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코가 행복 부산은 입이 호강
▲ 2009 프로야구 KIA 대 삼성 경기가 열린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많은 팬들이 응원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그런가 하면 구장이 너무 좁아 애연가들의 자욱한 연기 속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녀 안타까움을 자아낸 구장도 있었다. 8개 구단 홈구장에서 설문조사 실시 및 경기를 관람하며 보고 느낀 풍경을 지면으로 옮겨본다.지난 12일 일요일은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홈구장인 잠실 경기장에서 두 팀이 맞붙는 날이었다. 덕분에 일찌감치 경기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는데 경기가 시작되자 양팀 모두 잠실구장이 홈이라 홈팬들끼리의 응원 경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전광판을 경계로 마치 다른 나라인 양 전혀 다른 색의 막대풍선들이 파도를 이뤘으며, 목이 터져라 외치는 응원구호가 공중에서 뒤섞여 이색적인 축제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특이한 팬도 있었다. 박경수의 열혈팬이라 밝힌 한 관객은 슈퍼맨 복장으로 나서 응원단장인 양 응원전을 주도했는데 결국 LG 측 눈에 들어 독특한 응원 복장 관객을 뽑는 이벤트에 뽑히기도 했다. 또 경기장 내부 복도에는 LG가 마련한 ‘응원피켓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이벤트가 관심을 끌었다.
책상 위에 종이와 크레파스가 놓여 있고,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참여해 다양한 색깔의 피켓을 만들고 있어 성공적인 가족 이벤트로 보였다.LG는 이밖에도 가족의 달, 연인의 달, 어린이의 달 등을 선정해 그라운드에서 이어달리기, 키스타임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팬들이 직접 응모하거나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연을 보고 구단이 연락하는 등의 방식을 취해 프러포즈 이벤트도 연중 진행하고 있다. 부산 사직구장은 무엇보다 타 구장에 비해 월등히 많은 종류의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야구장 단골 메뉴인 치킨, 피자를 비롯해 만두, 순대, 닭꼬치, 케밥, 어묵, 족발 등 없는 음식이 없어 경기장 내부 복도가 마치 시장을 연상케 했고, 관중석 역시 대형 식당 같은 모습이 연출될 정도였다.특히 소주 안주가 대부분이라 몰래 사서 들어오는 팬들이 많은 까닭에 경기장 바깥에 ‘소주 반입 금지’라고 적힌 벽보가 유달리 눈에 많이 띄었다. ‘오프닝 시리즈’ 역시 사직구장만의 이색 이벤트다. 경기시작 30분 전부터 응원단상에서 ‘베이스볼 자키’가 요일마다 다른 테마로 팬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것. 일례로 ‘P.S. 김부장’이란 코너는 직장상사에게 하고픈 말을 적어 내면 소개해주며, 수요일의 고백타임에는 사랑고백 및 프러포즈 자리를 마련해준다.
▲ 부산 사직경기장에서 롯데팬들이 응원하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이와 반대로 KIA 타이거즈 홈구장인 광주 무등경기장은 가장 협소한 구장인 탓에 관중석을 벗어나자마자 복도에서 흡연하는 팬들이 많았는데 특히 기자가 경기장을 찾은 지난 1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선 KIA가 뒤지고 있어 복도에는 KIA 팬들이 뿜어낸 연기가 자욱했다. 이날 경기 한 시간 전 경기장 밖에는 양 옆으로 100m 넘게 이어진 인파행렬이 장관을 이뤘다.
이미 전 좌석이 매진됐던 것. KIA 측은 “시즌 초인데다 WBC 열기가 더해져 경기장을 찾았다가도 돌아가는 관중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런가 하면 3루석이 홈팀 관중석인 삼성 라이온즈 대구 시민운동장을 찾는 팬들은 하나같이 치킨을 들고 입장해 남다른 치킨 사랑(?)을 보여주기도 했다. SK 와이번스 홈구장인 인천문학경기장은 매표소마다 ‘야구장으로 소풍가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지난 15일, 평일에 꽤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가족들이 가족석 및 1루석을 꽉 채워 슬로건의 성공을 입증했다.
또한 SK 측은 올해부터 한국시리즈 때 등장했던 배 모양 리프트를 응원단상에 설치해 더욱 높은 응원 효과를 노리고 있다.모든 구장이 실시하는 이벤트로는 ‘키스타임’이 있으며, SK와 롯데는 ‘댄스타임’을 마련해 관중들의 열정적인 춤을 유도했다. 히어로즈와 SK는 흔들면 색이 바뀌는 ‘스파클러’를 응원도구로 나눠준다. 또한 KIA는 색색의 풍선, 롯데는 특유의 응원도구인 비닐봉지와 신문지를 올해도 이어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