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맞는 라인업으로 ‘물갈이’ 고민중
시중은행 부행장 임기가 연말 대거 만료돼 물갈이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KB국민은행과 김옥찬 KB금융지주, 신한은행과 조용병 신한은행장. 일요신문 DB
금융권에서 연말 인사와 관련해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은 KB금융그룹이다. 얼마 전 SGI서울보증에 있던 김옥찬 사장을 KB금융지주 CEO로 발탁한 KB금융은 대표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강문호 부행장과 박정림 부행장, 허인 전무 등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다만 윤종규 회장이 “임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말 대대적인 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이는 국민은행에 해당하는 얘기일 뿐 비은행 계열사들은 다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B금융의 11개 계열사 가운데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과 신용길 KB생명 사장을 제외한 9개 계열사 CEO의 임기가 올해 말과 내년 초 만료된다. 이희권 KB자산운용 대표, 김영만 KB저축은행 대표, 정순일 KB부동산신탁 대표, 박충선 KB인베스트먼트 대표, 오현철 KB신용정보 대표, 김윤태 KB데이타시스템 대표 등은 오는 12월 31일 임기를 마친다.
특이한 점은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지난 7~8월에 임기가 끝났지만 윤종규 회장의 뜻에 따라 오는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연장됐다는 것이다. 임원의 임기를 연장할 때는 통상 1년을 연장하는 것이 관례인데 불과 몇 달만 임기를 늘렸다. 이는 윤 회장이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다른 CEO들과 함께 ‘원샷 인사’를 단행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러 차례 인사를 실시하면 조직 안정을 해칠 수 있는 만큼 한 번의 인사로 끝내려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특히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이 새로 발탁됨에 따라 그와 ‘코드’를 맞출 수 있는 인사들로 계열사 사장들이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맥락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들은 과거 ‘KB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임원들이다. 박지우 전 수석부행장의 경우 이미 KB캐피탈 사장으로 복귀했고,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윤웅원 전 부사장도 연말에 계열사 사장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KB금융은 윤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겸하며 은행을 이끌고 김옥찬 사장이 지주회사 정점에서 비은행 계열사를 총괄하는 구도”라면서 “김 사장이 힘을 발휘하려면 비은행 계열사 CEO 라인업을 자신의 뜻에 따라 구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의 경우 올해 연말 부행장 전원의 임기가 끝난다. 신한은행은 5명의 부행장과 감사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되고, 계열사 사장 7명은 내년 3월 임기를 다한다. 부행장급은 대개 2년 임기를 마친 후 1년 단위로 연장되는데,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대폭 인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한은행 임원 인사에서는 올 초 취임한 조용병 행장이 친정체제를 구축할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서진원 전 행장의 건강 악화로 갑작스럽게 취임한 조 행장이 사실상 처음 단행하는 임원 인사기 때문이다. 특히 조 행장은 신한은행의 양대산맥인 ‘라응찬 라인’과 ‘신상훈 라인’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인물이기에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은행과 증권 임원까지 겸직하고 있는 임영진 WM그룹 부행장과 이동환 CIB그룹 부행장의 경우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상태여서 계열사 사장 등으로 영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임영석 기관그룹 부행장, 서현주 리테일부문 겸 영업추진그룹 부행장 등 ‘2+1년’의 임기를 채운 부행장들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우리은행은 오는 12월 8일 부행장급 임원인사를 단행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오는 12월 28일을 전후해 마무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임기가 끝나는 우리은행 임원은 총 9명이며, 계열사 사장 중에서는 6명이 연말 임기를 마친다. 이 중 정원재 부행장과 채우석 부행장, 유점승 부행장 3명은 지난 6~9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임시적으로 임기를 늘려 이번 임원 인사 대상에 올랐다. 반면 계열사 사장단의 임기는 원래 내년 2월까지지만 일괄적으로 12월 30일로 단축했다.
통합 원년인 KEB하나은행의 경우 조직 안정화를 이유로 연말 인사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농협은행도 은행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임원과 계열사 인사를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부 임원들 외에 큰 폭의 변동이 예고된 자리는 사외이사들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도입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은행들은 전체 사외이사 중 5분의 1을 매년 정기 주총에서 새로 선임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각 은행들은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교체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5대 은행 사외이사 26명 중 16명(61.5%)의 임기가 내년 3월 끝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내년 주총에서 1~2명씩의 사외이사를 교체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면서 “적합한 인물을 물색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