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요신문 DB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
새누리당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지난 11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했다. 당내경선이 본격화되면서 이들의 경쟁력과 과거 이력 등 일거수일투족은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동시에 예비후보들에 대한 자질 논란이나 부적격자 문제도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예비후보들이 일제히 등록하며 후보들의 음주운전, 전과기록, 심지어 살인미수 혐의 등이 공개되면서 자질 논란에 불이 붙었다. 국회 주변에서는 이 위원장이 ‘현미경을 대고 들여다보겠다’는 발언도 최근의 논란과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선거판에서 작은 흠결로 인해 경선에서는 이겨도 본선에서 낙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이 자격미달의 후보들을 걸러내겠다고 한 만큼 향후 문제 후보들에 대한 처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8, 19대 총선에서 후폭풍도 있었지만 새누리당의 승리 비결 중 하나가 가혹할 정도의 현역 물갈이였기 때문이다. 최근 여의도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위원장이 주목하는 자질 논란 중 하나가 ‘논문 표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영입인사였던 김선현 교수가 논문 표절 의혹으로 사퇴하면서 더민주의 악재로 작용한 바 있다.
사실 지금껏 논문 표절 의혹으로 구설에 오른 현역 의원들이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문대성 의원이다. 문 의원은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지난 1월 22일 이를 번복하고 인천 남동갑 예비후보로 등록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럼에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직접 문 의원에게 출마를 권유해 선거에 뛰어든 만큼 컷오프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많다.
서울 양천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길정우 의원 역시 논문 표절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예일대 박사학위 논문과 도쿄재단 후원을 받은 논문이 표절 의혹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길 의원은 지난 2012년 5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안이했다, 순진했다”며 표절 일부를 시인하면서 “혹시 다른 이유를 내걸어 사퇴하더라도 (본인의 논문표절 관련) 기사가 나가느냐”고 묻고 “그런 경우엔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해 논란을 키운 바 있다.
경북 상주에서는 지난 1월 27일 박영문·성윤환 새누리당 예비후보 3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김종태 의원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문제를 지적하며 국회의원직과 20대 총선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표절한 논문의 오탈자까지 똑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기획된 음모”라며 반박했다.
경기 안산에서도 지난 4일 허숭·이혜숙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기자회견을 열어 같은 당의 박순자 예비후보의 석사학위 논문표절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경기 시흥의 함진규 의원 역시 석사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함 의원은 표절의 일부 내용을 시인하면서도 “선거공보물에 석사학위와 관련한 내용을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9대 국회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국회의원에 출마한 사람들이 기본적인 자질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은 최악의 국회였다”며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에 대해 과감한 컷오프가 필요하다는 것이 국민 여론이다. 야당이건 여당이건 그렇게 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