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찬다니 무슨?
재판 당시 비는 “공연계약 그리고 취소와 관련한 내용은 본인의 책임도 아니고 몰랐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은 연예인이 매니저를 고용하고 공연기획사와 계약하는 등의 모든 활동 사안에 따른 계약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이기 때문. 이와 달리 국내는 연예인보다 기획사의 판단이 주가 되기 일쑤다. 특히 하와이 공연의 경우는 JYP가 스타엠에 공연판권을 팔고, 스타엠이 레볼루션에, 레볼루션은 클릭엔터테인먼트에 판권을 파는 하청 악순환으로 인해 제대로 된 관리와 점검을 할 수 없었던 것이 공연취소로 이어졌다.
현재 판사의 재심의가 남아있고, 항소의 가능성도 높지만 만약 이대로 판결이 종료될 경우 비가 지불해야 할 손배 총액은 무려 322만 150달러(약 44억 원)에 이른다. 계약위반 손배액보다 징벌적 손해배상금이 월등히 높은 3분의 2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례적이다. 이는 국내 공연 기획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식의 차이에서 생겨난 결과다.
한 발 한발 월드스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비가 맞이한 국면에 많은 팬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점은 다름 아닌 실 배상액의 규모다. 비와 JYP, 공연주관사였던 웰메이드스타엠(스타엠), 레볼루션 등 총 4곳이 소송 당했는데 배상 총액이 808만 6000달러(약 112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물론 액수가 나뉘긴 하겠지만 당사자인 비가 가장 큰 피해를 보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것.
특히 소송을 당한 공연 관련 기획사 4곳 중 한 곳인 레볼루션은 이미 폐업 상태로 소송 전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비와 함께 소송을 당한 공연주관사 스타엠 측은 “비의 소속사인 제이튠엔터테인먼트(제이튠) 및 JYP와는 유기적으로 연락하며 소송에 대처하고 있다”며 “레볼루션은 완전히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폐업에 이른 상태로 별도의 연락이 되지 않고 소송에도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타엠은 “아직 확정적인 판결이 나오지 않았고, 항소도 있는 만큼 배상액 분배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이르다”며 “스타엠은 직접적으로 소송에 관여하고 있지 않고 비와 JYP 주도로 소송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튠과 JYP 측 역시 “일부 보도처럼 소송이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며 말을 아꼈다.
▲ 청담동에 있는 비 소유 100억대 건물. | ||
이에 대해 미국 현지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배 아무개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배심원제도를 채택하는 미국 재판부로서는 국내의 복잡한 하청시스템과 그 사이에 얽힌 시시비비를 완벽히 납득하고 가려낼 수 없을 것”이라 말한다. 배 씨는 “특히 비가 아시아 대표 가수로 알려진 데다 시사주간 <타임>의 ‘영향력 있는 100인’ 순위에서 온라인투표 1위 를 차지했던 적이 있어 미국 재판부로서는 이렇게 공신력 있는 가수가 어떻게 아무것도 모를 수 있는지에 대해 의아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의 재판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가 안고 있는 문제는 또 있다. 클릭엔터테인먼트 측에서 비의 청담동 소재 100억 원대 건물을 가압류하겠다고 언급한 것. 이 까닭에 최악의 경우 비의 국내 재산 및 할리우드 첫 주연작 <닌자 어쌔신>의 출연료, JYP의 미국 부동산 등이 가압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클릭엔터테인먼트 이승수 대표는 “현재 재판 중이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 뭐라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그렇다면 비의 국내 재산이 압류 당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국내 변호사들은 “가압류는 가능하지만 실제 법원의 강제집행까지는 힘들다”고 말한다. 기자가 조언을 구한 변호사들은 “지급명령 확정 전이라도 공탁금을 걸면 가압류가 가능하지만 100억 원대 건물을 가압류하려면 공탁금도 적지 않은 액수다”라며 “특히 미국 최종판결이 난다 해도 국내 법원의 별도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국내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압류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제외하게 되면 비 개인 손배액은 11억 원 정도로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비의 소속사 제이튠 측은 “결과는 바뀔 소지가 충분하며, 재심의 과정에서 당시의 자세한 정황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예정이다”라며 “현재 알려진 것처럼 비관적인 결과는 아니며, 비라는 스타의 이미지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공연 기획 당시 클릭 측은 “티켓 발매 2주 만에 5000장이 팔렸다”며 성공을 자신했다. 스타엠도 JYP로부터 공연판권을 받으며 주가가 상승, 비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현재 비는 공연을 하지도 못한 채 계약 위반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미 연방법원이 비의 손을 들어준다 해도 실추된 비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