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비켜~” 삼촌 이모 나가신다
룰라 이상민(이): 다들 아시겠지만 사업하느라 바빴다. 이종격투기하는 클럽으로 유명했던 ‘김미파이브’ 외에도 아카데미, 영상사업 등을 했다. 요즘도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고, 엔터테인먼트 관련사업도 하고 있다.
노이즈 한상일(노): 우리도 사업에 치여서 앨범발매가 늦어졌다. 나는 음악콘텐츠 관련 IT 회사를 운영했고 홍종구도 MTM 연기학원과 한국매니지먼트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바빴다. 천성일도 IT회사와 작곡학원을 운영했는데 그러다 보니 컴백이 늦어졌다. 사실 2년 전에 멤버들끼리 베스트 앨범 내자고 했는데 각자 사업에 바빠 자꾸 늦춰졌다. 복귀하라는 팬들도 많았고 우리도 더 늦기 전에 나와야겠다는 생각에 새 멤버를 영입해 나오게 됐다.
원미연(원): 나는 결혼한 뒤 부산에 살았지만 라디오 DJ 등 방송을 놓지는 않았다. 연예인으로서는 컴백이란 말이 무의미하지만 가수로서는 컴백을 해야겠더라. 가수인데도 매번 듣는 말이 “애는 잘 크냐” 이런 거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월에 싱글앨범으로 돌아왔는데 싱글앨범이라 반감도 있었지만 제작비 현실을 놓고 봤을 때 반가움이 컸다. 내년에도 싱글앨범을 낼 생각이다.
▲ 룰라-김지현 | ||
이: 환호성이 다 들렸나보네. 난 무대에 오르는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 첫 무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 이거 나 혼자 감격하고 감정에 복받쳐서 실수하거나 울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당일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더라고. 첫 무대는 아무 생각 없이 내 입만 움직이는 상태였다. 끝나고 나서야 감정이 밀려오던데(웃음).
성진우(성): 나름 데뷔 15년차 가수인데 난 정말로 신인이었다. 장르를 트로트로 바꿔서 <가요무대>에 나갔는데 현철 설운도 선배님들이 계셔서 대기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방송국 녹화장 밖에 있었다(웃음). <뮤직뱅크>나 <인기가요>에 가면 내가 제일 선배라 그 간극에서의 느낌이 묘하다.
원: 난 앨범 내고 14년 만에 콘서트를 했는데 정말 감정이 복받쳐 계속 눈물이 났다. 사실 이문세나 이은미처럼 쭉 콘서트하는 가수들이 아니면 콘서트가 성황을 이루기 어려운데 팬들이 참 고마웠다. 또 한 가지 지나간 노래보다 새 노래에 팬들이 박수를 더 쳐주는 것도 참 감사했다.
성: 요즘은 인터넷 팬 카페가 있는데 20~30대 초반 팬들이 새로 많이 들어온다. 내가 아저씨 스타일은 아니니까(웃음). 기존 팬들은 미니홈피 통해서 얘기하고 전화 통화하고 그런다. 안타깝게도 팬클럽 회장이 최근 “저 시집가요”라면서 그만뒀다.
김: 정말 세월을 느낀다. 초·중학생이었던 팬들이 어느덧 어른이 됐고 팬클럽 막내였던 꼬맹이도 벌써 스물다섯 살인데 컴백 첫 방송 때 약사가 됐다고 영양제까지 챙겨왔다. 아이 안고 오는 팬들도 있고 팬클럽 홈페이지에 “저도 가도 될까요?”라며 주저하다 온 팬들이 꽤 있는데 누나가 나온다고 와줘서 참 고마웠다.
도원경(도): 나는 이번에 록 레게 등 새로운 스타일을 우선 선보였는데 기존 팬들이 “오랜만이라 좋긴 한데 음악 스타일이 달라져 좀 혼란스럽다”고 했다. 최초 여성 로커라 기존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데 9월에는 대중적 록음악으로 찾아올 테니 기대해줬으면 좋겠다.
이: 컴백하고 가장 어색한 건 대기실 문화다. 후배들을 마주칠 기회가 거의 없다. 예전엔 리허설 때 가수들끼리 서로의 노래를 바꿔 부르기도 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는데 대기실도 독방을 주고 처음 보는 후배들이 많아 어색했다.
노: 20대 이상 후배들은 다 알아보는데 너무 어린 연령의 후배들은 우릴 못 알아보기도 한다. 사실 우리도 데뷔 때 몰랐던 선배들이 많았기 때문에 억지로 인사 받는 것 같아서 미안하긴 하다. 그래서 소녀시대나 2NE1 등 소녀그룹이 오면 “팬이다. 같은 세대였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농담으로 분위기를 푼다.
김: 대기실만큼이나 예능도 분위기가 너무 달라졌다. 예전엔 포장된 게 많았고 연예인은 으레 베일에 싸인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편안한 이미지가 대세다. 특히 우리 멤버들은 서로를 들춰내며 자폭하는데 팬들 반응은 오히려 좋다. 이젠 적응했지만 워낙 내가 농담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성격이라서 적응이 힘들긴 했다.
원: 튀어야 사는 게 요즘 예능이다. 모창이나 재밌는 얘기, 누구나 알 만한 사람과의 에피소드가 주를 이룬다. 그런데 나는 그 자리에 없는 사람 얘기하는 게 가장 힘들더라. 절친한 강수지가 같이 나왔는데 내가 강수지와의 일을 얘기하는 거야 상관없지만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의 과거 얘기는 당사자가 싫어할 수도 있는데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꺼려진다.
이: 나는 오히려 요즘 예능이 더 체질에 맞다. 예전에는 어떤 프로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잘하지 못했는데 요즘은 친숙하고 꾸밈없는 솔직함이 대세라 별다른 고민 없이 녹화에 임하는 게 너무 좋다. 아 참, 방송에서 내가 어릴 때 가정형편이 어려워 ‘이애기’란 이름으로 2년을 살았다는 얘기는 정말 사실이다. 당시 재미로 받아들여지긴 했는데 사실 슬픈 얘기고 공개할 필요 없었던 가족사라 이전엔 얘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너무 편해서였나? 자연스럽게 얘기가 나왔던 것 같다.
성: 가장 달라진 게 예전에는 가수들은 뮤직드라마나 연기를 했는데 요즘엔 무조건 리얼이다. 그 중에서도 <세바퀴>가 가장 힘들었다. 이경실 임예진 등 줌마테이너들이 무서웠다(웃음). 내가 치고 나가야 하는데 어색하고 민망했다. 특히 패밀리, 라인이 있으니까 오랜만에 나온 사람으로선 버겁기도 하다.
도: 걱정은 또 있다. 말로만 들었던 음반시장 불황을 절절히 체감하고 있는데 컴백하는 가수들이 많은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게 조금 걱정되긴 한다. 연륜 있는 가수보다 아이돌 그룹 시장이 너무 활발하다.
김: 오히려 밝다고 생각한다. 어린 연령층의 팬은 아무래도 힘들겠지만 같이 나이 들어가는 팬층이 넓다. 또 첫 방송을 비롯해 우리 노래를 들은 후배들의 반응들이 너무 좋아서 기분이 좋다. 아, 정말 신곡이 ‘날개잃은 천사’만큼만 사랑받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이: 맞다. 오랜만에 컴백한 가수들은 그 시대 팬층이 분명 있다. 난 오히려 다양한 음악 즐길 수 있는 장르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요시장은 가수들이 주류를 만들어가는 거니까 90년대 스타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라이벌이라는 생각보다는 든든하고 참 좋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