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쉬고 있는 ‘아이돌 출신’ 요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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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난 괜찮아’ 등의 노래를 히트시킨 바 있는 가수 진주는 어린 나이에 데뷔한 뒤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인해 상당 기간 우울증으로 고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2002년 전 소속사로부터 1억 원 상당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고소당한 바 있다. 횡령 사건은 연예인에겐 무척 드문 사건이다. 결국 이 사건은 5년여에 걸친 기나긴 법정공방 끝에 진주의 무혐의로 결론이 났지만 이로 인해 진주는 엄청난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다. 활동에 큰 제약을 받았을 뿐 아니라 부모님까지 사건에 연루되는 등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엔 너무 힘든 상처를 겪었다. 부모가 경찰서에 들락날락하는 모습을 보며 모든 게 자기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사업마저 부도 위기를 맞자 그의 우울증 증세는 극심해져만 갔다.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은 물론이고 탈모, 실어증 등의 증세까지 나타난 데다 수면제 없이는 잠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 그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생각했지만 신앙의 힘으로 힘든 시기를 극복해 현재 꾸준히 앨범을 발매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90년대 후반 큰 인기를 끌었던 인기 댄스그룹 구피의 리드보컬 이승광 역시 자살까지 생각했던 자신의 우울증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는 전성기가 지난 뒤 급격히 추락한 자신의 인기에 꽤 오랜 시간 우울증을 앓았다고 고백했는데 당시 자신의 모습을 은둔자와 성격 파탄자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는 남들이 못 알아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돈이 없어지면 뭘 먹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걱정으로 석 달 넘게 집안에만 틀어 박혀 있기도 했다고 한다. 우울증에 지친 끝에 그 또한 자살을 생각하게 돼 결국 땡전 한 푼 없이 남해 바다를 찾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폐인의 모습이 된 그에게 우연히 곁에 있던 낚시꾼이 돈을 쥐어주며 “더 힘든 사람 많이 봤으니 올라가”라는 말을 건넸고 이 말에 그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지난날을 회상했다고 한다. “자신에게 비춰지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다른 이에게 비춰질 때의 허망함은 아무도 모른다”며 연예인들의 우울증을 얘기하는 이승광. 그는 다행히 주위의 도움과 꾸준한 운동으로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아이돌 출신 가수들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가장 높은 이들은 아이돌로 데뷔해 활동을 쉬고 있는 후배들”이라며 “주위 지인들과 팬들의 도움 없인 그들은 삶을 이어가기 힘겹다”고 말이다. 그는 현재 이화여대 앞에서 여성전용 헬스클럽을 운영하며 헬스 트레이너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지난 2000년 시트콤 <세친구>로 데뷔해 글래머 스타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는 탤런트 정양. 그는 당시의 인기를 등에 업고 2002년 씨클로라는 그룹으로 데뷔해 앨범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정양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가수의 목소리로 앨범 활동을 벌였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결국 그는 ‘립싱크 파문’으로 연예계를 떠나야만 했다. 역시나 그에게 찾아온 건 극심한 우울증. 혹시라도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을까 거리를 나가지 못하는 등 자책감에 하루하루가 상처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마음의 상처가 몸의 상처로까지 이어졌던 것. 당시 몸무게가 30kg에 불과할 정도로 급격히 살이 빠지면서 급기야 갑상선항진증으로 투병생활을 하기에 이르렀다. 경제난까지 겹쳤던 그가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던 방법은 ‘연예계 복귀에 대한 희망’이었다고 한다. “언젠가 다시 연기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란 긍정적인 생각으로 어렵게 우울증을 떨쳐낼 수 있었다”는 그는 결국 본인의 소망대로 지난해 가을 7년 만의 컴백작을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
우울한 느낌이 지속될 때 겪을 수 있다는 우울증. 그렇다면 연예인 가운데 항상 밝은 모습만 선보이는 개그맨은 예외가 아닐까? 자살 시도를 한 바 있다는 개그맨 A의 이야기는 새삼 충격적이다. A는 데뷔와 동시에 절정의 인기를 누린 개그맨이지만 요즘엔 활동 모습이 뜸한 편이다. A는 자신의 우울증 증상에 대해 “빠져 나올 수 없는 늪과 같았다”고 표현했는데 그가 말한 우울증의 원인은 바로 인기 하락에 따른 대인기피증이었다. 대부분의 개그맨이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쳐 스타의 자리에 오르는 것과 달리 A는 데뷔와 동시에 높은 인기를 누리게 됐다. 그 때문에 A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 많이 생겼다”며 “그중에서도 ‘요즘 TV에 왜 안 나와요?’ 라는 말을 듣는 게 제일 싫었다”고 고백한다.
열심히 아이디어 회의에 참여하려고 해도 동료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게 되고 자신을 쳐다보는 대중의 시선도 차갑게만 느껴졌다는 A는 결국 만취 상태에서 자해를 하며 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다행히 큰 사고로 번지진 않았지만 지인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큰 사건이었다고. 사건 이후 A는 주위 동료들의 도움으로 서서히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A 역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가 있으면 그가 외롭지 않다는 것을 주위에서 느끼게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곧 개그 프로그램을 통해 단역이라도 무대에 오를 것”이라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최근까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인기 코너에 출연한 바 있는 개그우먼 B는 우울증을 앓으며 연예계를 잠시 떠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데뷔 전부터 우울증을 앓았다고 하는데 그의 동료들에 따르면 성공에 대한 부담감과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인해 연습생시절부터 그의 웃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을 정도라고 한다. 다행히 그가 출연하는 코너가 히트를 치면서 우울증까지 극복하는 듯 보였지만 오히려 이것이 우울증 증상을 더욱 심하게 만들었다. B의 우울증이 더 심해진 까닭은 다름 아닌 동료들보다 관심을 덜 받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였다고 한다. B는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해 성형수술까지 감행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끝내 잠시 무대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B의 동료 개그맨들은 그가 정신과 치료를 통해 우울증을 떨쳐내고 다시 무대로 컴백하길 바란다고 입을 모은다.
주영민 연예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