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이 삐딱선 타면 숨죽여야 하나
▲ 클리블랜드 추신수가 캔사스시티전 연장 10회 끝내기 안타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클리블랜드 홈페이지 캡쳐 | ||
코코 크리스프는 주심에게 새들 때문이라고 항의를 했지만 글쎄요, 그 친구 어깨가 그리 좋지 않아서 갈매기들이 없었다고 해도 우리가 이겼을 겁니다. 갈매기들이 홈구장에 등장하게 된 건 올해부터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갈매기들은 나타나지 않았거든요. 누군가 프로그레시브필드에 갈매기들이 좋아하는 먹이들을 여기저기 뿌려놓은 걸까요?^^
요즘은 홈경기 때 수비로 나가면,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만약 플라이볼일 경우 충분히 쉽게 잡을 수 있는 공인데 갑자기 갈매기들이 날아오르면 그 공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하고 말이죠. 수비하다보면 갈매기가 제 모자와 손등에 분비물을 뿌리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갈매기들로 인해 경기에 집중할 수 없게 되는 거예요. 참, 제 공에 맞았던 그 갈매기는 어떻게 됐을까요? 바로 그 자리에서 죽었습니다. 만약 제가 일부러 갈매기를 맞혔다면 이전의 (류)제국이처럼 CNN에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지난주 한국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일기 때문이었어요.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검은 리본을 달려고 했지만 구단 측의 만류로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내용이 여러 사람들에게 회자가 된 것 같더라고요. 친구들이 농담 삼아 이런 얘길 했어요. ‘그러다 군에 입대하라고 영장 나올지도 모른다’고요. 전 영장 나오는 거 하나도 두렵지 않습니다. 어차피 한 번은 군에 입대를 해야 하니까 그게 나온다고 해서 걱정하거나 피할 일은 아닌 거죠.
다시 말씀 드리지만 전 고 노무현 대통령과 친분이 없습니다. 그러나 나라를 책임졌었던 ‘보스’가 돌아가셨는데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자기 생활만 고집하는 건 아니라고 봤어요. 그 ‘대장’을 추모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요.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 우리를 이끌어가는 ‘대장’이 정도가 아닌 다른 길, 약간 삐딱한 길로 간다면 그의 힘이 무서워서 아무 소리도 못 하고 순순히 따라야 하는 걸까?’ 전 설령 야구를 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상대의 힘이 무서워서 없는 말을 하거나 머리를 조아리며 살진 않을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저도 야구부 주장을 맡았습니다. 주장이라고 해서 독단적으로 선수들을 이끌어 갈 수는 없어요. 주위의 의견도 듣고 선수들의 고충도 헤아리고 무슨 문제가 생기면 서로 상의하면서 해결점을 찾아가는 게 주장의 역할이었습니다.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지금까지 미국에서 야구를 하면서 추신수가 개인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야구를 잘해야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선수들에 대한 평가가 높아질 거라고 믿었어요. 골프의 최경주 선수처럼 골프백이나 골프화에 태극기를 그려 넣진 못했어도 제 가슴 속엔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커다란 태극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태극기가 희미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클리블랜드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