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와 ‘맞짱’ 뜨고 싶었다”
대표팀 귀국 현장에서 만난 임창용은 “포수의 사인이 없었기 때문에 정면 승부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벤치에서 사인이 있었는데 나한테 확실히 전달되지 않았다. 포수의 사인이 없었기 때문에 난 정면 승부를 택한 것이다. 승부를 걸었는데 맞은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일본전만큼은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하고 싶었다.”
이미 공식 기자회견에서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던 임창용은 이번 결승전의 결과가 모두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임창용에게 연장전으로 이어졌을 때 심적 부담감에 그만 던지고 싶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더 던지고 싶었다. 내가 던져서 팀에 승리를 안기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임창용는 오랜만의 국제대회에 대표팀 일원으로 참가하다보니 어느새 자신의 위치가 후배가 아닌 고참 선수로 신분 상승(?)이 돼 있었다고 말한다. “전에는 선배들 따라 다니기만 하면 됐는데 이번엔 후배들을 챙겨야 하는 입장이었다. 모범을 보이고 싶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도망가는 피칭은 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오는 4월 3일, 일본 프로야구가 개막된다. 임창용은 현재 몸 상태에 대해 “아무래도 휴식이 필요할 것 같다. 개막까진 몸을 만들려고 한다.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소속팀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한다.
인터뷰 말미에 임창용은 또 다시 이렇게 되뇌었다.
“일본에서 뛰고 있다 보니까 일본대표팀을 만나면 더 잘하고 싶어진다. 1, 2차전 잘 던졌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이 안 좋아서….”
임창용의 얼굴이 또 다시 어두운 표정이 되는 순간이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