테이지 패스>를 출간하는데,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나는 뉴욕에서 런던의 집으로 돌아왔다. 이때 가정부가, 데이비드와 믹이 위층 침실에 있다고 말해 주었다. 방에 들어갔을 때 두 사람은 누워 잠들어 있었다. 나는 그들을 깨웠고, 커피를 마시겠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좋다고 했고, 난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그것이 전부다.” 하지만 다른 챕터에선 그들이 그렇고 그런 관계인 걸 배제할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이후 어느 인터뷰에선, 두 사람이 침대에서 ‘앤지’를 함께 작곡하고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떨 땐 “나는 확실하게 말한 적이 없는데 대중이 그것을 사실로 여기고 퍼트렸다”고 이야기했다.
흥미로운 건 데이비드 보위의 반응. 그는 타인의 성생활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는 미국인들의 호들갑에 대해 1995년에 엔터테인먼트 매거진 <US>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지난 세월 동안 내가 내 페니스로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 지겹도록 대답해주어야 했다”고 냉소적으로 쏘아 붙였다. 놀라운 건 이혼 이후 엘리자베스 테일러, 수잔 서랜든, 티나 터너 등 여러 여성과 사귀었던 데이비드 보위의 연인 목록 중에 비앙카 재거라는 이름이 있다는 것. 그녀는 다름 아닌 믹 재거의 예전 아내로, 두 사람은 1978년에 이혼했고 비앙카와 데이비드는 1983년에 1년 동안 연인 관계를 맺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