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발 빼자 ‘급반전’
▲ 임윤택 서울시 태권도협회장 | ||
이런 상황에서 태권도진흥법이 지난해 7월 발효됐고, 이에 따라 국기원은 민법상의 재단법인에서 특수법인으로 전환을 하게 됐다. 하지만 국기원이 새로운 정관을 만들어야 하는데 엄운규 원장의 사표 제출, 이승완 이사 등의 반대로 1년이 넘도록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새로운 정관을 만들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가 국기원의 새 이사들이 정부기관의 기준인 공무원임용자격을 충족해야 한다고 못박았는데 전과가 있는 이승완 이사가 여기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승완 이사는 반발했고, 문체부는 “특정인사(이승완)는 안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친(親) 엄운규 측은 “서울시협회는 자신들이 국기원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엄운규 원장과 국기원을 공격했다. 이승완 이사도 자신이 국기원 원장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문체부가 친 엄운규 노선을 견지하면서 쉽게 끝날 것 같았던 양측의 대립은 지난 5월 홍준표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이 국기원까지 맡겠다고 나서면서 복잡해졌다. 홍준표 회장과 가까운 이승완 이사가 국기원정상화위원장으로 활동하고, 홍준표 회장이 국기원의 신임이사로 선임되면서 오히려 승부는 실세정치인과 이승완 이사의 싱거운 승리로 예상됐다. 하지만 태권도인들의 반발이 거세졌고, 홍준표 회장의 눈치를 보던 문체부가 최종 엄운규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경찰의 서울시태권도협회와 이승완 이사에 대한 수사가 그 정점에 있다는 것이다. 이번 수사 발표와 거의 동시에 홍준표 회장이 국기원 이사직을 자진 사임해 이러한 분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홍준표 회장은 국기원 이사가 되는 과정에서 “사자는 강아지와 싸우지 않는다”, “3개월이면 국기원 문제를 싹 정리할 수 있다”는 등 태권도계를 폄하하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어쨌든 공공연하게 국기원 수장 자리를 하겠다고 나섰고, “(문체부) 장관에게도 다 말해놨다”는 등 기세가 등등했던 홍준표 회장이 막판 국기원에서 발을 뺀 것은 확실하다. 이 과정에서 여권 내에서 홍준표 회장의 정치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노동부 장관을 원했으나 입각에 실패했고, 호언장담했던 국기원 장악도 뜻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