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되려면 나한테 줄 서!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소속사가 있는데 유독 개그계만 ‘파벌’이라는 격한 호칭을 붙인 까닭은 개그 프로그램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개그 프로그램의 경우 개그맨들이 팀을 이뤄 짜온 아이템을 담당 PD와 작가들이 심사해 방송에 내보낼지 여부를 판단한다. 대부분 같은 파벌 개그맨끼리 팀을 이루게 되는데, 같은 파벌 개그맨 팀이 낸 아이템을 파벌 전체가 미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아이템 심사는 해당 프로그램 PD와 작가들이 하지만 그 자리에 출연 개그맨이 전원 참석한다. 따라서 참석 개그맨들이 얼마나 웃는지 등의 호응도가 심사를 맡은 PD와 작가에게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최대 파벌을 이뤄 출연 개그맨이 가장 많은 파벌의 경우 새로운 아이템이 나올 때마다 웃음소리를 몰아줘 방송에 채택되도록 하는 힘을 가진다. 게다가 맹주에 해당되는 파벌 대표 개그맨의 코너가 높은 인기를 유지하면 이들의 발언권도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예 심사를 담당하는 기획 작가로 참여하는 박승대가 새로운 파벌을 이룰 경우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고참급 개그맨들은 개그계가 상업화하면서 개그맨 전문 연예기획사가 난립하는 요즘 분위기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예전처럼 방송사 희극인실별로 단합된 모습을 보이던 개그맨들이 이제는 소속사별로 파벌화한 것. 파벌별 건전한 경쟁은 프로그램 발전에 도움이 되겠지만 서로 반목하는 상황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는 게 고참급 개그맨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다.
또한 스타급 개그맨이 많아질수록 해당 연예기획사는 큰돈을 벌 수 있게 되는 만큼 소속사마다 소속 개그맨 스타 만들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지만 소속사 관계자들이 PD와 작가들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해 소속 개그맨의 코너를 부각시키려 하는 연예계의 고질적인 비리가 개그계에도 침투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