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지도 못하는거 띄워서 뭐합니까’
▲ 견미리의 남편이 주가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와 관련 회사에 투자한 견미리(왼쪽)와 태진아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 ||
그렇지만 이들이 주식을 투자한 회사가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견미리와 태진아는 무척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아직 이들이 주가조작에 가담한 정황은 보이지 않지만 견미리의 남편이 주가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견미리와 태진아가 주식 투자에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7월 8일이다. 이들이 코스피 상장사인 로이(현 FCB투웰브)의 제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이 회사 주식 5만 4611주와 6068주를 취득한 것. 투자금은 견미리 약 9억 원, 태진아 약 1억 원이다. 취득 단가는 주당 1만 6200원. 이후 대박 신화가 시작됐다. 8월 19일엔 최고가 14만 5000원을 기록했으니 무려 아홉 배가량 오른 것이다. 그렇지만 이후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해 10월 30일 현재 4만 7400원이다. 다만 이런 계산은 아직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견미리와 태진아가 유상증자를 받아 취득한 주식은 1년간 보호예수에 걸려 있어 내년 7월에 돼야 비로소 처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주가가 얼마인지가 중요할 뿐 그동안의 주가 변동은 큰 의미가 없다. 이런 까닭에 이들 두 연예인은 주식 대박 얘기를 가급적 언급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이번 주가조작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검찰 역시 이 점을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견미리와 태진아는 유상증자에 참여했지만 보호예수기간이 있는 만큼 뚜렷한 혐의점은 발견된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태진아 역시 “주가 조작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수사가 필요하면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보호예수기간이 있어 뚜렷한 혐의점은 없지만 증권가에선 견미리와 태진아를 향한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우선 견미리와 태진아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을 취득한 업체의 주가 폭등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 두 연예인의 주식투자가 일종의 기폭제 역할을 한 사실이 발견된다. 문제가 된 FCB투웰브의 당시 업체명은 로이였다. 그렇지 않아도 로이는 FCB-파미셀의 우회상장 대상으로 상장사로 거론되면서 증권가에서 핫이슈로 떠오른 종목이었다. 그런데 7월 8일 견미리와 태진아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거래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며 주가도 급증했다. 결국 우회상장은 8월 19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공식으로 이뤄졌는데 FCB투웰브의 주가는 이날 최고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했다. 우회상장 자체보다는 우회상장이 이뤄질 것이라는 정보가 주가 상승을 이끈 셈이다.
또한 지속적인 견미리와 태진아의 주식 대박 관련 소식이 증권가에 간접적이나마 영향을 발휘했다. 견미리 태진아와 함께 김현수 FCB-파미셀 대표(현 FCB투웰브 대표)가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증권가에선 로이(현 FCB투웰브)를 통한 우회상장이 확실시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비상장 바이오 기업이 우회상장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을 여러 차례 목격한 주식 투자자들 입장에선 기대치가 상당히 높아 보이는 종목이 아닐 수 없었다.
의혹은 의혹일 뿐이라는 시각도 많다. 우선 견미리와 태진아의 주식 투자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김현수 FCB-파미셀 대표(현 FCB투웰브 대표)가 이들과 함께 유상증자를 받은 부분이 더 큰 영향을 발휘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들 두 연예인의 주식 대박 관련 기사가 많이 보도된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두 사람은 기자들에게 관련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며 주식 얘기가 계속 거론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남은, 가장 큰 의혹은 이번 주가조작 사건에 깊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견미리의 남편 이 아무개 씨를 통해 견미리가 사전에 주가조작 여부를 알았는지 여부다. 현재 견미리와 태진아는 단순한 주식 투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견미리가 남편 이 씨를 통해 이미 주가조작과 관련된 사안을 알고 있었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들 부부는 주가 조작 사건 이전에도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지난 2006년 제이유 파문이 불거지면서 관련된 연예인들도 눈길을 끌었는데 견미리와 그의 남편 이 씨가 제이유에 깊이 관련돼 있었던 것. 견미리는 루비 등급, 남편 이 씨는 사파이어 등급으로 이는 상당히 높은 등급인데 대략 10억 원을 투자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게다가 견미리가 운영한 청담동의 스킨케어 숍 ‘미리美’는 제이유 그룹 제휴 가맹점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엔 주가조작 사건으로 다시 한 번 견미리와 남편 이 씨가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검찰의 주가조작 여부 수사 사실이 알려진 10월 30일 기자가 방문한 FCB투웰브 사무실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홍보팀에선 “현재 회사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FCB투웰브는 회계나 경영상에 있어서 투명한 회사이며 주가 조작과는 무관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견미리의 남편 이 씨에 대해선 “그가 FCB투웰브의 실소유자라고 보도됐지만 김현수 대표이사가 실소유주이자 최대 주주”라며 “다만 이 씨가 우리 회사 주요 투자자인 C 업체와 관련돼 있다고 알고 있다”고 얘기한다. 반면 검찰은 이 씨가 이번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포착했다며 이 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