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여걸’ 외식업 도전장
유수홀딩스가 푸드타운 콘셉트로 지은 ‘테라스원’. 박은숙 기자
지난 11일 여의도 테라스원 오프닝 행사에서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은 “테라스원이 여의도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CEO)로서 그 어느 때보다 최 회장의 목소리와 다짐이 높았다. 자신의 홀로서기와 새출발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테라스원에서 최 회장의 감회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06년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과 사별 후 2007년부터 맡아온 한진해운을 지난해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넘겨주고 여성 CEO로서 새롭게 출발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지분 관계가 모두 정리됐고 사업적으로도 완전히 다른 기업”이라며 “한진그룹에서 지원하거나 사업과 정보를 공유하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6월 한진해운홀딩스는 분할합병을 통해 한진해운을 자회사에서 제외시켰다.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 지분 전량을 대한항공에 넘겼고 두 달 후인 8월에는 한진해운홀딩스 최대주주 대한항공이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한진그룹 계열사들인 한진과 한국공항 역시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전량 처분하면서 한진해운홀딩스는 한진그룹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왔다.
한때 한진그룹에서 계열분리를 꾀하기도 했던 최 회장은 지속되는 글로벌 경기 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남편의 혼이 담겨 있는 한진해운을 시숙에게 넘겨줬다. 재계에서는 흔히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최은영 회장을 비교하는데, 남편과 사별 후 가정주부에서 하루아침에 해운업을 이끄는 여성 CEO가 됐다는 점에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둘 다 극심한 곤경에 처한 것도 공통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러나 “현대그룹은 엘리베이터, 증권 등 사업포트폴리오가 비교적 다양한 반면 한진해운은 그렇지 못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사명 변경 후 1년여 동안 공들인 끝에 테라스원을 통한 외식 사업으로 홀로서기와 새출발에 나섰음을 알렸다. 최 회장이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에 도전 의사를 보인 것은 지난 5월 커피전문점 ‘카페콜론(CAFE COLON)’을 열면서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여성 CEO들이 그래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7년간 한진해운 회장을 맡으면서 쌓은 CEO로서 경험은 무시하지 못한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러나 최 회장이 사업과 경영에 큰 뜻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워낙 미술과 문화 분야에 관심이 많은 고상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며 “거칠고 독한 사업가 기질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에서인지 이제 53세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최 회장은 벌써 후계구도를 확립해나가고 있다. 1986년생으로 29세인 장녀 조유경 유수홀딩스 상무가 싸이버로지텍 상무를 겸직하는 등 유수 내부에서 중책을 맡으며 경영수업을 하고 있다. 또 최 회장의 차녀이자 조 상무의 동생인 조유홍 씨(27)와 함께 유수홀딩스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면서 오너 경영권의 안정을 다지고 있다.
현재 기업집단 유수는 지주회사 유수홀딩스를 정점으로 싸이버로지텍, 에이치제이엘케이 등 국내 6개 계열사를 두고 있으며 자산은 4500억~50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주회사 유수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최 회장으로 18.11%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장녀 조 상무와 차녀 유홍 씨가 각각 9.31%를 갖고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