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 두산위브는 폐지 보름 전 허가받고 과장광고로 분양 논란…입주 후 갈등 빚는 곳도 많아
수원 광교 두산위브 조감도. 출처=광교 두산위브 홈페이지
최 아무개 씨는 서울에 위치한 분양형 A 노인복지주택에 몸이 편찮으신 80대 아버지를 모셨다. 노인복지주택은 일반 아파트와 달리 입주할 당시 운영업체와 서비스계약(입소계약)을 맺는다. 매달 생활비로 수백만 원을 내야 했지만 매 끼니 식사가 제공되고 의사와 사회복지사가 상주해 있으며, 수영장, 체육시설, 사우나 등 시설이 주택 내에 갖춰져 있어 아버지가 편하게 생활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입주를 결정했다.
그런데 아버지를 만나러 노인복지주택에 간 최 씨는 운영업체의 서비스에 깜짝 놀랐다. 식사는 몸이 약한 노인들이 영양을 섭취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부실했다. 계약 당시 소개된 수영장은 폐쇄된 상태였다. 주택 내 병원에 상주한다던 의사는 이미 병원을 접고 다른 곳으로 떠났고, 부대시설은 운영업체 사장이 임의로 매각했다. 사회복지사 등 직원들은 계약 당시 약속했던 인원보다 축소돼 있었다.
심지어 단전·단수 등의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고 한다. 노인복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노인들은 연체 없이 매달 생활비를 내왔기 때문에,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알아보니 노인복지주택의 시설·운영업체의 사장이 거주 노인들의 생활비를 받아놓고도 공과금을 납부하지 않고 자신이 떼먹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들이 이러한 비리 사실을 허가·감독관청에 알렸지만, 관련기관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노인복지주택 거주 노인들이 나서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운영업체를 몰아냈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입주자 조합을 만들어 생활비를 걷고 관리비를 수납하는 등 자치운영을 시작했다.
그러자 오히려 기관은 해당 노인들의 조합에 노인복지법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했다. 허가 받지 않은 운영회사가 주택을 운영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이다. 이에 거주민들은 벌금을 떠안은 채, 여전히 자체적으로 노인복지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A 노인복지주택은 입주노인들이 운영업체의 부실에 맞서 싸웠기 때문에 그나마 주거 상황이 양호한 편이었다. 전국의 거의 모든 분양형 노인복지주택들은 A 노인복지주택과 마찬가지로 시행한 개발사 운영업체가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파행이 거듭되어 입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었다.
노인복지주택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질 않자 결국 정부는 지난해 1월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폐지를 결정했고, 같은 해 7월 29일 개정안이 시행됐다. 그런데 최근 수원시의 노인복지주택 광교 두산위브 분양을 둘러싸고 잡음이 다시 일고 있다. 광교 두산위브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불과 보름 전인 지난해 7월 13일 수원시로부터 노인복지주택 건축허가를 받았다.
지난 4월 6일부터 청약 등 분양일정에 들어갔지만 이전부터 여러 논란이 불거졌다. 시행사가 지난 1월 분양우선권 명목으로 60세 이상 노인 수백 명으로부터 각각 1000만 원씩 선입금 총 60억 원 이상을 받은 것. 하지만 시행사가 선입금 분양희망자에게 나눠준 확인서는 분양권을 우선적으로 인정해주는 법적효력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반 아파트는 분양권 전매나 모델하우스 개관 전 계약서 작성 진행, 분양 전 선입금 행위가 금지돼 있다.
또한 시행사가 광교 두산위브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착한 분양가’ ‘투자수익’을 강조하는 등 일반 아파트 분양인 것처럼 ‘과장광고’를 한 것이 아니냐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청약을 받은 후 지난 10일 분양 및 당첨자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시행사는 결과를 곧바로 철회하더니 ‘서류상 오류가 있었다’며 발표를 15일로 연기하기도 했다.
수원 광교 두산위브가 청약 당첨자를 발표했다가 바로 오류를 발견했다며 발표 일정을 연기했다. 출처=광교 두산위브 홈페이지
더 큰 문제는 건축허가를 내준 수원시와 정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노인복지주택을 둘러싼 이러한 여러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수원시 측은 “노인복지주택인 광교 두산위브의 이번 아파트 분양형태의 모집이 불법인지 보건복지부가 뚜렷하게 입장을 내려줘야 한다”는 입장이고, 보건복지부는 “법의 공백에 따른 문제발생은 벌어진 곳에서 직접 처리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다수의 노인복지주택 피해자들은 “광교 두산위브의 경우 아직 분양 단계이기 때문에 앞서 서비스 등 운영업체와의 갈등 사례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앞서의 노인복지주택들도 과장광고 및 시행사의 기망행위 등 문제가 있어왔다”며 “또한 10년여 동안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만들어지고 운영되면서 성공한 사례가 종교재단이나 일부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을 제외하고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광교 두산위브도 훗날 입주를 하면서 어떤 문제가 벌어질지 선례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지난해 7월 개정안 시행 직전 건축허가를 신청하거나 받은 곳이 아직 전국에 많이 남아있다”며 “앞으로도 10년은 노인복지주택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구설과 우려에 대해 시행사 관계자는 “그동안 노인복지주택 운영업체의 운영에 문제가 있어 갈등을 빚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면서도 “우리는 입주까지 2년 남은만큼 주민협동조합 형태 등 운영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방안을 고심하겠다”고 밝혔다.
노인복지법 전문 윤태영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노인복지주택은 일반 건물이나 아파트가 허가받을 수 없는 부지에 지을 수 있고, 싼 값에 매입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혜택에도 홍보를 할 때는 일반 아파트인 것처럼 속여 분양 뻥튀기를 하는 행태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노인복지주택의 진짜 문제점은 결국 분양 이후 시설과 서비스”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교수는 “노인복지주택은 노인들을 위한 맞춤형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한 서비스를 보고 노인들은 노인복지주택에 입주하고 매달 비싼 생활비를 내는 것이다. 그런데 관리를 하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개발사는 계약 이후 자신들의 편의에 맞게 서비스를 변경하거나 없애 놓고도 나 몰라라 한다. 분양해서 주택을 팔면 끝이라는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아버지를 A 노인복지주택에 모신 최 씨는 “결국 정부와 관련부처에서 나서야 한다. 노인복지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것은 국가가 노인들을 방치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적극적 행정을 통해 노인복지주택 시설·운영업체를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60대 이상 노년층이 아닌 장년층도 노인복지주택 시행사에 속아 피해를 본 사례도 있다. 지난 2008년 7월 당시 30대 중반이었던 김 아무개 씨는 경기도의 한 노인복지주택에 분양을 받았다. 분양가도 다른 아파트에 비해 저렴한 데다 복지시설과 서비스가 잘돼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60대 이하였기 때문에 법적으로 당연히 노인복지주택 분양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걸림돌은 시행사 등에서 해결해줬다. 양로원, 경로당 등의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명의를 빌려 분양을 할 수 있도록 해준 것.
당시에도 60세 미만의 사람이 노인복지주택을 분양 받거나 입주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처벌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많은 젊은 사람들이 편법으로 분양을 받았다. 심한 곳은 입주자 중 약 50% 이상이 60세 미만이었다고 했다.
정작 문제는 입주를 앞두고 벌어졌다. 분양할 때 설명 듣지 못했던 서비스계약(입소계약)이었던 것. 서비스계약은 식사제공, 복지시설 및 사회복지사 이용 등을 위한 비용으로 매월 수백만 원에 이르렀다. 김 씨는 “나는 식사나 사회복지사 등이 필요하지 않으니 돈을 낼 수 없다”고 버텼고, 운영업체 측에서는 “생활비를 내지 않으면 입주할 수 없다. 나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김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매월 생활비를 낼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노인복지주택을 팔기 위해 내놨지만, 김 씨가 구입한 금액에 들어오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김 씨는 1억여 원이나 손해를 보고서야 노인복지주택을 팔고 나올 수 있었다. 현재는 2008년 8월 이후 60세 미만 사람들의 이러한 편법 분양에 대한 처벌규정이 시행돼 젊은 사람들은 노인복지주택에 분양 및 입주가 불가능하게 됐다.
민웅기 비즈한국 기자 minwg08@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