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낮을수록 유리 ‘때 기다려 노 젓는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주가하락이 절묘하게 도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전자 빌딩 전경.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삼성증권도 28일 604억 원을 들여 170만 주를 자사주로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매입 시점 주가는 2005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삼성증권의 기존 자사주 보유비율은 발행주식의 5.5% 수준으로 높은 편이 아니다.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자사주 보유비율은 7.7%로 높아지고 삼성 특수관계인 지분 19.46%와 합쳐 28% 넘는 내부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금융지주 전환에 필요한 내부지분율 30%를 거의 채운 셈이다. 지난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도 삼성물산 주가가 수년래 가장 낮은 때 발표됐다. 결국 삼성 계열사 간 지배구조 개편 시기가 모두 주가가 낮아진 시기와 맞물렸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남은 가장 큰 숙제는 두 가지다.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처분과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상속(증여)이다. 공교롭게도 이 두 가지도 주가가 낮아질수록 유리하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7.21%의 가치는 14조 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을 제외하면 다른 계열사가 살 수도 없다.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삼성물산이 이를 사기도 부담스럽다. 당장 14조 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문제지만, 현재 회사 규모에서 이 지분을 매입하면 총자산에서 삼성전자 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현재 법규상 강제로 지주사로 전환해야 해 여러 가지 규제를 받게 된다.
삼성이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바이오사업이 ‘대박’을 터뜨려 삼성물산 기업가치가 급증하지 않는 한 단기간에 총자산을 크게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증권가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을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 삼성전자 지분을 포함한 지주회사를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시나리오를 거론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지주사 체제 전환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오는 또 다른 가능성이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는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자사주 보유비율은 발행주식의 12%선에서 더 늘어나지 않고 있다. 내부지분율 17.64%와 합하면 약 30%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지분 7.21%를 자사주로 매입해도 내부지분율에는 변함이 없다.
증권가 관계자는 “경영권을 안정시키면서 금산분리, 또는 지주사 전환이라는 지배구조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명분만 통한다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전자가 자사주로 매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입 시기는 주가가 낮을 때를 택해야 삼성전자 주주들의 이해를 구하기 쉽다.
이 같은 거래는 삼성생명에도 나쁘지 않다. 총수일가가 직간접적으로 40%의 지분을 갖고 있고, 무수익 자산에 가까운 유가증권을 현금화할 수 있어 주주들의 반발도 크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14조 원에 달하는 현금이 유입되는 효과도 기업가치 제고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최근 삼성생명 주가 흐름이 좋은데, 결국 이 회장과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높은 만큼 가장 주주친화적 경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당장 배당만 하더라도 배당액의 40%가 이 회장과 통합삼성물산에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SDS의 경우 이 부회장이 보유지분을 일부 매각한 만큼 향후 현금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따라서 주가가 높아질수록 총수일가에 유리하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최열희 언론인
공정위, 롯데 제재 별 볼 일 없는 까닭 허위공시 입증돼도…1억 미만 벌금 공정위가 지난 1일 밝힌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신격호 총괄회장 등 롯데그룹 총수 일가는 2.4%의 지분만으로 국내와 해외에서 순환출자 등 복잡한 관계를 통해 그룹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이미 다 알려진 내용이다. 신동빈 회장도 이미 순환출자 해소를 공약했다. 두 번째는 해외계열사 소유현황 및 지배구조다. 공정위는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 등 총수일가가 일본 롯데를 중심으로 일본에 36개사, 스위스에 1개사 등 총 37개의 해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윤사에 대해 신격호 총괄회장은 0.83%의 지분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등 일가는 총 88.75%를 지분을 갖는 등 총수일가 지분은 89.58%다. 그러나 이 역시 대부분 알려진 사실이다. 경영권 구조를 알 수 있는 결정적 정보, 즉 광윤사 롯데홀딩스 등 일본 내 롯데 주요 계열사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분 소유현황은 공개되지 않았다. 해외 계열사들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아 개인정보나 영업비밀 등에 관련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일가의 비상장 해외 계열사 지분구조가 지배구조의 핵심 자료인데,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에서도 밝혀지지 않았다. 사실상 전혀 새로울 게 없다”고 꼬집었다. 셋째는 해외 계열사들이 특수관계자가 아닌 기타주주로 국내에 신고된 점이다. 공정위가 제재에 나선 근거다. 하지만 고의로 잘못된 자료를 제출한 사실을 입증해도 1억 원가량의 벌금이 전부다. 롯데는 공정위 발표 직후 “일본 롯데 계열사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이 일부 미진했던 부분은 한일 롯데 경영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으로 고의성은 없었다”며 “해외 계열사 조사에 성실히 임했으며, 앞으로도 추가 자료 제출 등 조사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