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리자마자…식구끼리 밥그릇 싸움 조짐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지난 연말 우여곡절 끝에 취임했지만 ‘연계영업’ 갈등 예고 등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연합뉴스
올 상반기부터 시중은행 창구에서 같은 계열사 저축은행과 캐피탈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난 연말 금융위원회가 금융지주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계열사 간 연계영업이 확대되도록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주사들은 이미 전산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이렇게 되면 지주계열 저축은행은 단번에 전국 수천 개의 영업점을 갖게 되는 셈이다. 비지주계열 저축은행들의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 업계가 전체 금융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볼륨이 중요한 게 아니다. 시중은행이 모두 챙길 수 없는 서민들과 소상공인들에게 자금을 ‘수혈’하기 때문이다. 이런 본연의 임무를 망각했기에 지난번 ‘저축은행 사태’가 터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로 상징되는 몇몇 저축은행들의 무리한 외연 확장은 결국 파국을 가져왔고 고객의 신뢰를 잃은 것은 물론이요, 업계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
저축은행 사태로 지각변동을 겪은 후 업계의 태도도 달라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 이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게 사실이다. 또 다시 신뢰를 잃는다면 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부실로 퇴출된 은행들은 크게 두 갈래 길을 통해 재탄생했다. 바로 ‘일본계 자금의 유입’과 ‘금융지주사 편입’이다. 이로써 저축은행 업계는 다른 어떤 금융권보다 풍부한 ‘생태계’를 자랑하게 됐다. 같은 저축은행이라는 간판을 걸고 있지만 각자의 이해관계는 판이하게 다르다. 때문에 금융당국의 연계영업 강화 방침은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이런 복잡한 업계 속사정을 제대로 알고 정책을 짰는지는 의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계열사로 저축은행을 두고 있는 금융지주사는 KEB하나, 신한, KB국민, NH농협, BNK부산 등이다. 절대 다수의 나머지 은행들은 전업(비지주)계열 저축은행들이다. 때문에 이들 비지주계열 저축은행들의 우려와 불만이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한 비지주계열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주계열의 연계영업이 얼마나 활성화될지, 또 얼마나 시너지를 낼지 일단 지켜볼 일”이라면서도 “자칫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사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연계영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다만 이번 규제 완화로 업무 위탁이 전면 허용되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상담을 받으러 온 고객들 중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들에게는 계열사 저축은행에 가볼 것을 권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동안의 연계영업 실적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한 지주계열 저축은행 관계자는 “같은 계열 시중은행에서 소개해줘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들이 있긴 하지만, 전체를 놓고 보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다른 지주계열 저축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은 지주사의 브랜드를 신뢰한다. 때문에 시중은행을 먼저 찾아 대출 승인을 못 받은 고객들이 자연스레 같은 계열 저축은행을 찾는다”며 연계영업의 시너지를 높게 평가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중앙회 관계자는 “저축은행중앙회,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로 이뤄진 TF팀이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존재했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갖고 이 문제에 대해 논의 했으나 의견 차가 커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이순우 회장이 새로 왔기 때문에 TF팀이 재가동돼 합의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순우 회장도 지난 7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은행 등 금융지주 체제가 아닌 시중은행들과 비지주계열 저축은행들의 연계영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을 검토 중”이라며 “산적한 업계의 과제들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금융이란 게 결국 다 같은 구조라고 생각한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시절에 우리저축은행이 있었다. 당시에 이미 연계영업을 지시한 경험이 있다. 오늘부터 각 지부별로 회원사들을 만나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고충을 수렴하려 한다. 궁극적으로 우리들 자신이 먼저 변화된 모습을 보이면 고객들도 다르게 볼 것이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이번 과제는 이 회장에게 첫 난관이자 기회라는 말이 나온다. 금융지주사 회장 출신인 이 회장이 자신이 경력을 살려 지주계열과 비지주계열의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낸다면 지난 회장 선출 과정의 잡음을 덮고 회원사들의 진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까닭에서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
JB금융지주 두배 채용의 비밀 “◯◯대학 학생들만 오세요” JB금융지주 산하 두 지역은행인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이 지난해 신입행원 채용 인원을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취업난 속에 구직자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기존 5급 일반직과 7급 ‘사무텔러’로 이원화된 직급을 7급(정규직)으로 통합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4500만 원 수준이던 옛 5급 신입 초봉을 7급으로 일원화하면서 3300만 원으로 낮췄다. 은행에는 비용절감 효과를 구직자에게는 기회의 확장을 가져다 준 ‘묘수’로 칭찬 받는 이유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이면이 감춰져있다. 바로 ‘추천채용’이다. 은행이 각 대학에 정해진 인원을 추천 요청, 세 번의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가려내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추천을 받는 대학들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해당 대학 출신이 아닌 사람은 지원조차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전북은행은 전북·대전·서울지역 대학들에서, 광주은행은 광주·전남·서울지역 대학들에서 추천자를 받고 있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서울지역의 경우 상위 10개 대학에서만 추천자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채용 인원의 대부분이 지역대학 출신들이다. 지역인재를 적극 발굴한다는 측면을 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부산은행 대구은행 등 다른 지역은행들이 전국단위 공채를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