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보다 카메라 앞이 더 설레요”
▲ 위 사진 영화 <다찌마와 리> 아래 사진 영화 <마린보이> | ||
―비록 시청률은 기대만큼 안 나오고 있지만 마니아 팬들이 많아요. 특히 박시연 씨가 맡은 ‘경아’라는 역할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작가 선생님과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자주 나눴어요. 작가님이 캐릭터의 성향을 하나하나 설명해줘서 쉽게 캐릭터에 다가갈 수 있었죠. ‘경아’는 소위 텐프로라 불리는 술집에서 일하지만 자신의 필요에 의해 일하는 것인 만큼 당당해요. 스스로 자신의 가격을 정할 정도니까요. 남자들이 보기엔 너무 센 여성으로 보일 수 있지만 여성들에겐 당당한 여성으로 보이길 원했어요.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텐프로 업소에 직접 가보고 싶다고 말해 화제가 됐는데 정말 가봤나요?
▲안 그래도 드라마 시작을 앞두고 제가 텐프로 업소에 직접 가보고 싶어 한다고 말한 기사를 보고 소속사 대표님이 같이 가보자고 했는데 그냥 안가겠다고 했어요. 대신 많은 얘기를 듣고 참고했죠. 주위 분들에게 얘기를 들어보니까 ‘경아’라는 독특한 색깔의 여성과 진짜 텐프로에서 일하는 여성 사이에는 차이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또 텐프로 업소에 가서 거기서 일하는 여자들을 직접 보면 괜히 따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냥 가지 않기로 했어요.
―이번에 맡은 역할 외에도 영화 <사랑>에선 조폭 두목의 정부, 드라마 <달콤한 인생>에선 불륜녀 등 이미지가 강한 캐릭터들을 많이 맡아왔어요.
▲아마도 제가 갖고 있는 고유한 이미지 때문일 거예요. 영화 <사랑>의 경우 제가 아닌 청순가련형 여배우가 그 역할을 맡았다면 또 다른 색깔의 영화가 됐을 거예요. 사실 전 제 캐릭터에 주안점을 두고 작품을 고르는 편은 아니에요. 시나리오를 읽다보면 딱 꽂히는 작품이 있어요. 주로 캐릭터나 작품에 동화되는 작품을 선택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우연히 그렇게 고른 작품이 하나같이 캐릭터가 강하네요.
―출연 여부를 두고 가장 고민했던 작품은 무엇인가요?
▲영화 <다찌마와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가 가장 힘들었어요. 사실 처음 시나리오 봤을 땐 못할 것 같았어요.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참 많았거든요. 그런데 평소 류승완 감독을 너무 좋아해 꼭 그분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던 터라 그냥 포기할 수도 없었죠. 그래서 무작정 감독님을 만났는데 너무 호탕하고 좋은 분이더라고요. 시나리오를 보고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감독님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니까 조금씩 이해됐고요. 자신은 없었지만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출연을 결정하게 됐어요.
▲ 영화 <사랑> | ||
▲영화 <사랑>이요. 처절하게 무너지는 여성, 그것도 자신의 선택이 아닌 모진 운명으로 인해 그런 상황에 처한 여성의 감정을 따라가는 게 쉽지 않았어요. 곽경택 감독님은 감정의 연결을 강조하셨는데 특히 중요한 감정 연기가 있으면 며칠 전부터 그 감정을 유지해 감정이 가장 깊어졌을 때 촬영할 수 있게 하라고 주문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촬영하는 내내 우울했던 것 같아요.
―반대로 가장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 있다면?
▲모든 작품이 다 아쉽죠. 그래도 하나 고르라면 영화 <마린보이>요. 그런데 그 작품은 촬영하는 내내 너무 고생을 많이 해 다시 찍으라면 못할 것 같아요. <사랑>도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정통 멜로 연기를 하고 싶어 욕심냈다가 영화 전체에 폐만 끼친 것 같아요. 나중에 좀 더 연기 내공을 쌓은 뒤에 다시 정통 멜로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2006년 초에 방영된 <마이걸>을 시작으로 3년 반 동안 드라마 다섯 편, 영화 다섯 편에 출연했어요. 휴식기를 거의 갖지 않고 강행군해왔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타고난 체력 때문이죠(웃음). 촬영할 땐 너무 몸이 힘들어 이번 작품 끝나면 꼭 쉬자고 다짐하곤 하는데 욕심이 많아 그게 쉽지 않아요. 앞으로도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가 최대한 자주 작품으로 시청자와 관객에게 인사드리고 싶어요. 다행히 제가 체력은 타고 났거든요.
▲ 드라마 <남자이야기> | ||
▲아니에요. 남학생들에게 인기는커녕 관심도 받지 못할 정도로 조용한 아이였거든요. 게다가 여자 중학교를 다닌 데다가 고등학교랑 대학교는 유학 가서 미국에서 나왔어요. 초등학생 때 창작동요제 출전도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제 성격이 조금 달라지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부모님의 배려였어요.
―어린 시절에 부끄러움을 많이 탔으면 그땐 장래 희망이 연예인은 아니었겠네요.
▲그렇지 않아요. 어렸을 때부터 방송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배우만 꿈꾼 것은 아니고 아나운서나 앵커, 연예인 등등 뭐든 방송과 관계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학교에서도 방송을 전공했죠.
―그럼 어린 시절 꿈을 이룬 셈이네요. 그래도 연예인으로 지내는 게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본인이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연예인이다 보니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겹치기 출연도 최대한 피하려 하는데 그 이유은 제가 가지고 있는 베스트를 보여드릴 수가 없어서예요. 촬영을 하다 보면 지치기도 하고 아플 때도 있지만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면 프로가 아니잖아요. 한번은 몸이 아파서 얼굴이 조금 부었는데 그것 때문에 성형 루머에 휘말리기도 했어요.
인터뷰가 끝난 뒤 박시연은 결혼식이 예정돼 있었다. 드라마 <남자 이야기>에서 김강우와의 결혼 장면을 촬영하는 것. 화보 촬영을 위해 웨딩드레스를 입어 본 경험은 있ㅇ도 비록 연기지만 드라마에서 결혼식을 위해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는 것은 이날이 처음이라고 한다.
“웨딩드레스 입은 신부들을 볼 때마다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는데 막상 입어보니 기분이 묘해요. 웨딩드레스는 입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만드네요.”
박시연은 연기도 마치 웨딩드레스같단다.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캐릭터에 빠져들 때마다 너무나 가슴이 떨리는 묘한 열정을 느끼게 된다고. 박시연의 이런 열정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란다.
신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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