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낚으려다 가짜에 낚일 수도
부동산 중개 앱 ‘직방’ ‘다방’과 중고차 중개 앱 ‘SK엔카’. 중개 앱 덕분에 며칠을 발품 팔아야 했던 수고는 덜 수 있게 됐지만 허위 매물에 허탕치는 등 부작용이 늘고 있다.
부동산 중개 앱 업체인 ‘직방’의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00만 건을 넘어섰다. 후발 주자인 ‘다방’도 600만 건을 돌파했다. 부동산 중개 앱이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기능도 갈수록 편리해지고 있다. 지하철역까지 걸리는 시간별로 매물을 검색할 수 있다. 아예 지도를 펼쳐 놓고 등록된 매물 수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이사 갈 집이나 방을 구하려고 부동산중개업소를 돌아다니던 모습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부동산 시장에서만 인기가 좋은 게 아니다. 신차 시장에 비해 1.5배가량이나 큰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도 모바일 앱을 이용한 매매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사실 온라인을 통한 중고차 매매는 이미 널리 이뤄지고 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중고차 중개 앱을 통한 거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대 온라인 중고차 오픈마켓 ‘SK엔카닷컴’은 이미 2014년부터 모바일 앱 방문자 수가 웹사이트 방문자 수를 넘어섰다. 2015년 집계에 따르면 모바일 앱 일일 평균 방문자 수가 24만 1407명으로 웹사이트보다 1.6배나 많았다. SK엔카 관계자는 “소비자가 정보를 검색할 때 모바일 기기를 가장 선호하고 있어 중고차 시장에서도 모바일 앱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개 앱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중고차 시장에도 상당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부작용도 없지 않다. 먼저 부동산 중개 앱에 등록된 매물 중에는 허위·미끼 매물이 곳곳에 숨어있다. 있지도 않은 매물을 시세보다 싸게 등록해 두고, 고객이 앱을 보고 문의하면 일단 방을 보러 오라고 한다. 막상 부동산 중개인을 만나보면 앱에서 본 그 집은 이미 계약이 되었거나 조건이 바뀌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다른 매물을 권하는 식이다. 대부분은 기왕 발걸음을 한 김에 중개인이 추천하는 부동산을 둘러본다.
최근 전세난이 심해진 상황을 이용하는 업소도 있다. 기자는 지난 20일 부동산 중개 앱에 나온 전세 매물에 대해 문의를 해봤다. 보증금 8000만 원에 전세로 나온 한 오피스텔을 보고 전화했더니 직원은 “원래 전세였는데 집주인이 갑자기 말을 바꿔 아직 업데이트를 못했다”며 “반전세로 (보증금) 7000만 원에 (월세) 10만 원까지는 가능하다”며 다른 계약을 유도했다. 다른 몇 군데도 같은 방식이었다.
이처럼 피해 사례는 늘어 가는데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전무하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우리 위원회에서 중개 앱의 허위 매물을 직접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다만 허위 매물을 앱에 올린 행위를 표시·광고법상 허위·과장 광고로 보고 제재를 가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중개 앱을 관리·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중개하는 매물에 따라 담당부서가 다른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부동산과 자동차에 관한 것이기에 모두 국토교통부 소관이다. 부동산은 주택정책과에서, 중고차는 자동차정책과에서 각각 담당한다. 국토부 자동차정책과 관계자는 “국토부에서도 부동산 중개 앱의 허위·미끼 매물 피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정기적인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업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대로 된 관리 방안을 찾아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주택정책과 관계자도 “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중개 앱 업체들도 이런 허위·미끼 매물을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중개 앱을 운영하는 다방에서는 ‘허위 매물 ZERO(0)’라는 문구를 내걸고 허위 매물 근절에 힘을 쏟고 있다. 다방 관계자는 “사용자가 신고를 하고 사실 확인 후 허위 매물로 드러날 경우 해당 부동산중개업소에 주의를 준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허위 매물을 올리면 3차에 걸쳐 경고를 주고, 그 이후에는 해당 업체는 퇴출시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달리 보면 허위 매물을 3번까지는 올려도 된다는 얘기다. 다방 관계자는 “허위 매물 근절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며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직방에서는 안심중개사 제도를 도입했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그간 서비스를 하면서 매물 검수와 더불어 중개사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고질적인 부동산 정보 서비스의 불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제도의 취지를 설명했다.
중고차 매매에서도 허위·미끼 매물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중고차 중개 앱 사용자가 웹사이트 사용자보다 늘면서 허위·미끼 매물도 함께 늘어났다는 것이다. 앞서의 SK엔카 관계자는 “별도의 전담팀을 두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자체 규정에 따라 접근금지, 매물삭제 등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싸고 좋은 차는 없다”면서 “보험개발원에서 운영하는 ‘카히스토리’ 웹사이트에서 사전에 기본적인 차량 정보를 반드시 확인할 것”을 강조했다. 또 “차량 사진의 배경을 보고 현재 계절과 현격히 차이가 난다면, 사진을 도용한 허위·미끼 매물로 의심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기자 julia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