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이 쓴 논문·실험으로 고려대 입학…‘입시비리’ 유죄 판결에도 입학 취소 결정은 아직
이수희 전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가 대학원생들을 동원해 딸 이해슬(가명)의 입시 스펙을 조작해 고려대와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치전원)에 합격시켰다고 한다. 셜록은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고려대학교가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해슬의 입학허가를 취소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에 따르면 이수희 전 교수는 2013년 딸의 대학 입시를 위해 자신이 지도하던 병태생리학연구실 소속 대학원생들을 동원했다. 대학원생들은 이 전 교수의 지시로 ‘스트레스 비교 동물실험’ 최종보고서와 발표용 PPT 자료를 대신 작성했다. 당시 양재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이해슬은 이를 통해 ‘우수청소년학자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특히 해당 실험과 관련해 양재고 영재과학동아리 담당교사 C 씨는 “이해슬이 실험과 관련하여 그 어떠한 활동도 양재고에서는 전혀 진행된 바 없으며, 최종 보고서를 갖고 와서 수정 의견 정도 준 적이 있을 뿐”이라고 수사기관에 진술했다고 전해진다.
이해슬은 이 수상 실적을 포함한 자기소개서로 2014학년도 고려대 생명과학부 과학인재특별전형에 합격했다. 당시 고려대 안암캠퍼스 수시모집 전체 경쟁률은 22:1(정원내 기준)이었다. 더 나아가 이 전 교수는 딸을 의사로 만들기 위해 대학원생들에게 SCI급 연구논문 작성까지 지시했다. 2016년에는 ‘학부생 연구프로그램’에 선정된 연구과제를 활용해 또 다시 대학원생들에게 실험과 보고서 작성을 맡겼다.
이 전 교수는 심지어 실험 결과가 가설에 부합하지 않자 수치 조작까지 지시했다고 한다. 한 대학원생은 “교수님은 임의의 숫자를 테이블에 직접 기재하시거나 그래프의 모양을 새로 그리셨고 이렇게 다시 그래프를 그려오라고 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실험 보고서가 작성될 당시 이해슬은 캐나다 밴쿠버에서 교환학생으로 체류 중이었다는 점이다. 2016년 9월부터 2017년 1월까지 한국에 없었음에도, 대학원생들이 대신 작성한 보고서로 ‘우수연구과제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대학원생들은 이해슬의 학회 포스터 발표까지 대신했다. 규정상 학회장 출입조차 불가능한 대학원생들이 ‘대리 발표’를 한 결과, 이해슬은 2016년 대한면역학회 ‘우수발표상’과 2017년 고려대 ‘우수포스터상’을 받았다.
심지어 봉사활동도 대학원생이 대신했다. 대학원생 G 씨는 시각장애인 점자도서 타이핑 봉사활동을 해슬 대신 수행했고, 이해슬은 이를 통해 54시간의 봉사활동 시간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가짜 스펙’들을 바탕으로 이해슬은 2018년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당시 합격생 중 SCI급 논문 제출자는 이해슬을 포함해 단 2명뿐이었다. 결국 이해슬은 2018년 서울대학교 치의전 수시모집에 합격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 대학원생의 제보로 2019년 교육부 특별조사가 시작됐고, 검찰은 그해 5월 이 전 교수를 업무방해와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올해 7월 서울중앙지법은 이 전 교수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딸 이해슬에겐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한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입시비리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허탈감과 실망을 야기하고, 우리 사회가 입시 관련 시스템에 대하여 갖고 있었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게 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교육부는 성균관대에 이 전 교수에 대한 중징계(파면)를 요구했고,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도 이해슬의 입학을 취소했다. 대한면역학회 역시 이해슬의 ‘우수발표상’을 취소했다. 하지만 고려대만은 아직까지 입학 취소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현행 고등교육법 제34조의6에 따르면 대학의 장은 입학전형에서 부정행위가 있는 경우 해당 학생의 입학허가를 취소해야 한다. 이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딸 정유라도 입시 비리가 적발되어 각각 고려대와 이화여대 입학이 취소된 바 있다.
한편 이해슬과 함께 대필 보고서로 ‘우수청소년학자상’을 받은 안서윤(가명)은 2016년 이화여대 공과대학에 정시전형으로 입학했다. 안서윤은 문제의 수상 내역을 입학자료로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셜록은 이수희 전 교수와 이해슬, 그리고 대필 논문의 교신저자였던 고려대 F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과 방문을 시도했으나, 모두 답변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