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는 ‘줄버디’ 해외사업은 ‘벙커에…’
국내 스크린 골프업계 1위 골프존의 앞날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골프존 내부. 일요신문 DB
지난 2000년 설립된 골프존은 지금까지 국내 스크린골프업계 ‘절대강자’로 군림해왔다. 설립 이후 해마다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으며 지난 2011년에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코스닥에 상장, 거침없는 성장 가도를 달렸다. 2012년까지 무려 9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자랑했다.
하지만 최근 골프존의 앞날에 대한 우려가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스크린골프가 포화 상태에 다다른 국내 시장에서 골프존의 성장이 정체돼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가 해외사업일 텐데 이마저도 신통치 않다. 여기에다 김영찬 창업주의 외아들 김원일 전 골프존 대표의 골프사업과 관계없는 행보도 일부에서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골프존은 지난 3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골프존유원홀딩스를 지주회사로 하고 그 밑에 (주)골프존과 (주)골프존유통, (주)골프존카운티, (주)골프존엔터테인먼트 등을 두는 체제다. 골프존 측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의 목적을 ‘각 사업 분야의 효율적인 운영과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위해서’라고 알렸지만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손쉬운 후계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골프존의 위기를 언급하는 데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국내 시장의 포화·정체다. 스크린골프장이 들어설 만한 곳에는 이미 다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또 스크린골프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진 탓도 있다.
마음골프, SG골프 등 후발주자들의 도전도 거세다. 지난 2012년 90%를 넘었던 골프존의 시장점유율은 2013년 약 84%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8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70%대 중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후발주자인 마음골프의 시장점유율이 15% 내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고 SG골프의 성장세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골프존과 그룹 지주회사인 골프존유원홀딩스의 지난 2분기 실적이 저조했던 것이 이를 증명한다. 골프존은 지난 7월 29일 2분기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매출이 전기(1분기) 대비 135.5%, 영업이익이 100.6%, 당기순이익이 111.1% 증가했다고 알렸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국내 시장이 정체돼 있다는 분석이 올바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실적을 집계한 기간이 달라 ‘눈속임’이라는 비난이 뒤따랐다.
골프존그룹이 지난 3월 1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골프존과 골프존유원홀딩스는 분할됐다. 따라서 골프존의 지난 1분기 실적은 3월 한 달 간만 집계한 것이고 2분기 실적은 4, 5, 6월 석 달 간 결과를 집계한 것이다. 석 달 간의 영업활동을 집계한 2분기 실적이 한 달 간 영업활동을 집계한 1분기 실적보다 월등한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다. 1분기 실적을 석 달 기간에 대입해 확장할 경우 골프존의 2분기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은 모두 1분기 대비 현저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존유원홀딩스의 실적은 더 초라하다. 지난 1분기 88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골프존유원홀딩스는 연결재무제표상 지난 2분기에도 37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은 297억 원이었다. 지난 2분기 당기순이익 역시 62억 원의 손실을 기록, 21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던 지난해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황승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골프 시뮬레이터 업그레이드나 신규 시뮬레이션 서비스가 출시되기 전까지 큰 폭의 실적 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돌파구로 인식됐던 해외사업의 실패도 골프존 위기론을 부각시키는 한 원인이다. 골프존은 2011년 상장과 함께 야심차게 도전한 해외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대만 법인은 지난해 이미 청산했고, 골프존차이나와 골프존재팬 역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골프존이 해외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골프가 대중화돼 있는 해외 국가에서 스크린골프의 매력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저렴한 가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스크린골프의 매력인데 해외 국가의 경우 필드에서 골프를 즐기는 데 큰 불편이 없고 가격도 스크린골프와 차이가 별로 없다는 것. 사업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만한 대목이다.
김영찬 골프존유원홀딩스 대표
김 전 대표와 원앤파트너스가 크게 부각된 것은 지난 5월부터 통신장비제조업체 이너스텍(현 로코조이)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면서다. 김 전 대표와 원앤파트너스는 중국 모바일 게임업체 로코조이가 이너스텍을 인수한 지난 5월 장외 거래를 통해 이너스텍 주식을 주당 8890원에 11만 7082주, 11만 7083주를 각각 사들였다. 김 전 대표와 원앤파트너스가 여기에 투자한 돈만 각각 10억 4100만 원가량이다. 이어 6월에는 김 전 대표와 원앤파트너스가 이너스텍 전환사채(CB) 34억 원어치를 인수했다. 국내 최대 스크린골프업체 대표였던 인물이 주식시장의 ‘큰손’으로 변신한 것이다. 지난 7월 로코조이로 사명을 변경한 이 회사 주가는 껑충 뛰었고, 김 전 대표의 지분 가치는 매입 당시의 3배가량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여전히 골프존유원홀딩스 지분 55.82%를 보유하고 있는, 골프존그룹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다. 아버지 김영찬 대표는 10.70% 지분에 불과하다. 김 전 대표는 골프존의 개인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18.18% 지분을 보유해 골프존 지분 14.99%를 보유하고 있는 아버지 김영찬 대표보다 3% 넘게 많다. 더욱이 골프존유원홀딩스가 골프존 지분 20.28%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김 전 대표는 골프존과 골프존유원홀딩스를 언제든 차지할 수 있다.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며 골프존 대표에서 물러난 그가 갤러리사업에 실패하고 주식투자업을 하고 있으니 이런저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