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배만 불려” 시민단체 일제 반발
부산 해운대 미포 앞바다는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해 천혜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 다른 명소인 달맞이고개와도 곧바로 연결된다. 특히 미포 연안의 갯바위와 청사포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광은 동부산권 관광자원의 핵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해운대구가 미포 앞바다를 매입키로 하고 사업을 진행한 것은 비교적 오래됐다. 해운대구는 이곳 일대 400m 구간의 바다를 메우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지난 2014년 용역에 착수했다. 당시에도 계획이 알려지면서 일부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확산된 것은 아니었다.
논란이 번진 것은 계획이 가시화됨에 따라 이를 지켜보는 시선이 점점 많아졌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찬반의견이 갈리는 반면, 시민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해운대구는 해당 사업을 복합문화시설, 특산품판매점·체험시설, 관광호텔·위락시설, 주차장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민간사업자 공모를 거쳐 2018년 공유수면 매립에 들어가 2023년 사업을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사업에는 보상비와 공사비, 매립비용을 포함하면 1000억 원 이상이 투입될 전망이다.
개발계획이 알려지자 우선 상인들 가운데서 반기는 이가 나왔다. 이들은 주로 해당지역 지주나 건물주들이다. 자기건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상인 A 씨는 “이곳에서 한국콘도가 사라진 이후 상권이 계속 내리막을 걸어왔다. 낙후된 어항과 열악한 도로 사정 등을 감안하면 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대세입자의 입장에 있는 또 다른 상인의 반응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상인 B 씨는 “개발이 본격화되면 임대료가 분명 오르게 된다”면서 “가뜩이나 불경기로 힘든데 이중고를 겪게 될까봐 정말 걱정”이라고 말했다.
부산경실련, 부산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앞을 다퉈 해운대구를 비판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의 공통된 우려는 이전에 시행된 공유수면 매립사업들이 대부분 건설업체들의 배만 불렸다는 데 있다.
부산경실련은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그동안 부산에서 수많은 공유수면이 매립됐지만 개발계획 당시의 화려했던 목표는 사라지고 대신 대규모 주거시설만 들어서는 난개발이 진행돼 건설업체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사례가 많았다”면서 “이번 해운대구청의 미포 앞바다 공유수면 매립계획 역시 사업추진 과정에서 민간사업자가 사업성을 이유로 특혜를 요구할 것이고 이에 따라 난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부산에서 진행된 수많은 공유수면 매립이 일부 민간사업자의 이익만 극대화한 채, 난개발로 이어진 사례를 또다시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해운대구청은 부산시민 모두의 재산인 공유수면을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내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미포 앞바다 매립 계획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