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한 ‘단역’ 비상을 꿈꾸다
“스무 살 때 한 잡지사에서 개최한 사진 콘테스트에서 1등을 해 서울로 올라왔어요. 그때만 해도 배우의 꿈이 금방 이뤄질 줄 알았는데 벌써 8년이 지났네요. 연예인이 되려면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아무 것도 모르겠더라고요.”
홀로 상경한 스무 살 서주연에게 그 해답은 너무나 멀었다. 당장 앞길이 막막한 상황에서 서주연의 선택은 디자인 학원 등록이었다. 배우가 되고픈 꿈에 다가서는 길이 보이지 않자 또 다른 꿈인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은 것.
“여러모로 상황이 안 좋아 디자인 학원을 끝까지 다니지 못했어요. 대신 급하게 취업을 하게 됐는데 그렇게 ‘패션 MD’(상품기획자)가 돼 3년 정도 일했어요. 배우의 꿈을 잊을 수 없어 틈틈이 모델 일을 해오다 결국 4년 전부터는 패션 MD일을 관두고 모델 활동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몇 차례 연예기획사와 정식 계약을 체결해 연예계에 데뷔할 기회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일이 꼬이곤 했다. 자꾸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는 등 신뢰할 수 없는 행동을 되풀이한 회사도 있었고 각종 트레이닝 비용을 요구하며 연예기획사라기보단 아카데미에 가까운 비정상적인 회사도 있었다. 두 번가량 정식으로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하고 본격적인 연예계 데뷔를 준비하기도 했지만 두 회사 모두 얼마가지 못해 문을 닫았다. 그렇게 서주연의 연예계 데뷔 꿈도 연거푸 날아가고 말았다.
그렇다고 배우의 길과 완전히 동떨어져 지낸 것은 아니다. 소속사 없는 배우 지망생이 다가갈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은 영화나 드라마에 단역으로나마 출연하는 것. 현직 모델인 탓에 모델을 비롯해 스튜어디스, 간호사 등으로 출연하곤 했는데 대부분 대사가 한두 마디에 불과한 단역들이다.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에 스튜어디스로 출연했어요. 정말 짧게 나왔지만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제 모습을 보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그런데 DVD에는 제가 나오는 장면이 편집됐더라고요.”
한편에 패션에 대한 감각과 실력만큼은 탄탄하게 쌓아왔다. 디자인 학원을 다니는 것으로 시작해 패션 MD와 모델로 활동하며 오랜 기간 현장에서 쌓은 경험이 그의 저력이다.
“초여름에 쇼핑몰을 오픈할 계획으로 준비 중이에요. 잘 돼서 고정적인 수입이 마련되면 더욱 본격적으로 배우 데뷔를 준비하려고요. 많이 돌아오긴 했지만 제 꿈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늘 배우였어요. 이젠 그 꿈을 향해 정말 진지하게 다가가 보려고요.”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