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아이브 콘셉트 호평, 뉴진스 최단기간 도쿄돔 입성…르세라핌, 코첼라·하이브 쇼크로 이미지 타격 상당
먼저 지난 4월 29일 EP 2집 ‘아이브 스위치’로 컴백한 아이브는 더블 타이틀 곡 ‘해야(HEYA)’와 ‘아센디오(Accendio)’로 각각 한국풍과 마법 소녀 콘셉트를 선보여 큰 호평을 받았다. 발매 첫 주 일주일 판매량을 집계하는 초동 판매량은 약 132만 장으로 2023년 10월 13일 발매한 EP 1집 ‘아이브 마인(I'VE MINE)’(약 160만 장)에 이어 커리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다만 이번 컴백이 아이브에게 있어 마냥 꽃길로만 펼쳐져 있던 것은 아니었다. 타이틀곡 가운데 ‘해야’에 한국풍 아이템이 활용됐다는 이유로 “우리 문화를 훔쳤다”며 중국의 거센 반발과 보이콧을 마주해야 했던 것이다. 이런 까닭에 중국 팬들의 일부 판매량이 빠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아이브의 이번 앨범 초동 판매량은 역대 걸그룹 초동 판매량 6위(5월 17일 기준)를 기록했다. 외부 요인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인기를 입증하며 최상위권 걸그룹의 입지를 다시금 다진 셈이다.
그런가 하면, 듣기에 편한 만큼 심심한 콘셉트가 이어지고 있던 ‘이지 리스닝’ 위주의 K팝 신에 혜성 같은 신곡 ‘수퍼노바’를 던진 에스파는 대중에게 충격과 중독을 동시에 안겼다. 데뷔 4년 만의 첫 정규앨범 ‘아마게돈’의 더블 타이틀곡인 ‘수퍼노바’는 에스파 특유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멤버 전원에게 새로운 초능력이 부여됐다는 콘셉트의 독특하고 충격적인 뮤직비디오 탓에 공개 초기에는 팬덤 내에서도 호불호가 극명히 갈렸다.
그러나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대중의 입소문을 먼저 타기 시작하면서 공개 사흘 만에 멜론, 벅스, 애플뮤직 등 각종 음원사이트 1위를 휩쓰는 한편,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63위에 오르는 등 해외 기록으로도 커리어 하이가 확정됐다. 앞서 리더 카리나의 열애설이 불거지며 컴백 전 심각한 악재라는 우려가 있었음에도 이처럼 정식 컴백 전 좋은 성적을 보인 데엔 두 가지 배경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는 팬덤의 거센 반발을 맞닥뜨렸던 카리나가 발 빠르게 결별하고 이후에 별다른 구설이 없었던 점, 또 하나는 그룹 자체가 이번 ‘하이브 사태’의 반사적 이익을 봤다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방시혁 하이브(HYBE) 의장이 민희진 어도어(ADOR) 대표에게 말한 “에스파 밟을 수 있죠?”라는 다소 과격한 언사가 대중의 반감을 산 동시에, 반대로 에스파에 대해서는 호감과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수퍼노바’ 공개 후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이나 뉴스 기사 제목 등에서 “에스파 밟으실 수, 수, 수, 수퍼노바” “밟히지 않는 에스파가 음원차트 다 밟았다!” 등 방 의장의 발언을 이용한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처럼 하이브에게 쏟아진 부정적인 여론이 에스파에게 있어서는 ‘반사판’ 역할을 한 셈이다.
5월 24일 더블 싱글 ‘하우 스위트’로 컴백하는 뉴진스 역시 하이브의 그림자로 인해 더욱 밝아지는 모습이다. 하이브와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어도어 소속 그룹인 뉴진스는 이 전쟁에서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편에 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에게도 반(反) 하이브 성향 대중의 동정과 옹호가 이어지는 한편 팬덤의 응원 역시 건재한 덕이다.
이는 분쟁이 한창이었던 4월 27일 선공개한 더블 타이틀 곡 중 하나 ‘버블 검(Bubble Gum)’ 성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정식으로 음원이 발매되지 않은 상태에서 뮤직비디오로만 선공개된 곡이 유튜브 한국 주간 인기 뮤직비디오와 인기곡 부문에서 1위를, 글로벌 주간 인기 뮤직비디오와 인기곡 차트에서도 각각 2위, 5위에 오르는 등 전세계적인 관심을 증명해냈다.
오는 6월 21일 일본 데뷔 싱글 ‘수퍼내추럴(Supernatural)’을 발매하고 일본에서 정식 데뷔하는 뉴진스는 6월 26~27일 일본 도쿄 돔에서 열리는 팬미팅 ‘뉴진스 버니즈 캠프 2024 도쿄 돔’ 2회차 공연 티켓을 모두 매진시켰다. 데뷔 1년 11개월 만에 도쿄 돔에 입성하는 뉴진스의 기록은 해외 아티스트 중 ‘데뷔 후 최단 기간’ 신기록이기도 하다. 특히 일본에서 정식 데뷔하지 않은 해외 그룹이 콘서트가 아닌 팬미팅으로 도쿄 돔 인원을 꽉 채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막강한 인기의 바탕이 되고 있는 뉴진스의 해외 팬덤 역시 하이브에 상당히 적대적인 입장을 띠고 있어 눈길을 끈다. 뉴진스의 중국 팬덤은 5월 16일부터 “상장이 잘 된 자회사 견제, 역주하는 중인 걸그룹 수납, 실적 마이너스인 CEO 포상, 이게 하이브 수준? 평균 미달” “중국 버니즈가 응원하는 것은 어도어 독립운영 방해하는 방시혁과 하이브가 아니라 항상 뉴진스와 민희진 대표를 비롯한 어도어다”라는 문구가 적힌 트럭을 하이브 본사 앞으로 보내 시위 중이다.
K팝 시장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 유럽 등으로 확장됐다고 해도 여전히 중국 등 동북아시아 지역 팬덤은 ‘큰손’으로 여겨진다. 그런 만큼 국내 팬덤 시위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하이브가 중국 팬덤의 움직임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으로, 이른바 ‘뉴아에르’(뉴진스·아이브·에스파·르세라핌)로 꼽혀온 4세대 최상위권 걸그룹이 이번 세 그룹의 컴백과 하이브 사태로 인해 ‘뉴아에’로 교체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르세라핌(LE SSERAFIM)이 앞선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에서의 라이브 실력 논란에 더해 하이브-어도어 간 경영권 분쟁에서도 부정적으로 언급되며 상당한 이미지 타격을 당한 상태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르세라핌의 공식 소셜 미디어 계정과 자체 콘텐츠 등에는 팬들이 다 대응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비난 댓글이 달리고 있다. 소속사인 쏘스뮤직과 하이브 모두 악성 댓글에 강경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점이 오히려 대중에게 새로운 반감을 안겨주면서 소속사로 시작된 모든 비난이 온전히 르세라핌에게만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소속사와 그룹 모두 이 부정적인 꼬리표를 떨쳐내지 못한다면 해외는 몰라도 국내에서의 이미지 회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