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기자 미래칼럼 2017대선 ① 박지원 박근혜 김종인 김무성 문재인
○대법원 판결, 더민주 공천학살, 목포민심 반전시킨 정치괴물
○새누리, 누가 박지원을 압도, 구워삶든지, 타협할 수 있는가
○더민주, 김종인·문재인 2016국회, 2017 대선전략 손금 읽듯
○누가 있어, 2017 현대판 한명회의 목에 방울을 달 수 있는가
박지원
박지원이 국민의 당 원내대표로 확정되었다 (2016.4.27.). 요한기자는 4·13총선 과정에서 박지원을 퇴출대상 정치인 0순위로 꼽았다. 박지원은 김대중 정권의 대북정책의 순결성을 왜곡시킨 핵심장본인, 이와 관련 노무현 정권을 망친 문재인과 함께 묶은 뒤, 북망의 초안산으로 가라고 비판했다. 초안산은 조선시대 내시들이 코끝에서 호흡이 멈추면 한의 육신을 심던 땅이다.
그러나 국민은 그를 되살려 국회로 돌려 보냈다. 2016년 초, 사실 정치인 박지원은 거의 반 죽은 목숨에 다름 아니었다. 2심에서 유죄가 확정된 대법원 최종판결이 기다리고, 문재인·김종인이 장악한 더불어당 공천학살은 사실상 결정된 상태였고, 설상가상으로 목포민심은 두 번 낙선한 젊은 배종호 전 KBS 특파원에게 동정여론이 쏠려 있었다.
그러나 박지원이라는 정치괴물은 대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더니, 국민의 당 안철수와 어깨동무하고 전략공천을 획득한 뒤, 배종호를 설득시켜 우군으로 만들고, 나아가 목포민심을 휘어잡는데 성공한다.
그야말로 ‘박주선의원’급 정치 불사신을 자랑하더니, 급기야 제 3당의 원내당수권을 거머쥐었다.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요한기자는 ‘주관성을 떠나’ 민의에 따라 박지원의 노선을 전망하지 않을 도리가 없게 되었다.
2. 20대 국회, 주인장 없는 집의 공동소유 문패
박근혜 정권이 가혹한 국민적 심판을 받은 이상, 2017년 대선 때까지 모든 권력은 국회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20대 국회의 특징은 주인장이 없는 권력집중 집단이라는 데 있다. 새누리당(130석안팎 전망)과 더불어당(123석)이 연합하지 않는 한, 38석의 국민의 당이 결정권한을 쥐게 된다. 그러나 제 1,2당의 연합이나 연대는 사실상 상상하기 어렵다.
그 결과 20대 전반기 국회의 특징은 의석수와 상관없이 3당이 모두 주도자, 반려자, 촉매자의 수평적 관계로 돌변한다. 수직적 관계 속에서 선이 그어지던 전통적인 삼각형의 권력분점은 사라지고, 새로운 공과 같은 원형의 권력제작(autopoeisis) 틀(frame)이 출현했다. 입체적으로 가동되는 원형 틀에 유연하게 적응하면 합의와 협력에 동승하고, 딱딱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정당은 도태된다.
원내대표가 중요하다. 원내대표의 역량과 상관성에 따라 정국 주도권을 유지하거나,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다. 즉 원내대표가 2016 국회와 2017년 대선의 지형과 노선을 결정하는 주도역량을 발휘하게 된다. 박지원에게 20대 국회 전반기와 2017 대선정국의 주도권이 쥐어졌다는 근거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의 합당 등 인위적인 정계개편이 없는 한, 국민의 당과 박지원은 결정적인 캐스팅 보트권한을 쥐고 있다. 법안과 예산은 물론 국회의 노선까지 제 3당과의 합의 없이는 추진될 수 없다. 박지원이 하기에 따라서는 ‘새누리당(130석안팎) +국민의 당’, ‘더불어당(123석)+ 국민의 당’ 이라는 원내 과반 1당의 원내대표의 역량을 발휘한다.
김무성
4월 29일 현재 새누리당 원내대표 물망에 오르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새누리당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는 눈치다. 정국 주도권이 야권으로 완전히 넘어간 상황 속에서도, 친박과 비박 진영은 패배의 원인을 놓고 서로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친박·비박의 원내대표 선발 기준은 과반수 이상을 쥐고 있었던 때의 3차원적 삼각뿔형의 안정된 국면이다. 지금은 4차원의 공과 같은 원형의 불확실성의 국면이다. 국민들이 선택하여 제시한 20대 국회 권력구조의 차원과 양상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유감스럽게도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출의 자격 기준과 척도는 청와대나 비박의 관점과 입장에 있는 게 아니다. 한마디로 ‘누가 박지원을 압도 하든지, 구워 삶든지, 타협할 수 있겠는가’에 있다.
박지원, 정계 은퇴한 김혁규(YS계)와 함께 1970년대 미국에서 성공하여 부를 이룬 전설적 인물이다. 1988년 김대중 대변인으로 정계입문하고,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주축, 대통령비서실장, 노무현 정권 옥살이, 19대국회 목포 무소속 부활로 이력이 쌓였다. 새누리당은 소유권자 없는 국회에서 박지원을 필적할 인물이 누구인가를 고뇌해야 한다.
박지원 정치의 특징을 말한다. 박지원은 인물 면에서 전통적인 적(강경파)과 여성파워에 매우 강하다. 박지원은 적대적인 강성인사가 카운트 파터라면 ‘쥐고, 흔들고, 때려서’ 협상으로 유도한다. 여성인사라면, ‘마음을 녹이고, 현혹하고, 상대에 적을 만들어 상황를 뒤흔들어 놓은 뒤’ 자신이 유리한 협상 테이블로 유인한다. 한마디로 박지원의 정치 정체성은 상상할 수조차 어려운 정치 잡종이다.
박지원에 필적하여, 긴장시키고, 집중시키고, 난타전과 정공법을 병행할 수 있는 인사, 혹은 그를 아예 압도해 버릴 만한 인사가 새누리당에 있는가? 스타일이 정 반대이지만, 단 한사람이 눈에 띈다. 김무성 전 대표이다. YS의 정치적 아들인 김무성의 뚝심 만이 DJ의 비서실장 박지원을 압도할 수 있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에는 대박지원 카운트 파터가 ‘없다’. 사실, 박지원은 문재인과 친노세력에 의해, 철저하게 왜곡되고 평가절하 된 정치 블루칩이었던 것.
새누리당으로선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박지원에게 여성이나, 친박·비박 대표성을 가진 인사들은 일단 ‘밥’이다. 박지원과 맞세울(tit-for-tat) 인물이 없다면, 오히려 대국민적인 참신성과 순결성을 가진 3·4선급의원을 발굴할 수 있다. 대국민적 이미지에서, ‘닮고 닮은’ 박지원의 이미지를 압도하는 ‘새로운 얼굴’ 40·50 인물이 원칙과 소신을 세워놓고, 국민들 앞에서 거의 직접 민주정치에 가깝도록 대결, 긴장, 협력관계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새로운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는 집권세력의 정공법이 될 수 있다.
김종인 문재인
4. 더민주당, 박지원이라는 먹구름 뒤편에 무엇이 몰려오는가
새누리당에 박지원 대항마 해법이 5차방정식이라면, 더민주당에게는 다차함수에 해당할 정도로 어려운 해법이다. 우선, 김종인 대표는 박지원을 모른다. 김종인과 박지원은 걸어온 길부터 정치노선, 지향점도 모두 달라서 서로 정치적 접점이나 공통분모가 없었다. 두 사람은 아예 관심이 없었다고 해야 할 것. 둘째, 더민주당의 흐름과 움직임은 모두 박지원의 손금 안에 포착된다. 누가 나서서 박지원의 목에 방울을 달 생각조차 할 수 있는가? ‘없다’.
더민주당에 박지원 대항마가 없다면, 야권의 20국회 전반기와 2017대선전략은 모두 박지원이 주도하게 된다. 박지원은 ‘김대중과 김정일을 웃고 울린 책사이자 비서실장’이다. 주도자(김대중,김정일)의 성격과 심리,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고 반려자(김정일, 김대중)을 만들어 대화시키고, 자신은 중매자(박지원)가 되어 남북정상회담을 성공리에 마쳤다.
박지원은 김종인의 20대 국회초반 운영전략과 2017 대선 노선을 ‘담임 선생님 지구본을 돌리듯’ 읽고, 문재인 대권전략을 ‘위성 사진 찍듯’ 머릿 속에 박아 놓은 사람이다. 즉 김종인과 문재인 대선 역학구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숨은 복병(hidden actor)로 떠올랐다.
나아가, 4-13 총선이전까지 문재인과 박지원의 관계가 ‘갑’과 ‘을’이었다면, 2016년 6월 국회이후 ‘을’과 ‘갑’의 관계로 돌변했다.
박지원은 최소한 문재인과 친문세력에 대한 모든 정보와 자료를 합법적이고 전방위적으로 입수·취득·비축·정리할 수 있는 입장이 되었다. 권력세계에서 갑과 을 관계의 돌변이란 운명선, 정치적 생명줄을 누가 쥐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마음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나마 더민주당에 박지원과 마음을 나눈 중진은 신계륜 정도인데, 그도 정치적으로 죽었다. 이제 누가 있어 박지원을 만나고, 예우하고, 논쟁하고, 설득하고, 협력하여, 맞설 것인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누가 나서도 박지원의 ‘밥’이다. 없다면, 끌려간다. 끌려가면 묶이고, 묶이고 나면, 2017년 대선전에 123석 덩치만 큰 더민주당은 정체성을 잃고 여러 갈래로 절단 나고 조각날 수 있다.
‘고작해야 호남대통령 김대중 비서실장’, 알고보면 박지원은 노무현정권의 출현과 함께 철저하게 짓밟히고 평가절하된 정치괴물이었다. 그 괴물은 2016국회와 2017년 대선정국의 새누리와 더민주라는 쌍날개를 단 호랑이,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말았다. 상상으로면 가능하던 해태의 출현이다.
5. 누가 이 노회하고 경륜 깊은, 해태의 목에 방울을 달 손가
2016년 6월 제 20대 국회개원부터 우리 국민은 조선시대 한명회의 재현을 생생하게 목도하게 된다. 깨어있는 언론은 박지원 국민의 당 원내대표에게 권고 드린다.
“정치인 박지원, 지금부터라도 국민과 역사 앞에 담백하게 걸어가기를 고대한다. 그리고 2017년 대선을 치러낸 뒤, 소망처럼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고향 땅 전라남도로 평안히 귀거래사하는 모습을 지켜보겠다.”
“사람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너희 의를 행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상을 받지 못하느니라“
(성경 마 6:1)
박요한 선임기자/정치학박사 yohanlett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