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후크 논란부터 김성근 부자 뒷담화까지 ‘총체적 난국’ 들여다보니…
시즌 전 우승후보로 꼽히던 한화 이글스가 최하위를 전전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최근 허리디스크로 수술을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
김성근 감독 부임 후 한화 야구에서 가장 자주 듣는 단어가 ‘퀵후크’(3실점 이하 6회 이전 강판)다. 선발투수의 조기 강판을 의미하는 퀵후크는 한 경기에 많은 투수들을 한꺼번에 기용하는 김성근식 벌떼야구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 감독이 공석인 상황에서도 한화의 마운드 운영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광수 감독대행은 선발투수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기색을 보이면 곧장 불펜진을 가동한다. 이에 대해 해설위원 A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화 마운드만 퀵후크를 하는 건 아니지만 한화는 유독 심하다. 한두 번이라면 몰라도 매 경기에서 이런 식의 마운드는 내일이 없는 야구나 마찬가지다. 투수들의 피로 누적과 로테이션이 붕괴되면서 선수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화 투수 중 한 명은 개인적인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투구시 안타를 맞거나 주자가 출루하게 되면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자꾸 더그아웃을 쳐다본다고 하더라. 곧 강판당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선발투수는 이닝을 길게 갖고 책임감 있는 경기를 펼쳐야 한다. 그러나 투구수에 여력이 있는데도 승리조건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한다면 과연 선수들은 누굴 믿고 경기를 할 수 있겠나. 비난에 대한 부담, 책임을 지지 못한다는 자괴감 등이 더해지면서 마운드에서 자신감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지난 12일 NC와의 경기에서 한화는 퀵후크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날 장민재가 1747일 만에 깜짝 선발 등판하면서 나름 호투를 펼쳤지만(4이닝 3안타 4볼넷 3탈삼진 2실점) 김광수 감독대행은 일찌감치 장민재를 내리고 선발 투수 알렉스 마에스트리를 마운드에 올렸다. 그런데 오히려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면서 1-12로 난타를 당했고, 장민재는 패전투수로 내몰렸다. 올 시즌 한화는 32경기를 치르며 18차례의 퀵후크를 단행했고, 팀 성적은 9승 23패로 꼴찌다.
#김성근 감독의 공백 언제까지
김성근 감독은 지난 5월 5일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오랫동안 통증을 참아가며 수술을 미뤘다가 의사의 강권에 어쩔 수 없이 수술대에 올랐다. 한화 구단에 따르면 수술이 잘 됐고, 이젠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있을 정도이지만 김 감독이 현장으로 돌아오기까지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물론 김 감독이 현장 복귀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다면 다음 주 팀에 합류할 수도 있지만 또다시 재발되지 않으려면 건강한 몸 상태로 돌아와야만 한다.
한화를 담당하는 B 기자의 얘기다. “김성근 감독이 병원에 있어도 팀은 김 감독의 지휘 아래 돌아간다. 수시로 코치들이 병원을 방문해서 김 감독의 지시를 받고 있고, 때론 전화 통화로 김 감독의 의중이 전달된다고 들었다. 김광수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고 있지만 김 코치 독단으로 팀을 운영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는 김 감독이 현장으로 복귀한 이후다. 현재 한화는 여러 가지의 문제들을 안고 있는데 김 감독이 돌아온다고 한들 산적한 문제가 해결되기란 어렵다고 본다. 무엇보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김성근식 1인 독재 운영은 팬들은 물론 선수들한테도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모든 걸 김 감독 혼자 해결하려다보니 답이 없는 결과만 반복된다. 지금 한화에선 누구보다 김 감독이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올 시즌 한화의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한화는 시즌 전 최고의 마무리로 꼽히는 정우람을 4년 84억 원에 영입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한화의 구세주로 등장한 외국인 투수 로저스와 연봉 190만 달러(계약금 포함)에 재계약했고, 외국인 용병인 메이저리거 로사리오를 130만 달러에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올 시즌 한화 선수들의 연봉은 신인선수와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57명이 총 102억 1000만 원으로 리그 최고를 기록했다. 평균 연봉은 1억 7912만 원으로, 한국 프로야구에서 연봉 100억 원을 넘긴 것도 한화가 처음이다. 이처럼 모기업의 아낌없는 투자 덕에 한화는 시즌 전부터 우승 후보로 거론됐지만 현실은 정반대의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김정준 코치의 월권 행위?
한화 전력분석 코치인 김정준 코치는 원래 말수가 적은 사람이다. ‘김성근의 아들’이란 태생적 배경으로 LG나 SK에서 전력분석 업무를 맡았을 때에도 그림자 행보를 이어갔었다. 아버지와 함께 SK를 떠났을 때, 그는 해설위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고, 때론 아버지와 함께 중계석에 앉아 경기를 해설한 적도 있다.
김 감독이 현장으로 복귀했을 때 많은 야구인들은 김 코치의 행보를 예의주시했다. 그가 과연 아버지를 따라 현장으로 복귀할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김 코치는 해설위원직을 내놓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전력분석 코치란 보직을 달고 말이다. 전력분석 코치는 한화에만 있는 특별한 보직이다. 투수, 타자, 포수, 야수 등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토털 코디네이션 개념이라 전담 코치들 입장에선 김 코치의 존재가 그리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김 코치가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KBSN스포츠 <아이러브베이스볼>에 출연한 한 기자가 기대를 모았던 로저스가 시즌 이후에도 여전히 2군에 머물고 있는 데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하면서부터이다.
“(로저스가) 심적으로도 괴로운 건 맞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하면 국내 투수 한 명이 해외에 진출했는데, 투수코치가 아닌 전력분석 코치가 자신을 붙잡고 수비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조언과 지적을 하는 상황이라면 상당히 당황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 코치가 감독의 친아들이고 다른 모든 코치가 직언을 못 한다면, 그 모든 상황이 굉장히 혼란스러울 것이다.”
김 코치는 방송이 나온 이후 자신을 둘러싼 루머에 대해 개인 SNS를 통해 장문의 글을 올려 해명했다가 곧 삭제했다. 당시 한 야구인은 “김 코치는 글을 통해 자신이 월권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코치란 사람이 언론의 오해를 받는다고 발끈해서 자신의 SNS에 해명하는 일 자체가 월권행위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화 경기 중계를 많이 했던 해설위원 C 씨의 얘기다.
“김정준 코치 문제는 입장 차이, 시각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코치는 팀 문제와 관련해서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이 불편하고 억울하겠지만 그건 전적으로 혼자만의 생각이다. 자신은 감독의 지시를 받고 실행에 옮길 뿐이라고 얘기했는데 감독 아들이란 출신 배경은 다른 코치들과 하늘과 땅 차이다. 뭘 해도 용서받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이 아들을 아낀다면 그를 팀으로 불러들이지 않았어야 한다. 김 코치도 아버지의 제안을 거절했어야 한다. 두 사람이 감독과 코치로 있는 한 어떤 행동을 해도 소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력분석 영역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은 김 코치가 한화에서 이런 구설수에 오르내린 게 안타깝다. 김 감독은 아들의 능력을 인정했고, 팀에 도움이 되길 바랐지만 결과적으로 두 사람이 한 팀에 있는 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코치들이라면 뒤에서 감독 흉도 보고, 선수 탓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데 감독 아들이 있는 곳에서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나. 김 감독 부임 후 한화 출신의 레전드 코치들이 팀을 옮기거나 떠난 배경을 곰곰이 생각해보라. 그 안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의 개인 홍보전담 이사라니?
한화에는 조직도에 없는 인사가 있다. 바로 김 감독의 개인 홍보전담 이사다. 김 감독과 인터뷰하려면 홍보팀이 아닌 홍보전담 이사를 거쳐야 한다. 김 감독은 SK 시절 인연을 맺었던 인사를 자신의 홍보전담으로 임명했다. 프로야구에서 감독이 개인 홍보전담을 둔 건 전무후무한 일이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에도 자신을 향한 기자들의 쓴소리에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었다. 무엇보다 선수 혹사와 관련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비판의 소리를 견디지 못하고 기사를 쓴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한 적도 있었다. 감독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홍보팀에도 불편한 시선이 있던 차에 홍보전담 이사를 채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은 오히려 역풍을 불러 일으켰다. 개인 홍보전담을 뒀지만 올 시즌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설위원 C 씨는 “김 감독이 개인 홍보 담당자를 채용했다는 얘길 듣고, 많이 조급해 하시는구나 싶더라. 요즘 말로 ‘웃프다’는 신조어가 생각 날 정도였다”는 얘길 들려줬다.
김 감독은 경기 결과가 좋지 않거나 비판의 수위가 높은 기사들이 쏟아질 때 경기 전에 하는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생략한 적도 있다. 지난해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을 때 김 감독은 나흘 넘게 언론과 인터뷰를 거절하면서 기자들의 원성을 샀다.
취재 중 어렵게 전화 연결이 된 전 프로야구 감독 D 씨는 한화의 문제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참으로 안타깝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KBO리그의 흥행을 주도했던 한화가 올 시즌 역대급 반전을 일으키며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한화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날씨가 더워지면 선수들의 체력은 더욱 지치기 마련이고, 이미 붕괴된 마운드는 회복조차 어려워 보인다. 한화의 한 선수는 야구장 가는 게 두렵다고 말하더라. 야구장에서 들리는 온갖 비난 소리에 자괴감이 들 정도라는 얘기도 들려줬다. 이 모든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염경엽 리더십 반짝반짝…예상 밖 넥센의 호성적 시즌 개막을 앞두고 프로야구 전문가들 대부분은 넥센 히어로즈를 하위권으로 분류했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강정호, 박병호에 이어 중심타선을 구축했던 유한준마저 FA 신분으로 kt 위즈로 이적하면서 전력 약화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5월 12일 현재 넥센은 두산 NC SK에 이어 18승1무14패로 4위에 올라 있다. 중심엔 염경엽 감독의 지도 철학이 자리한다. 염 감독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시즌 전 넥센을 꼴찌 후보로 예상한 데 대해 “속상했지만 선수들이 빠져나가는 데 대비해 미리 준비를 했기 때문에 그 영향을 적게 받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넥센을 꼴찌로 몰아가는 전문가들 때문에 선수들이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시즌을 준비했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넥센은 무엇보다 마운드가 안정감 있게 운영되고 있다. 코엘로-피어밴드-양훈-박주현-신재영으로 이어지는 로테이션의 평균자책점은 3.66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신재영은 41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을 단 1개만 허용했다. 염 감독은 또한 홈구장을 목동에서 고척돔으로 옮겨진 상황에서 발 빠른 선수 위주로 선수단을 재편했고, 뛰는 야구에 중점을 두면서 공격적인 야구를 선호한다. 그래서인지 넥센은 팀 도루 1위를 달리고 있다. 야구는 감독이 아닌 선수가 한다. 그러나 그 선수를 만드는 이는 감독이다. 그걸 염 감독은 성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