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홀딩스 직원들부터 ‘아군 만들기’
신동주 대표 측은 광윤사를 교두보로 확보한 이후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 등을 상대로 내편 만들기 작업에 들어갔다. 박은숙 기자
신동주 전 부회장이 광윤사 대표이사 겸 지분 과반을 확보한 최대주주가 되면서 동시에 롯데홀딩스의 대주주에도 올랐다. 신동빈 회장 측은 30%의 지분율로는 신동주 대표가 롯데홀딩스에 대한 통제력을 쉽게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신 회장 측이 이미 2대주주인 종업원지주회(27.8%)에 이어 관계사(20.1%), 롯데전략적투자회사(10.7%), 임원지주회(6%) 등 주요주주의 지지를 확보했다는 논리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상장사는 보통 주주 수가 많지 않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면서 “롯데홀딩스는 지배구조상 광윤사 외 다른 주주들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동주 대표 측은 최대주주로서 롯데홀딩스에 대한 경영권 회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롯데홀딩스의 종업원 및 임원지주 제도는 과장 또는 임원이 될 경우 액면가로 회사 주식을 받고, 매년 액면가의 10~12%에 달하는 배당을 받지만 회사에서 퇴직하게 되면 회사 측에 통제권이 넘어간다.
종업원지주회의 의결권은 이사장 1명이 대표로 의결권을 행사한다. 신 대표 측은 이사장의 대표의결권 행사에 과연 종업원들이 합법적으로 동의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신 회장이 이사장 한 사람만 포섭해 종업원지주회 의결권을 남용하게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셈이다. 신 대표 측은 광윤사를 교두보로 확보한 이후 롯데홀딩스종업원지주회 등을 상대로 설득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롯데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신 대표의 경우 일본의 롯데홀딩스에서도 자주 업무를 봤고, 직원들과도 친한 것으로 안다”면서 “반면 신 회장은 일본 롯데 직원들과 그리 교류가 많지 않았다는 평가”라고 전했다. 일본 롯데 사정을 잘 아는 현지 인사도 “신격호 총괄회장이 오랜 기간 셔틀 경영을 통해 한국과 일본에 균형 잡힌 비중을 두어왔고, 이런 신 총괄회장이 신 대표를 지지한다는 점이 어필된다면 직원들의 마음이 바뀔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고 관측했다.
# 건곤일척의 승부처, 호텔롯데
연합뉴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호텔롯데 지배구조로는 일본 롯데홀딩스 직원들이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서게 된다”면서 “신 회장으로서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이 같은 지배구조를 깨고 직접 호텔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를 만들려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신주 발행을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율을 낮추고 대신 신 회장이나 확실한 우호세력이 호텔롯데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도록 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 같은 상장 계획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현재 증권가에서 추정하는 호텔롯데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약 13조 원이다. 신 회장 측이 최소 수조 원의 자금을 동원해야만 의미 있는 수준의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신 회장 측이 진행하는 상장인 만큼 이에 대한 충분한 ‘마스터플랜’은 마련됐다고 봐야 한다.
진짜 난제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그 주주들이다. 호텔롯데가 상장하면 이들이 가진 지분가치가 현실화되면서 엄청난 차익을 거둘 수도 있다. 반면 상장 후 신 회장이 호텔롯데를 실력으로 장악하게 되면 롯데홀딩스의 영향력은 급속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경영권 분쟁 경험이 있는 재계 다른 관계자는 “신 회장 쪽에서는 호텔롯데 상장에 따른 엄청난 차익으로 롯데홀딩스 주주들을 설득했을 수 있다”면서 “반대로 신 대표 쪽에서는 신 회장이 호텔롯데를 장악하게 되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돈 몇 푼에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만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계열사서 백병전 벌어질 수도
신격호 총괄회장. 연합뉴스
일례로 그룹 최대 주력사인 롯데쇼핑의 지배구조를 살펴보자. 지분율은 신동주 13.45%, 신동빈 13.45%로 두 형제가 비슷하다. 호텔롯데도 8.83%를 갖고 있지만, 한국후지필름이 7.86%, 롯데제과가 7.86%를 보유 중이다. 한국후지필름 1대주주는 롯데상사인데, 롯데상사는 호텔롯데가 최대주주다. 반면 롯데제과 최대주주는 롯데알미늄이고, 롯데알미늄 1, 2대 주주는 각각 L제2투자회사(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배) 34.92%, 광윤사 22.84%다.
한 운용사 주식운용책임자는 “이처럼 계열사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어느 한쪽이 경영권을 확실하게 장악하려면 과반 이상의 의결권 확보와 함께 이사회 장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본 롯데홀딩스와 호텔롯데를 얻는 쪽이 분명 유리하지만, 그룹 전체로 보면 주주와 전문경영진, 직원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의 조치를 무력화시키는 소송전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적정한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신 회장은 유통과 화학, 금융 등에 공을 들여왔다. 반면 신 대표는 그룹의 모태인 제과와 음식료 쪽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