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집중기관 출범 전부터 시끌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
겉으로 봐서는 하영구 회장과 은행연합회가 막강한 권한을 받은 것처럼 보이는데, 어찌된 일인지 은행연합회는 노조(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은행연합회지부·지부장 정용실)를 중심으로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입주해 있는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는 은행연합회 노조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금융위가 ‘빅브라더’가 되고 싶어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을 사실상 금융위의 손 안에 넣음으로써 온 국민의 금융정보를 장악하려 한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 측은 “금융위는 국회, 시민단체, 한국노총의 요구를 정면으로 묵살하고 신용정보집중기관을 금융위 산하기관으로 설립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측의 주장은 이렇다. 신용정보집중기관이 은행연합회 산하기관이 되려면 현행법상 은행연합회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거나 지도·감독권 등 실질적인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신용정보집중기관은 비영리기관이어서 지분을 갖거나 감독권을 행사할 수도 없어 산하기관 요건 자체를 충족시킬 수 없다.
게다가 5명의 이사회 멤버 중 과반수인 3명을 은행연합회가 추천하도록 했지만 임명과 해임권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무용지물이고, 금융위가 권한을 갖게 되면 결국 금융위 산하기관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신용정보집중기관은 은행연합회와 여신금융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 각 금융협회에 흩어져 있는 각종 신용정보를 통합 관리하기 위한 기구다.
지난해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개인정보의 효율적 관리와 정보보안의 필요성이 대두해 설립이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금융위와 은행연합회가 설립 방식과 인력 구성 등을 놓고 1년 6개월째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의 행보다. 하 회장은 겉으로는 이 문제에 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신용정보집중기관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아직 들은 바도, 결정된 바도 없다”며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난감한 입장임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사회 의장까지 맡을 예정인 그가 난감해 하는 까닭은 은행연합회 노조가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통추위가 발표한 신용정보집중기관 설립안에는 이 조직의 인력 구성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신용정보집중기관 운영을 위해 초기에 총 115명의 인원이 필요한데, 이 인원의 70%인 80명을 은행연합회 신용정보 전문인력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은행연합회 직원들이 대거 직장을 옮기는 상황이 발생한다.
은행연합회 직원들이 ‘신의 직장’까지는 아니더라도 탄탄하고 안정적인 조직을 떠나 신설되는 비영리기관으로 가는 것을 반길 리 없는 만큼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하 회장의 조직 장악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또 직원의 절반 이상인 80명이 별도기구로 옮기면 은행연합회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어 하 회장의 위상도 자연스럽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로 금융권 일부에서는 하 회장이 금융위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하 회장 간 대립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