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사 간판 뒤 피라미드 냄새가…
사법당국으로부터 불법 다단계 금융사기 회사로 몰린 밸류인베스트코리아가 12월의 첫날 중앙일간지 1면에 ‘투자자 안심 광고’를 대대적으로 게재했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물 전경. 고성준 인턴기자
이번 사태로 최소한 이들의 영업 방식에 법적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여기에 추가로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다. VIK가 투자했다는 유망 벤처기업이 사실 전혀 수익을 내지 못 하고 있다는 것. 또 이철 대표가 연봉 10억 원을 받으며 고가의 외제차를 타고 호텔 생활을 하는 등 고객 돈으로 호화 생활을 한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사법당국으로부터 불법 다단계 금융사기 회사로 몰린 VIK는 지난해 이맘때쯤엔 전혀 다른 평가를 받았다. 정부로부터 ‘풍부한 투자 경험과 투자기업에 대한 열정을 겸비한 우수한 인재로 구성된 회사’라고 검증받은 까닭에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한 ‘글로벌프런티어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설립된 (재)스마트IT융합시스템연구단이 내린 평가다.
미래부 관계자는 “투자사에 대한 검증 시스템은 따로 없다. 벤처캐피탈 등 투자사는 (당연히) 금융위의 인가를 받았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IT융합시스템연구단 관계자는 “VIK에 대해 그런 멘트가 나간 것은 투자사에 대한 예의적인 표현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사태에 책임이 없다는 얘기다.
광고 도배를 감행한 당일 기자가 찾은 VIK 사무실의 모습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홍채 인식 카메라가 달린 문을 통과하자 나타난 넓은 내부에선 직원들이 바쁘게 업무를 보고 있었다. 수많은 상담실에서는 투자 상담을 받는 고객들도 보였다. 이번 사태로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고객들이 사무실에 몰려와 한바탕 난리를 치고 있을 거란 예상을 보기 좋게 깨뜨린 광경이었다.
VIK 관계자는 “이 사태 이후로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걱정을 할 것이다. (재판에서) 우리가 소명하겠지만, 재판과정이 끝나기까지는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또 이들을 안심시키고 사과와 감사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광고를 냈다”며 “해직자들과 투자자들 일부가 고소해 이렇게 됐다. 기존 투자자들을 호도하고 왜곡된 정보를 언론에 유출하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 우리가 불법회사라면 왜 고객들과 피투자회사들이 탄원서를 제출하고 자발적으로 신문에 응원 광고를 내주겠느냐”고 항변했다.
지난 11월 25일 검찰이 내놓은 중간 수사결과에 따르면 VIK의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지 않고 3만여 명의 투자자들로부터 불법적으로 7000억여 원의 자금을 모집했다는 것. 또 그 과정에서 원금 및 확정 수익 지급을 보장하는 듯한 표현을 썼으며 기존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시기에 수익 지급이 어려워지자 새로운 투자자들의 돈을 수익이 실현된 것처럼 지급해 주는, 소위 ‘돌려막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런 혐의에 대해 VIK 관계자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고, 재판 과정에서 소명하겠다”며 “원금 및 확정 수익 지급을 보장하는 표현을 쓰도록 한 내부 교육 자체를 시행한 적이 없다. 돌려막기는 회사를 보는 관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져 오해와 편견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밸류인베스트코리아 투자자 모임(투자자모임)’과 ‘밸류인베스트코리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라는 카페가 각각 만들어져 서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투자자모임은 VIK를 적극 옹호하며 그동안의 회사 실적을 홍보하고 있는 반면, 비대위는 VIK의 불법 사례를 공유하며 향후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일요신문>의 취재 결과 이 두 카페의 실체는 VIK와 고소인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자모임 운영자는 “저희 카페는 회사의 팀장들이, 투자자 보호와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카페”라고 밝혔다. 팀장은 VIK의 영업조직 중 가장 말단 직급이다. 이에 맞서는 비대위 카페의 주체는 바로 고소인 117명이다. 이들은 전직 VIK 직원들과 투자자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인터넷 카페와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VIK의 불법행위를 적극적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알려 더 이상의 피해를 막는 것이 목적”이라 밝혔다.
비대위 측은 가장 먼저 VIK의 고용형태를 지적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을 밸류인베스트코리아에서 떠들게 된 배경이 뭔가 하면, 이 회사의 영업조직이 하이브리드(혼성)다. 즉 직원이 아니란 말이다. 영업규정에 보면 그렇게 나와 있다”고 말문을 열며 “이철 대표가 지금 이 영업사원 즉 위촉사원들을 영업규정에서 (직원임을) 불인정을 했다. 불인정을 해놓고, 영업할 때 문제되는 말을 하면 영업사원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사모펀드니 뭐니 공개적으로 교육을 시킨다. 이런 증거를 검찰에 넘겼다”고 말했다.
그는 또 “VIK가 금융위의 인가를 받지 않고 영업했음에도 적법함을 주장하는 근거로 중소기업청을 통해 조합의 형태로 적법하게 투자했다는 점을 든다. 중기청에서 허가를 받으면 등록번호를 받는데 그 등록번호로 통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철 대표는 허가만 적법하게 받고 돈은 마음대로 운용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VIK의 영업규정 제1조에 “회사의 영업조직 구성원은 독립사업자 신분…”, 제2조에는 “회사와 영업조직 구성원 사이에는 고용 및 근로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명시돼있다. 이 영업조직은 밑에서부터 ‘팀장-수석팀장-지점장-본부장-영업부문장(부사장)’으로 구성돼있다. 각각 예하에 일정 인원 이상의 ‘장’들을 두고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 적혀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이는 전형적인 다단계 조직 형태다. 실제 VIK 직원은 50여 명뿐이다. 나머지 3000여 명은 모두 법적으로 회사와 관련 없는 영업조직 즉 개인사업자다”고 설명했다.
VIK는 광고 도배에서 신라젠, 얍컴퍼니, 블루사이드 등 피투자회사의 실명을 공개하며 “이들 기업의 보유주식 가치 평가액은 약 1조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기업 중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은 하나도 없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상장되지 않은 기업의 주식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제도나 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VIK의 피투자회사 중 모범 사례로 꼽히는 한 회사 관계자는 “현재까지 우리 회사가 수익을 내지는 못 하고 있다”며 “수익을 내기까지 3~4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회사의 감사보고서를 봐도 작년과 재작년 매출액은 아예 없었다. VIK는 지난해 이 회사에 약 800억 원을 투자했다. 한데 이 회사의 지난해 자산총계는 320억이 채 되지 않는다.
한편 이철 대표의 호화 생활 의혹에 대해 VIK 관계자는 “대표님 연봉이 얼마인지는 알지 못 하며, 간혹 야근을 하시고 근처 호텔에 묵으시는 것이 부풀려져 보도된 것 같다”며 “벤츠 마이바흐를 타는 것은 맞지만, 이는 회사 명의로 리스한 것으로 업무상 필요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창호 전 처장과의 관계에 대해선 “잘은 모르지만 노사모에서 알게 됐다고 들었다”며 “그 분(김 전 처장)이 여권 인사나 현 정권 실세도 아닌데, 왜 이 시점에 정치권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됐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앞서의 VIK 퇴사자는 “재직 중 들은 바로는 이철 대표가 김창호 전 처장뿐 아니라 현 여권 인사에게도 줄을 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불법 금융 사기 혐의에서 정치권 로비 의혹까지, 이번 사태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이제 진실의 문을 열어줄 열쇠는 법정으로 넘어갔다.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마중물이 되겠다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 과연 마중물이 될지 구정물이 될지는두고 볼 일이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
VIK와 크라우드펀딩 차이점 투자처도 ‘불투명’ 크라우드 펀딩은 금전적 보상 여부에 따라 대출, 투자형과 후원, 기부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후원형은 주로 예술·창작 사업 등에 후원하는 것이고 기부형은 공익을 목적으로 순수하게 기부하는 형식이다. 이들은 금전적 보상을 기대하지 않기에 문제가 될 점이 없다. 이번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사태로 쟁점으로 떠오른 건 바로 대출형과 투자형이다. VIK가 크라우드 펀딩을 사칭해 투자자들을 모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은 이자 수익을 목적으로 한다. 긴급 자금이 필요한 개인이나 회사가 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나중에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면 이자 수익을 투자자들이 나눠 갖는 방식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중개자는 일정한 수수료를 챙긴다. 문제는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법적 근거가 현재 전무하다는 것이다. 대출형은 주로 P2P 금융(개인 간 직거래 방식 금융 서비스·Peer to Peer Finance)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 방식은 크라우드 펀딩이라기보다는 대부업에 가깝다. 대부업자의 중개로 펀딩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의 법적 근거는 마련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돼 현재 입법예고 됐으며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 일반 투자자는 한 기업에 1년에 200만 원, 개인 한도액은 연간 500만 원까지며, 크라우드 펀딩 회사의 난립을 막기 위해 자본금 규모는 5억 원으로 조정했다. 또 크라우드 펀딩사는 일종의 금융사이기에 예탁결재원의 관리를 받게 했다. 투자형은 신생기업 등을 대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유형으로 투자금액에 비례해서 투자사가 지분을 취득하거나 수익을 나눠 갖는다. VIK는 유망한 스타트업 기업들에 초기 자금이나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해 성과를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VIK는 투자자를 모집할 때 대출형 P2P금융을 모방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해도 VIK는 크라우드 펀딩사가 아니다.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아 유사수신 혐의를 받는 VIK와 크라우드 펀딩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피투자회사를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느냐다. VIK는 투자자가 피투자회사를 선택하는 구조가 아니며, 심지어 투자금이 어느 회사에 투자 됐는지도 제대로 밝히지도 않고 있다는 점에서 위법 혐의를 받고 있다. [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