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난 잔치 별볼일 없었다
주식이라는 게 평가액이 얼마인지 보다 환매해서 실현한 시세차익이 얼마인지가 훨씬 중요하다. 그런데 평가액 기준 연예인 주식 대박 기사만 넘쳐날 뿐 시세차익을 얼마나 올렸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주식으로 실제로 얼마를 벌었거나 잃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과연 주식으로 큰돈을 번 연예인은 누구일까.
연예인은 순위에 민감하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 폐지됐지만 여전히 컬러링, 다운로드, 방송횟수 등의 순위는 존재하고 영화 박스오피스, 방송 시청률 순위 등이 곧 관련 연예인의 성적표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새 새로운 순위가 하나 등장했는데 바로 연예인 주식부자 순위다.
재벌 정보 사이트 ‘재벌닷컴’이 매년 두 차례 정도씩 연예인 주식부자 순위를 발표하는데 매번 배용준과 이수만이 1위 자리를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고, 비상장사인 터라 순위권엔 오르지 못했지만 박진영 역시 1위 후보로 모자람이 없다. 그 뒤를 비가 뒤쫓고 있는 양상이다. 다만 이들의 특징은 모두 연예기획사를 직접 운영하는 연예인이라는 점. 지난 7월에 발표된 순위가 가장 최근인데 이수만이 배용준을 제치고 1위로 등극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소녀시대를 필두로 한 소속 아이돌 그룹의 인기 급상승으로 매출과 순익이 급등한 데 따른 주가 상승이 그의 1위 등극을 도왔다.
그렇지만 이 순위는 실제 연예인 주식 부자 순위라기보다는 연예기획사 운영 연예인들의 비즈니스 성적표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그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보유 주식을 환매한다는 의미는 곧 자신이 운영하는 연예기획사의 지분 변화를 의미하고 이는 경영권 포기로 이어져 더 이상 연예기획사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컬투의 정찬우 김태균은 지난 2005년 자신들이 창립해 운영하던 컬트엔터테인먼트를 브로딘미디어(현 케이에스리소스)에 20억여 원에 매각했다. 또한 연예기획사가 아닌 속옷전문업체 좋은사람들을 창업한 주병진은 보유 주식을 270억 원에 매각해 사업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 주식 투자보다는 사업 성공에 의한 수익으로 보는 게 더 적합하다. 예외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SM) 최대주주인 이수만은 보유 주식의 일부인 31만 2382주(6.64%)를 주당 평균 3만 3800원에 처분해 104억 원의 시세차익을 실현했다. 차익 실현 이후에도 SM의 주식 43.87%를 보유해 여전히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한 이수만은 한창 주가가 올라 있는 상황에서 보유 주식 일부의 차익 실현만으로 100억 원대의 수익을 기록했다. 또한 자신의 이름을 딴 DY엔터테인먼트(DY)를 설립한 신동엽 역시 연예인 주식 부자 순위에서 5위권 이내 자리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데 디초콜릿이앤티에프가 DY를 인수한 뒤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오히려 5위권 밖에 이름을 올린 연예인, 다시 말해 연예기획사 운영과 무관한 연예인들이 순수한 의미의 주식 부자일 수 있다. 강호동 윤종신 전지현 강타 등 10위권 내에 꾸준히 이름을 올려두고 있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소속 연예기획사의 유상증자 등에 참여해 주식을 보유한 뒤 이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대목은 최근 몇 년 새 증권가와 연예계를 강타한 연예기획사 우회상장 열풍 당시 유상증자 등으로 주식을 취득한 연예인들의 주식 투자 성적이다. 한창 연예기획사의 유상증자가 줄을 이을 당시 유상증자 등으로 주식을 배정받은 연예인의 수가 수백 명에 육박할 정도였다. 그들은 주식 투자로 큰 돈을 벌었을까.
예를 들어 양수경에게 40억 원의 시세차익을 선사한 코스닥 상장사 테라리소스의 주식을 유상증자 등으로 취득한 연예인만 수십 명에 이른다. 지난 2005년 12월 차인표가 테라리소스가 상호를 변경하기 전 명칭인 세고엔터테인먼트(세고)의 실권주를 인수한 것으로 시작해 2006년 1월 유상증자에선 신애라와 방송인 김승현이 주당 액면가액 500원에 주식을 취득했다. 또한 2007년 1월엔 세고가 J&H필름을 인수하며 실시한 유상증자에서 J&H필름 소속이던 이요원 천정명 봉태규 박예진 등에게, 같은 해 6월에 실시한 유상증자에선 김수현 작가를 비롯해 최불암 이순재 강부자 정혜선 박정수 등 중견 배우들에게 주식을 배정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큰돈을 벌었다는 연예인은 거의 없다. 아니 이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을 취득했다는 내용, 이로 인해 주가가 급등해 당시 평가액 기준으로 대박이 났다는 내용의 기사 정도만 보도됐을 뿐 어느 정도의 시세차익을 올렸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상증자를 받은 연예인이 큰 수익을 올리려면 주식환매 시점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호재들로 급등한 상황에서 환매하지 않으면 금세 하한가를 타는 게 우회상장 연예기획사 주가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적절한 시점에 주식을 환매한 몇몇 연예인은 엄청난 시세차익을 올리기도 했다. 영화배우 J가 대표적이다. 보유 주식을 최고점에서 환매해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결국 그는 검찰에게 해당 상장사와 공모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기도 했다.
15억 원대 시세차익을 기록한 하지원 역시 비슷한 혐의를 받았지만 결국 무혐의로 판명됐다. 최근 주가 조작 사건에 휘말린 태진아 견미리 등의 경우 아직 차익실현을 하지 않은 데다 보호예수로 인해 주식을 환매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비슷한 사건에 휘말린 기존 연예인들과는 차이점이 있다.
유상증자 가장납입 논란도 수사 대상이 됐다. 유상증자에 연예인이 참여했다는 보도가 주가 상승을 이끄는 경향이 있어 유명 연예인들이 주금을 납입하지 않은 채 이름만 빌려주는 가장납입이 이뤄졌을 의혹을 금융감독위가 제기한 것. 중견 연예인 30여 명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한 P 업체는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결국 우회상장을 통한 연예인의 주식 투자는 주가조작, 가장납입 등의 논란만 야기했을 뿐 실제 연예인이 차익을 실현해 높은 수익을 올리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