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선물 뭘 사줄꼬” 할무니 지갑 활짝
영화 <헬머니> 한 장면.
지난 1월 소상공인포털(www.sbiz.or.kr)에 공개된 빅데이터 분석은 소비 주체 측면에서 크게 다섯 가지, 즉 △식스 포켓 키즈 △펫 패밀리 △직장인 나홀로 △사회초년생 신실용주의 △공유 소비로 나눠졌다.
아이를 주 타깃으로 하는 창업자라면 ‘식스포켓 키즈(6-Pocket Kids)’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식스포켓 키즈란 아이를 위해 쓰는 돈이 부모 외에도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식스포켓이 미혼의 고모(이모) 삼촌까지 더해져 에잇포켓(8-Pocket)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의 연관어는 19만 3236건으로 전체 내용의 60%를, 고모(이모) 삼촌과 조카의 연관어 키워드는 총 6만 8739건으로 3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 등 SNS에 아래와 같은 게시글을 통한 분석이다.
‘아가씨가 조카 입학한다고 가방을 사주셨어요. 아가씨 말로는 고모가 가방을 사줘야 공부를 잘한다고 하네요 ㅋ. 암튼 제가 다 설레고 걱정되고 그래요.’ ‘올해 조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는데 고모가 가방을 사줘야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사주려고 하는데 어떤 게 좋을까요? 종류가 워낙 많아서 고민이에요. 맘님들 의견 좀 주세요.’ ‘시부모님께서 아이 책상을 사주셨어요.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조부모와 고모(이모) 삼촌의 패턴은 전혀 달랐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이와 함께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 등에 들렀다가 특별한 계기 없이 ‘예뻐서’ 혹은 ‘사주고 싶어서’ ‘졸라서’ 등의 이유로 선물을 사주는 단순함을 보였다. 반면 고모(이모) 삼촌은 졸업이나 입학, 생일, 크리스마스 등 특정한 날을 계기로 어떤 선물을 사줄지 고민한 다음 온라인 쇼핑, 해외직구, 백화점 등 구매처를 결정하는 3단계 소비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도 달랐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고가의 가구, 귀금속, 컴퓨터 등을 주로 구매했고 고모(이모) 삼촌은 장난감, 의류, 가방 등 잡화 제품이나 조카 또래 집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템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명절이나 생일 등에 조부모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며, 온라인 매장은 어린이날, 졸업, 입학 등의 시즌에 맞춰 인기 상품과 최저가 정보를 함께 마련해두는 전략이 필요하다.
펫 패밀리(Pet Family)는 반려동물을 키우며 관련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다. ‘고양이’와 관련한 콘텐츠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양이 55%, 강아지 39%).
한 인터넷쇼핑몰의 애완동물 카테고리 캡처(왼쪽)와 지엠대우 더넥스트 스파크 패션 에디션.
또 고양이를 직접 키우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직접 사료를 구매하여 제공하는 ‘길냥이맘’이 잠재 소비층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애완동물 관련 창업자는 여성을 주 타깃으로 다양한 물품을 구비하고 페스티벌, 멤버십 등 전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유기동물 보호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
직장인의 소비는 주요 시점이 퇴근(29.9%), 휴가(10.5%), 점심시간(4.8%), 주말(4.6%), 외근(1.1%) 등으로 주중 퇴근 이후가 가장 많은 활동 주제가 나타나는 시점으로 파악됐고, 그 중 퇴근 후 친목 교류와 유흥을 즐기는 행태가 가장 많았다. 또 직장인들은 대부분의 자유시간에 피곤한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니즈가 특징적으로 나타났다.
나만을 위한 금요일 밤, 휴가 때 혼자 보는 영화, 점심시간 완벽하게 혼자가 되는 화장실에서의 휴식, 주말에는 쇼핑을 통한 작업과 설치의 즐거움, 외근 시에는 평일 낮에 즐기는 혼자만의 여유 등이 가장 큰 즐거움으로 꼽혔다.
따라서 창업자들은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1인 소비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발 빠르게 준비해야 한다. 금요일 1인 고객을 위한 서비스, 혼자서 영화를 관람하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 평일 낮 시간 1인 고객을 끌어들이는 서비스 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반면 사회초년생들은 본인의 수입을 고려, 가성비가 좋은 경차 추천 요청이 주로 오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회초년생이고 돈도 모으고 싶어서 경차를 검색하다가 스○크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는데요, 집과 직장이 다른 지역에 있어서 주말에 집에 내려갈 때 고속도로를 타야하는데 이 차로 무리가 없을는지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세전 3500 연봉을 받는 신입사원입니다. 11월 입사해서 만 3개월이 되지 않았는데요, 출퇴근 및 외근이 잦은 부서라 자동차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어 구매를 하려고 합니다. 올○○닝, 스○크, 크○즈 중 유지비가 저렴한 차량이 어떤 것인지 견적요청 부탁드립니다.’
또 불황일 때 저렴한 가격으로 정서적 효용이 높은 상품이 인기를 끄는 현상으로 과거 ‘립스틱 효과’라는 용어로 대표되던 명품 소품 소비 중심에서 최근에는 식품 및 외식 영역으로의 이동이 주요하게 나타나며 ‘미각 사치족’이라는 용어가 생겨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나만을 위한 작은 사치, 비싼 브랜드 커피를 통한 보상, 좋은 식재료의 중요성을 인지하며 비싼 소비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유 소비란 ‘나눔’에 대한 언급이 대부분이다. 대량 구매한 상품을 버리기가 아까워 나누거나 쓰지 않는 화장품을 자발적 이벤트를 통해 나누는 것, 예비맘을 위해 아기 용품을 나누는 것, 음료 쿠폰을 나눠주는 것 등이 그러한 행동이다.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공유 소비는 20~30대 여성이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자들은 이러한 소비를 활용하여 대량 구매를 유도하거나 여행 시 현지 숙소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 자동차를 함께 쓸 수 있는 카셰어링 서비스 등에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정보화전략실 김훈 과장은 “소비자들의 SNS 빅데이터를 통해 재해석된 소비트렌드를 자신의 비즈니스에 맞춰 잘 활용한다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