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여검객들
그들끼리 만나면 어떨까. 6월 3일, 제11기 STX배 여류명인전 본선에서 조혜연 8단과 이민진 5단이 만났다. 조 8단이 흑이다.
대국 전에는 언니, 동생 하며 정말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건만, 바둑은 이 5단의 백 대마가 전멸하는 참극으로 끝났다. 여자가 더 무섭다.
<1도> 중반의 고비. 실리는 흑이 좋다. 백은 두터움이 자산이다. 백1로 중앙 흑▲들을 잡으러 간 장면.
<2도> 흑1, 3으로 붙이고 이단젖히자 백2, 4를 거쳐 6의 곳에 둬 일단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나 우하귀 쪽 백 석 점이 외로워졌다. 백은 이게 탈이 나면 안 되는 것 같은데, 저 멀리 중앙에 잡혀 있는 것처럼 보이는 흑▲들이 더 무서운 수를 품고 있었다.
<3도> 일단 흑1, 3으로 끊어잡았다. 백4로 몬 것은 기세. 가뜩이나 별로 여유도 없는데, 물러 설 수가 없다. 그런데 여기서 흑5. 필살기 작렬이었다.
<4도> 백1로 이을 수밖에 없을 때 흑2로 포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백3에는 흑4가 맥점.
<5도> 백1 이하로 찔러보나 흑의 그물은 의외로 튼튼했다. 흑10까지 좌상 백 대마가 거꾸로 포위되었다. 백A로 끊는 수가 없다. 흑B로 축이니까. 백11, 13으로 살고 우하귀로 달려가 15로 막았다. 이걸 돌보아야 하니까. 흑16으로 끊어 큰 패.
<6도> 백1로 패를 따냈다. 흑2는 팻감. 백3, 이걸로 대마는 산 것 같았다. 그런데…(흑4, 백7, 흑10, 백13은 패따냄).
<7도> 흑1, 여기가 백 대마의 급소, 혈도였다. 백2에는 흑3으로 끝이었다. 대마의 비명횡사. 다음 백A는 흑B. 백B로 두면 절반은 살지만 흑A로 절반이 잡혀서는 사는 게 의미가 없는 것. <6도> 백3으로 여기(흑1)에 뒀다면 사는 수가 있었다고 한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