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수배·메르스 뚫고 ‘희망꽃’이 피었습니다
우선 올해 최대 이슈는 메르스였다. 따라서 첫 번째 이슈메이커 역시 메르스 감염 환자와 그 가족들이다. 이어 롯데 경영권 분쟁의 중심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 박창진 사무장, ‘성완종 리스트’의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최근 오른팔 강태용의 검거로 화제가 되고 있는 조희팔, 표절 논쟁에 휘말린 신경숙 작가, IS에 가담해 논란이 된 ‘IS 김군’, 클라라 논란으로 시작해 방산비리까지 이슈를 양산한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 불륜 스캔들로 화제가 됐던 강용석 변호사, 그리고 최근 조계사 도피로 눈길을 끈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이 올해의 이슈메이커에 이름을 올렸다.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 조희팔, 신경숙 작가
#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올 한 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린 재벌그룹은 단연코 ‘롯데’다. 아쉽게도 경영성과 등의 희소식이 아닌 롯데그룹 경영권 승계 갈등으로 구설수에 올라 기존 국민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두고 서로를 공격하며 형사소송과 법정 공방까지 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형제의 난의 중심에는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있다. 신 총괄회장이 지난해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롯데 모든 지위를 해임한 데 이어 올해에는 신동빈 회장을 해임하는 행보를 보였던 것이다. 자식들에게 좌지우지되는 모습으로 인해 건강이상설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신 총괄회장을 만나기 위해 기자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에 가보기로 했다. 신 총괄회장은 2011년부터 이곳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 신 회장의 비밀공간으로 불리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과 신 회장 측 인사들이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만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이곳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런지 기자가 직접 롯데호텔 신관 34층으로 향했다.
객실 키가 없이는 1층 로비 승강기에서 6층 이상으로 접근할 수 없었다. 우연히 31층까지 가는 외국인 관광객과 탑승해 31층에 다다랐다. 비상구 표시를 따라가 비상용 승강기로 34층에 도달할 수 있었다.
34층에는 스위트룸이 있었고 집무공간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문이 보였다. 그 공간 역시 기존에는 스위트룸이었지만 신 회장의 집무를 위해 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무 공간은 집무실과 거실, 욕실, 침실, 대회의실, 사무실, 비서실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기자는 빈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다만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신 총괄회장의 롯데호텔 34층 집무공간 주위에 별도의 경호 인력이나 호텔리어는 배치돼 있지 않았다.
#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
지난해 12월 ‘땅콩회항’이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기업의 갑질’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고객서비스 미흡을 트집 잡아 이륙 준비를 한 항공기를 회항시킨 것.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은 조현아 전 부사장을 옹호하고 박창진 사무장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의 폭언과 폭행으로 병가를 내기도 했으며 외상후 신경증, 적응장애,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는 이후 지난 3월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승인을 받아 내년 1월 7일까지 요양기간을 갖게 된다.
한편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 5월 항공보안법상 항로변경 혐의 등에 대한 선고 공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이에 박 사무장은 지난 9월 미국 뉴욕 주 퀸스카운티 법원에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기자는 인터뷰를 시도하기 위해 박 사무장의 근황을 수소문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박 사무장이 요양 중이라 쉬고 있으며 본인이 직접 사내 연락망에서 자신의 연락처를 지웠다. 그만큼 언론 등 외부 접촉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창진 측 변호사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이기 때문에 근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범’ 조희팔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범’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이 중국 공안에 체포된 지 68일 만인 지난 16일 국내로 송환됐다. 강태용은 김해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조희팔의 생사를 묻는 취재진을 향해 “조희팔은 죽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조희팔의 생존설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그동안 결정적인 생존 단서만 포착되지 않았을 뿐 조희팔을 직접 봤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 산둥성 청도의 한 다방에서 조희팔로 추정되는 인물과 맞선 형태의 가정부 채용 면접을 본 중국인 여성 2명을 직접 만나고 온 노정호 한국노년복지연합 사무총장은 기자에게 최근의 조희팔 목격담을 전해줬다.
노 씨는 “여성과 다방 주인에게 조희팔 사진을 보여주자 조희팔이 맞다고 확신했다”면서 “올 추석에 조희팔을 만났다고 하니 적어도 추석 때까지 조희팔이 살아있었음이 확인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청도 목격담을 들은 중국인 제보자 A 씨 역시 “조희팔을 비호하고 있는 중국 공안으로부터 조희팔이 산둥성 일대 여러 곳에 은신처를 두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이번 생존설 추적은 매우 신빙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 공안은 조희팔이 제법 안정적인 도피 생활을 하고 있기는 하나 꼬리 자르기를 무모하게 많이 해온 터라 정신적으로 의지할 만한 상대가 없어 많이 외로워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표절논란을 일으킨 신경숙의 소설 <전설>이 실린 소설집 <감자 먹는 사람들>.
지난 6월 신경숙 작가 작품 <전설>이 일본 미시마 유키오 작가 작품 <우국>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 문단을 크게 뒤흔든 표절 논란이었지만 신 작가는 침묵했다. 그렇지만 표절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로 표절을 인정했다. “이 문제를 제기한 문학인을 비롯해 제 주변의 모든 분들, 무엇보다 제 소설을 읽었던 많은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지만 “임기응변식 절필 선언은 할 수 없다”며 작품 활동은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신경숙 작가는 칩거 중이다. 문학상 심사위원 등 외부 활동을 모두 중단했다. 그의 말처럼 작품 활동은 이어가겠다고 밝혔으니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 작가를 만나기 위해 출판사 ‘창비’에 신 작가의 연락처를 문의했지만 창비 측은 “현재 외부와 접촉을 일절 안하고 있다. 이메일 주소 또한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가 직접 신 작가의 평창동 집을 찾았다. 벨을 연신 눌렀음에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메모라도 남기고 가려고 어둠 속에서 담벼락에 의지해 펜을 꺼내 든 기자를 보고 인근 주민이 “주방 불이 켜져 있다”며 “벨을 다시 눌러보라”고 걱정 어린 조언을 해주었다. 이 밖에도 재활용 쓰레기가 대문 밖에 있는 정황을 보아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 IS 김군,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 강용석 변호사,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 IS 김군
지난 1월 8일 김 아무개 군은 펜팔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터키 이스탄불로 출국했다. 하지만 터키 킬리스에서 김 군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곤 김 군은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IS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졌다. IS에 가담한 외국인 중 한국인으론 최초였기에 국내에선 충격이 컸다. 그렇게 붙여진 별명이 ‘IS 김군’이다. 국가정보원이 5월까진 김 군의 행적을 추적했으나 현재는 생존 여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9월에 미국·요르단 연합군이 시리아 북부에 위치한 IS 근거지 라카를 공습해 김 군의 사망설이 돌았다. 당시엔 200여 명의 IS 외국인 부대가 있었고 80여 명의 부대원들이 사망했는데 정황상 김 군의 사망을 추정하고 있는 상태다.
<일요신문>은 김 군 부모를 만나기 위해 거주지를 찾았다. 김 군 부모의 집 인근 주민들은 “이사 갔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입을 모았다. 하지만 기자가 확인해 본 바로는 아직 빌라에 김 군의 가족이 살고 있었다. 김 군 부모 거주 빌라 주민은 “현재 집엔 아무도 없다. 벨 한 번 눌러보라”며 “김 군 가족은 취재진과 접촉을 일절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빌라 인근의 한 상인은 “장사를 하다 보면 오다가다 얼굴을 익히게 된다. 지난 1월에도 취재진이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봤냐고 물었다. 엄마는 얼굴 본 기억이 있는데 다른 가족들은 기억에 없다”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과 외교부가 대한민국 또한 IS의 테러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지난 10월에는 김 군 외에도 IS에 가담하려는 한국인 2명이 있어 이들을 출국 금지하고 여권도 취소한 사례가 있다.
#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이슈메이커가 된 것은 클라라와의 분쟁 때문이다. 일광그룹의 계열사인 폴라리스 소속이던 배우 클라라는 지난해 12월 회사를 상대로 전속 계약 해지 소송을 제기했다. 이 회장으로부터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이유다. 그러자 이 회장은 “계약을 취소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며 협박죄로 맞고소했다.
양측의 공방전이 폭로전으로 이어지며 화제를 양산한 이 회장은 방산비리 혐의로 다시 한 번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지난 1월 검찰은 무기 중개업체 일광공영에 대한 비리를 수사했다. 터키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사업 중개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리고 요구 성능을 충족하지 못하는데도 거래를 중개했다는 부분이 핵심이었다. 비리 규모는 1100억 원대에 이른다. 결국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3월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현재 이 회장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며 방산비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한 이 회장의 부인은 지난 10월 일광공영 산하의 사립학교 교비를 불법으로 빼돌린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클라라와의 분쟁은 지난 9월 민·형사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합의하면서 마무리됐다.
# 강용석 변호사
‘남자사람친구’를 줄여 부르는 ‘남사친’은 ‘여사친(여자사람친구)’과 함께 자주 쓰이는 말이다. 서로 가까운 사이지만, 연인 관계는 아닌 성별만 다른 친구라는 뜻이다. 파워블로거 ‘도도맘’ 김미나 씨는 변호사이자 방송인 강용석 씨와의 불륜관계를 부인하면서 “강 변호사는 동성친구와 다름없는 남사친”이라고 표현했다. 함께 해외에서 수영을 즐기고 값비싼 저녁식사를 했지만 “우리는 그냥 친구일 뿐”이라는 두 사람의 해명에서 ‘남사친·여사친’의 경계가 재조명됐고, 연인 또는 배우자의 남사친 또는 여사친을 용인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들끓었다. 최근 강 변호사는 오는 2016년 4월 총선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히는 용산 출마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17일 강 변호사 사무실에 방문했지만 그는 자리에 없었다. 이후 강용석 변호사는 사무실 관계자를 통해 인터뷰 거절 의사를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강 변호사가 문자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 특별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근황을 묻자 “잘 모른다”고 짧게 대답했다.
12월 10일 조계사에서 자진퇴거하는 한상균 위원장. 오른쪽은 도법스님.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일반 교통 방해 등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 영장과 구속 영장이 발부됐던 전국민주노총조합총연맹(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5개월간의 은신 생활을 접고 지난 10일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지난 10월 15일 민주노총 위원장 집무실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로 은신처를 옮긴 한 위원장은 화쟁위원회와 신도회의 마찰로 거취가 불안한 가운데 26일 동안 조계사에 있었다. 신도회와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의 보수단체가 한 위원장의 퇴거를 끊임없이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신도회 관계자와 한 위원장의 몸싸움까지 벌어지자 신도회는 지난 1일 임시비상총회를 갖고 한 위원장의 거취 기한을 지난 6일로 정했으나, 한 위원장은 거취 기한을 4일 넘긴 후에서야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이로써 한 위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조계사의 치외법권 지대 논란은 또 다시 도마 위로 떠올랐다.
제2의 한상균 사태에 대한 조계사의 입장이 주목되는 가운데 조계사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은 지난 11일 “앞으로도 불가피한 인연들이 주어지면 이 길을 갈 수밖에 없다”면서 신변보호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사견을 밝혔다. 반면 신도회의 이세용 종무실장은 지난 17일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제2의 한상균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면서 “아직까지 회원들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해보지 않아 신도회의 공식 입장을 밝히기가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한 위원장에게 소요죄를 추가로 적용해 한 위원장을 지난 18일 검찰에 송치했다.
특별취재팀=유시혁 문상현 최영지 김경민 박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