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시장, 신의를 돌려 줄 차례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지난 대선 당시 ‘안풍(安風) 진원지’인 광주를 방문해 민심 공략에 나선다.
안 전 대표는 일단 민생행보에 나선다. 이날 첫 방문지로 지역은행인 `광주은행‘을 찾아 지역경제 활성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어 정책개발 연구모임인 시민네트워크 ’무등‘ 창립식에서 강연을 하고, 광주지역 세 기반 마련을 꾀한다.
그는 이튿날인 오는 18일 오전까지 광주에 머무르며 광주지역 환경미화원과의 만남과 지역 방송국 인터뷰를 가진 후 상경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광주행이 안철수 신당 성공에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세’ 확보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관심의 핵에 윤장현 광주시장이 있다. 안 의원의 독자적인 성공을 위한 핵심 열쇠는 광주지역의원과 윤 시장의 거취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역 일각에선 이른바 ‘결초보은(結草報恩)’의 차원에서 안 의원을 도와야 한다는 견해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윤 시장은 지난해 6·4 지방선거 때 안철수 당시 공동대표로부터 정치적 신세를 졌다. 초반 선거 판세로 볼 때 모든 면에서 당선권과는 거리가 먼 한낱 시민운동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안 전 대표는 `자기사람 심기 낙하산 공천’이라는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윤 시장에 대한 전략공천을 강행, 강운태 당시 시장을 막판에 뒤집었다.
윤 시장은 우여곡절을 거친 중앙당의 전략공천에 의해 텃밭 광주시장 후보가 됐지만 당시 상대 후보였던 강운태 전 시장과 이용섭 의원은 행정경험은 물론 언변이나 정치적 경력, 지지도 등에서 대적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게다가 선거막판에 가서는 두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그야말로 판세를 예측할 수 있는 ‘호각지세(互角之勢)’였다.
그때 당시 광주시민들은 윤 시장에게 전략공천을 해 주도록 요구한 광주지역 국회의원 5명을 ‘신 오적’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광주시민들의 선택권을 빼앗았다는 점에서 안철수 의원마저 당당하게 광주로 내려오는 것에 대해 주저주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5·18기념식에 맞춰 민주화 묘역을 방문한 뒤 광주mbc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던 중 안 의원은 승용차 속에서 계란세례를 당하는 정치적 테러를 심야에 당한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런 곡절 끝에 윤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9명의 광역단체장 중 유일하게 ‘안철수 사람’으로 당선됐다.
안 전 대표가 없었더라면 현재의 윤 시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부터 맺어진 의기투합, 동행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번 탈당사태 과정에서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두 사람의 ‘동행’에 균열이 나타나는 조짐을 보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안 전 대표의 탈당직후 윤 시장은 “안철수 전 대표의 선택은 이해한다”면서 “`안철수‘는 새정치의 아이콘인데, 현재의 당 상태는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또 “늘 역사와 대화하고 미래에 대해서 책임지는 정치인을 국민들은 기대한다”면서 “ (안 전 대표가) 잘 되기를 바란다”고 일단 동반탈당에는 일단 선을 그었다.
그러나 윤 시장이 정치적 도의라는 관점에서 새정연을 탈당한 뒤 광야에 홀로서서 괴롭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이른바 ‘결초보은(結草報恩)’의 자세로 안 의원을 도와야 한다.
그게 윤 시장뿐만 아니라 광주를 위해서도, 호남정치 복원을 위해서도 올곧게 가는 길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지금 안 의원의 탈당을 지켜보는 호남지역 민심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의원이 대표로 있는 새정연을 털어버리고 다른 정치세력을 규합해야 호남정치를 복원할 수 있다는 생각들이 많다. 호남이 수권가능정당의 중심에 서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더욱이 광주시장은 말끝마다 시민의 편에 서서 시민들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늘 강조해왔다.
지금 호남민심은 백주대로에서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했다가는 맞아 죽을 지도 모른다고 회자될 정도로 ‘혐문(嫌文)’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나아가 윤 시장이 정치적인 입장 보다는 인간적인 의리를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윤 시장은 시궁창 같은 정치판 사람들과는 달라야 한다.
안철수가 새정치연합 공동대표 시절 광주시민이 바라는 공천 룰을 깨고 전략공천을 하는 데는 윤시장과 함께 신당을 창당하면서 쌓인 ’신뢰와 믿음‘ 때문이었다. 안 의원으로선 모험을 강행했다고 볼 수 있다.
사마천은 “옛 친구를 잃으면 천하를 잃는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윤 시장이 안 의원에게 신의를 되돌려 줄 차례다.
정성환 호남취재본부장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