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하다 궁해…월급 대신 스톡옵션 고민
2011년 국내 최초로 국내 증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매그나칩이 최근 경영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그나칩 홈페이지.
매그나칩의 역사는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설립된 LG반도체가 모체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LG반도체와 현대반도체가 합병해 하이닉스반도체가 됐다. 지난 2004년 10월 사모펀드 CVC캐피탈이 하이닉스의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을 인수해 지금의 매그나칩이 탄생했다. 그러나 2009년 매그나칩은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Chapter11)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애비뉴캐피탈(Avenue Capital Group)이 부실채권 중 4억 달러를 사들여 매그나칩을 손에 넣었다. 애비뉴캐피탈은 채권 대부분을 출자전환해 최대주주가 됐고 매그나칩은 3개월 만에 파산보호에서 벗어났다. 이어서 2011년에는 국내 최초로 국내 증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됐다. 매그나칩은 파산 위기에서 미 증시 직상장이라는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매그나칩의 ‘대박 신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 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글로벌 경기 위축 등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줄었다. NYSE 공시에 따르면 매그나칩은 2013년에 약 7200만 달러, 지난해에는 약 1억 200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다음으로 미진한 시설 투자가 지적된다. 본사가 있는 청주공장의 200㎜ 웨이퍼 공정 라인은 1990년에 만들어졌다. 이미 생산라인 교체시기가 지난 셈이다. 현재 대부분 반도체 업계는 300㎜ 웨이퍼를 사용하고 있지만 매그나칩은 200㎜를 사용하고 있다. 웨이퍼 크기가 크면 칩 생산량은 늘어나고 생산원가도 감소한다. 이렇게 시설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데는 기업을 장기적 경영의 대상이 아닌, 투자의 수단으로 여기는 헤지펀드의 속성과 무관하지 않다. 자금줄과 경영권을 쥔 애비뉴캐피탈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는 이유다.
악재는 내부에서도 터져 나왔다. 지난 3년간 1000억 원에 가까운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올 초 NYSE에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사실 매그나칩은 이미 M&A(인수·합병) 시장에 나온 지 오래다. 애비뉴캐피탈은 지난 8월부터 국내외 투자자들과 기업들에 인수 의사를 직접 묻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실적 악화와 기업가치의 이견 때문에 좀처럼 새 주인을 찾지 못 하고 있다.
매그나칩의 한 직원은 “현재 월급날 임금이 전부 지급되지 못 할 정도로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회사의 현금 보유량이 줄어드니 당장 직원들 월급까지 영향이 미쳤다. 스톡옵션은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자구책을 강구하면서 나온 다양한 대안들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직원도 “스톡옵션에 대한 논의가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그런 논의가 있었다는 것은 이미 상당수 직원들이 알고 있다”고 보탰다.
매그나칩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스톡옵션은 직원들을 위한 보너스가 아닌, 임금 대체 수단으로 논의되고 있었다. 최근 서울우유에서 임직원들에게 임금의 일부를 우유 등 유제품으로 줬다는 내용이 보도되며 이슈가 된 바 있다. 당시 서울우유는 “회사의 어려움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임직원들 동의하에 임금의 일부를 유제품으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현재 매그나칩의 상황도 이와 비슷해 보인다. <일요신문>은 구체적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매그나칩과 수차례 여러 경로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위에서 (언론에) 어떠한 사안도 대응하지 말라는 통보가 있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렇다면 실제로 스톡옵션이 임금의 일부로 지불될 수 있을까.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임금은 현금으로 지급되는 것이 원칙이다. 주식이나 스톡옵션 등 현금 이외의 것은 성과금의 형태로는 지불될 수 있다”면서도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하여 기본급을 줄이고 대신 성과금 등의 방식으로 스톡옵션을 받는다는 임금계약을 다시 체결하면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 2월 NYSE에서 16달러 수준이던 매그나칩 주가는 현재 5~6달러대로 폭락한 상황이다. 주가의 등락처럼 매그나칩은 앞으로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에 매그나칩 주식은 이미 휴지조각으로 변해 있을지도 모른다.
정재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