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위한 거 맞아?” 소문난 잔치들 말 많고 탈 많았다
유료화로 전환된 진주남강유등축제에는 가림막이 설치돼 언론과 시민들의 비난을 받았다.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개천예술제와 병행해 매년 열리고 있다. 개천예술제가 면면히 이어져 오던 중 남강에 유등을 띄우는 게 지역주민은 물론 전국의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지자 이후 유등이 진주의 가을축제를 대표하는 아이템으로 발전됐다.
올해 유등축제는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열렸다. 장소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진주성과 남강 일원이었다. 그런데 다른 게 있었다. 관람객들이 돈을 내고 유등축제를 봐야 한다는 점이었다.
진주시가 여태까지 무료로 축제를 열어오다가 갑자기 돈을 받기로 하자 진주시민 대다수가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자체가 시민들을 위한 축제를 열면서 돈을 받는다는 게 가당치도 않다는 것이 주된 목소리였다. 일각에서는 “유료화가 꼭 필요하다면 진주시민은 무료로, 외지인은 유료로 하는 이원화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축제 기간에 현장을 볼 수 없도록 가림막이 설치되자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대부분의 지역 언론이 이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고, 시민들도 SNS 등을 통해 시가 도를 넘어섰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유료화에 대한 진주시의 입장은 확고했다. 유료화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축제를 더욱 고급화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또한 올해 축제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자평했다.
진주시 문화관광과 하용무 과장은 “올해 축제의 유료화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축제 일몰제’가 바탕이 됐다. 이 제도에 따라 중앙정부 지원이 2012년에 10억 원에서 올해 3억 원으로 줄어든 데다 부족한 예산을 교부세로 충당할 수도 없어 유료화 전환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이와 같은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유료화 취지에 맞게 더욱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불꽃축제는 예산이 부당하게 집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올해 유등축제는 진주시의 바람과 평가대로 흥행에 성공했다. 축제 기간 총 관람객이 40만 명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유료 입장객은 25만 명이었다. 이에 따른 입장료 수입만 22억 2900만 원을 기록했다. 특히 전체 수입액이 32억여 원을 기록하면서 축제 재정 자립도를 43%에서 80%로 높였다.
진주시의 축제 유료화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내자 인근 지자체도 이를 따라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지난 19일 열린 간부회의를 통해 “앞으로 모든 축제는 예산 의존도를 줄이고 자생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며 “대표 축제를 중심으로 유료화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안 시장은 이날 대표적인 사례로 진주남강유등축제를 직접 거론했다.
창원시는 안 시장의 지시에 따라 문화예술과 축제 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유료화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벚꽃축제로 유명한 진해군항제를 비롯해 마산가고파국화축제, K-POP 페스티벌 등에 대한 유료화를 검토하기로 했다. 경남의 대표적인 축제들이 대부분 유료화가 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부산불꽃축제는 상황이 좀 더 복잡하다. 유료화 논란에다가 예산이 부당하게 집행됐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축제의 건전성 자체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부산불꽃축제는 올해 11회째를 맞았다. 축제는 지난 2005년 11월 16일 APEC 정상회담을 경축하는 첨단 멀티미디어 해상 쇼로 처음 열렸다. 당시 APEC 주요 인사와 약 100만 명의 관람객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이에 고무된 부산시가 이듬해 규모를 더욱 크게 하고 이름을 부산세계불꽃축제로 바꿔 개최했다. 이후 2012년 부산불꽃축제로 명칭을 변경했다.
부산시는 올해 축제의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면서 좌석의 일부를 유료화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후 여러 논의를 거쳐 8000여 좌석을 유료화하기로 하고 R석은 10만 원, S석은 7만 원에 각각 판매했다.
불꽃축제 역시 유료화에 대한 시민들의 입장이 부산시와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시민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축제가 일부 특권층과 가진 자들을 위한 잔치로 변모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부산경실련은 “유료화는 시의 예산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라기보다 축제의 규모를 더욱 확대하기 위한 데 목적이 있다”며 부산시를 맹비난했다.
좌석 유료화로 인한 여파 또한 미묘한 쪽으로 연결됐다. 예년 같으면 호재에 노래를 불렀을 불꽃축제 행사장 인근 상인들에게 직격탄이 되고 만 것이다. 지난해까지 인근 상가에서 자리를 잡고 축제를 관람했던 이들의 상당수가 올들어 목이 좋은 유료좌석으로 옮기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봤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A 씨는 2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매년 불꽃축제가 열리는 기간은 상인들에게 ‘대목’이었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너무나 다르다. 벌써 매진이 됐어야 할 좌석이 축제 시작 하루 전인데도 겨우 절반 정도의 예약에 그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불꽃축제는 R석이 행사 개시 닷새 전에 매진되는 등의 흐름 속에 23일과 24일 이틀간 열렸다. 올 해 불꽃축제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가 아직 이른 가운데 축제가 열리기 전인 지난 21일 또 다른 논란거리가 불거졌다. 불꽃축제의 예산이 부당하게 집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날 부산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시가 불꽃축제 예산을 부당하게 집행한 의혹이 있다. 이에 따라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2013년 제9회 불꽃축제 정산과정에서 보조금 결제 전용카드 미사용과 해외출장비 별도 계좌이체 미이행 등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이와 관련한 책임을 물어 행정자치부가 내년 불꽃축제의 국비지원 규모를 올해의 절반으로 깎았다”면서 “시비와 국비가 들어가고 있는 부산의 대표적인 축제가 축제 자체가 아닌 이를 진행하는 일부 사람들의 잘못으로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고 부산시를 질타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