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 불가’ 매장 수두룩… 지갑 없이 간편? 갈 길 멀다
카카오페이로 콜라와 커트 시술권 구입 모습. 미용실, 식당 등 아직은 이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많지 않았다.
간편결제 시장규모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간편결제 시장규모는 2013년 1분기 1조 1270억 원에서 올해 2분기 5조 72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전 세계적으로는 약 487조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는데 2013년에 비하면 83.1%나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올 들어 거의 매달 새로운 간편결제 서비스가 탄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삼성페이’부터 ‘티몬페이’ ‘카카오페이’ ‘시럽페이’ ‘네이버페이’ 등 저마다 강점을 내세워 고지 선점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일요신문>은 수많은 페이 서비스 가운데 생활 속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평을 받은 카카오페이, 시럽페이, 페이코만으로 살기에 도전해봤다.
처음에는 상황에 따라 여러 페이를 이용해 생활하려 했으나 정확한 비교를 위해 세 가지 페이를 12시간씩 이용해봤다. 준비는 회원가입으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12일 오후 11시 59분, 카카오페이, 시럽페이, 페이코 가입을 끝마쳤다.
우선 카카오페이는 기존에 사용하던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쉽게 가입을 할 수 있어 편리했다. 카카오톡 앱 내 카카오페이 페이지에서 카드의 기본 정보만 입력하면 되는 것. 페이코는 별도로 앱을 다운 받은 뒤 회원가입 및 카드정보 입력이 필요했다. 가장 간편한 것은 시럽페이였는데 앱을 다운받을 필요 없이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바로 가입할 수 있었다. 이후 계정을 등록하고 카드정보를 입력하면 끝이다.
시럽페이로 결제하는 스마트폰 화면.
버스에 앉아선 자격증 시험공부로 자주 만날 수 없는 친구에게 카카오페이로 기프티콘을 구매해 선물했다. 카카오페이는 첫 결제고객을 대상으로 1000원을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덕분에 1300원짜리 콜라를 단돈 300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현재 대부분의 간편결제 서비스는 회원 확보, 홍보 등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예상과 달리 사무실에 머무는 시간 동안에는 페이를 쓸 기회가 없었다. 문제는 퇴근 후였다. 미루고 미루던 미용실 방문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결국 머리를 자르러 가야만 했다. 그런데 카카오페이 결제가 가능한 미용실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었다. 검색을 통해 사무실에서 40분이나 떨어진 서울 미아동 소재 미용실을 찾아내 시술권을 구입한 뒤 방문했다.
미용실 직원은 카카오페이를 통한 결제가 낯선지 연신 카운터에 부착된 매뉴얼을 살펴봤다. 기자가 “모바일 결제를 사용하는 분이 별로 없느냐”라고 묻자 직원은 “실제 카카오페이로 서비스를 이용한 손님은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머리 자르기’ 미션을 무사히 완수해 가벼운 마음으로 후배와의 저녁약속 장소로 행했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겼다.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식당 대부분이 프랜차이즈 업체라 갈 수 있는 곳이 제한됐다. 결국 패스트푸드점에서 저녁을 먹은 후 카페로 발길을 옮겼다. 카페 역시 카카오페이로 커피 교환권을 구매했다. 후배는 “카카오페이로 영화 티켓도 구매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첫날을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감이 들 무렵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났다. 며칠 전 돈을 빌렸던 친구로부터 급한 일이 생겼으니 일찍 돈을 갚아달라는 메시지가 도착한 것. 그런데 카카오페이로는 돈을 입금할 수 없어 급하게 카카오뱅크월렛 앱을 다운받았다. 하지만 친구가 카카오뱅크월렛을 사용하지 않아 돈을 보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친구에게 양해를 구한 뒤 체험이 끝난 뒤에 돈을 보내주기로 했다.
다음날은 시럽페이를 택했다. 시럽페이도 교통카드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잠시 페이코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아침은 커피 한 잔으로 시작했는데 시럽페이로 SK플래닛의 모바일 주문서비스 ‘시럽오더’를 이용했다. 카운터에 줄을 서서 주문을 할 필요가 없어 바쁜 아침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정신없는 업무시간이 흐른 뒤 퇴근 후에는 데이트 장소에 나갔다. 미리 11번가에서 영화티켓 2매를 구입하는 등 준비를 했지만 또 저녁식사에서 발목을 잡혔다. 시럽오더로 주문이 가능한 식사장소는 부대찌개 혹은 패스트푸드점이 대부분이었던 것. 어쩔 수 없이 여자친구에게 저녁을 얻어먹고 커피로 보답했다.
데이트 후 여자친구를 데려다주니 막상 기자가 타야 할 버스 막차를 놓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는데 시럽페이로는 SK플래닛의 T맵 택시를 이용할 수 없어 또 페이코를 이용했다. 시럽페이는 기본적인 카페 정도를 제외하면 일상생활에서 쓸 일이 별로 없었다. 따로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는 편리했지만 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곳이 특히 적어 아쉬웠다.
마지막 날은 페이코와 함께했다. 무엇보다 교통카드 기능이 든든했다. 걱정 없이 버스, 지하철, 택시를 이용했고 퇴근 후 데이트도 당당하게 잡았다. 연극을 보기 위해 페이코와 가맹을 맺은 티켓예매 사이트에 접속했더니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 페이코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했다. 또 최초 결제 이벤트로 15% 할인쿠폰도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또 저녁식사였다. 번화가로 나와도 몇몇 프랜차이즈 음식점, 패스트푸드점, 베이커리 외에는 페이코를 사용할 수 있는 식당을 찾기가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햄버거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그 순간 첫날 ‘빚 독촉’을 했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전 정보를 접할 때 페이코에서는 바로이체 기능이 있다고 해서 알아봤으나 쇼핑결제 무통장 입금만 가능할 뿐 개인 간 계좌이체는 서비스 대상이 아니라 빚 갚기는 또 실패했다.
이렇게 페이로 36시간 살아보기는 종료됐다. 활동범위가 넓지 않아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프랜차이즈 업체가 아닌 개인 매장에서는 사용이 거의 불가능해 불편함을 겪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삼성전자에서 카드 단말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결제가 가능한 ‘삼성페이’를 출시했지만 이 역시 모든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들이 주장하는 ‘지갑 없는 간편한 삶’을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았다.
박형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