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 ‘군산의 눈물’ 예고···현대重군산조선소 쳐다만 보는 전북도
-현대重군산조선소 전북도 손놓고 쳐다만 볼 것인가
-현대重군산조선소 잠정 중단 유력···대량 실직, 협력업체 줄도산 우려
-전남도와 부산, 울산, 경남 등 4개 시·도 공조에서 배제된 전북도
[일요신문] 최근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구조조정의 핵심에 생산설비 감축과 인력 구조조정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전남도와 부산, 울산, 경남 등 4개 시·도는 25일 시․도지사 명의로 채택된 ‘조선·해양산업 위기극복 대정부 공동건의문’을 작성해 25일 중앙부처에 제출하는 등 피해 최소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공동건의문은 조선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조기 지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국장급 시·도 대표는 이날 국무조정실과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해양수산부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들은 위기상황에 직면한 조선과 해양업계의 위기극복을 위한 대정부 공통(7건) 및 개별건의사항(시․도별 5건)을 협의 채택하고, 중앙정부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반영을 요청했다.
여기서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전북은(?)’이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도 대규모 인력 및 생산시설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데도 불구하고 과연 전북도는 무엇을 하고 있는 가이다.
구조조정에 따른 피해 최소화 대책이나 강력한 반대 논리를 개발해 여론을 선점하고, 조선산업의 청사진을 밝히며, 도민들의 힘을 결집하는 데 앞장서야 할 때가 아닌 가해서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계획에 대해 전북도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인지 강한 의문이 든다는 점에 있다. 이와 관련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북도가 이 문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거나 심지어 무신경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를 사실로 확인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북도는 이번 4개 시·도는 25일 시․도지사 명의로 채택된 ‘조선·해양산업 위기극복 대정부 공동건의문’에서 빠졌다.
작금의 현실에서 지역 내에 대형 조선소를 갖고 있는 지자체라면 응당 타 시도와 긴밀한 공조관계를 취하며 그때그때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전북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전북도 당국은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날 공동건의문이 채택된 사실도 모른 채 “그런 게 있었느냐”식으로 반문했다.
이들 4개 시·도는 공동건의문 채택에 이어 조선업이 정상화 될 때까지 ‘과장급’으로 별도 ‘협의체’를 구성해 유기적으로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등 조선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전라북도는 국장급에 이어 ‘과장급 공조 라인’에서도 배제될 형국이다.
전북도는 “군산시가 나름대로 나서고 있고,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울산 본사의 하청조선소에 다름없어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며 “군산조선소 측이 “만나길 꺼려해서 못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화살을 조선소 측의 소극성에 돌린 셈이다.
그러면서 전북도는 “그나마 어렵게 면담 일정을 잡아 다음 주에 울산 본사를 방문해 현황을 들어 볼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군산출신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을 만나 하소연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전북도가 현재까지 ‘유력하게’ 내놓은 대책인 셈이다. 그나마 군산시가 조선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건의와 지방세 유예조치 등을 내놓으며 ‘고군분투’하는 모양새다.
현재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감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선박을 건조·수리하는 공간인 도크의 가동이 내년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회사 군산조선소는 총 23척의 선박수주잔고 중 13척의 물량을 올해 인도할 예정이다. 남은 10척의 선박은 늦어도 내년 하반기 안으로 건조가 모두 완료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울산 본사에서 신규 물량이 배분돼야 하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본사 역시 수주 기근에 시달리는 탓에 일감을 나눠줄 형편이 못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조선소 가동이 아예 중단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은 수주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선박건조 효율성이 떨어지는 도크부터 순차적으로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도크 가동을 멈추겠다는 것은 현대중공업 44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문제는 ‘조선소의 심장’인 군산조선소 도크(1개 운영)가 1차 구조조정의 타깃으로 유력하다는 점이다. 가동된 지 불과 6년에 불과한 신생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비극이자 항도 군산의 눈물이 예고된 것이다. 도크 운영 중단은 대량실직으로 직결된다.
군산조선소에 근무하는 인력은 협력사를 포함해 5000여명이 넘었으나 최근 3700여명으로 감소한 상태다. 협력사를 시작으로 고용인력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처럼 근로자의 대량 실업 발생과 협력업체 줄도산과 이로 인한 군산 지역경제 황폐화가 불을보듯 뻔한 데도 군산시에 맡겨놓고, 기업이 싫어한다고 손 놓고 방관해도 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전북도가 조선소 구조조정 지원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전남도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수장부터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계획 발표직후 지난 4월 27일과 5월 2일 잇따라 삼호현대조선소 등 조선기업 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대책 마련에 머리를 싸맸다.
또한 지난 2일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줄 것을 건의해 수용의사를 이끌어내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해 왔다.
이번 대정부 건의도 해도 이낙연 도지사가 이들과의 간담회에서 제시된 사항을 위주로 건의됐다고 한다. 심지어 이 지사는 25일 과거 적(?)으로 치부됐던 민주노총과도 손을 잡고 조선산업 대책을 논의했다.
반면에 지역 현안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인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지금까지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로 거론하지 않고 있어 뒷말이 무성하다.
이 때문에 관가 주변에선 현대 군산조선소 유치가 민선 5기 김완주 전 도지사 당시에 이뤄져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삼락농정과 탄소산업, 토탈관광 등 자신의 3대 핵심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 지사는 현재 자매도시인 미국 워싱턴주와 교류협력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방미 중에 있다. 워싱턴주와는 탄소산업을 중심으로 교류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성과를 알리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대책은 감감 무소식이다. 왠지 이 문제가 전북도정에서 ‘서자(庶子)’ 취급받는 것 같아 유감이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