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 베팅한 롯데 ‘공식파트너’ 명단서 빠진 이유가…
7월14일 기준 국내 재계 서열 10위 안에 든 기업 가운데 조직위와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대기업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한진 등 6곳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평창 주사무소 모습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정부는 최근 천문학적인 국고 투입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원주~강릉 복선전철 사업 등 동계올림픽 인프라 구축에 배정된 국고는 7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정부 쪽 사정이 여의치 않자 조직위는 ‘민간’에 눈을 돌렸다. ‘흑자 올림픽’을 위해선 국내 기업들의 전폭적인 후원이 필수적이다. 조직위는 앞서 “기업 스폰서십 체결로 8500억 원의 수입을 올리겠다”며 ‘연내(2016년) 90%(7650억 원) 달성’이란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상반기 기준 조직위는 6600억 원가량의 후원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미 지난해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스폰서십 목표 수입액(1500억 엔·한화 1조 6400억 원)을 초과 달성했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도 한국과 일본이 각각 다른 결과물을 만든 것이다.
지난 7월 14일 기준 국내 재계 서열 10위 안에 든 기업 가운데 조직위와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대기업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한진 6곳이다. 한화와 포스코는 각각 “후원금액 등과 관련해 조직위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으며, GS는 답변을 유보했다. 현대중공업은 “후원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 가운데 삼성은 현금 800억 원을 비롯해 모두 1000억 원 규모의 후원 계약을 맺었다. 현대자동차는 대회 차량 제공 등 8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대기업의 후원 규모는 전체 목표 금액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SK와 LG의 후원 규모는 ‘최상위 등급(Tier 1)’으로 표기됐다. 정확한 후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LG는 계약 금액에 대해 “대외비”라고 답했다. Tier 1을 받으려면 조직위에 500억 원(현금 또는 현물) 이상 내야 한다.
이들과 함께 Tier 1을 받은 기업은 롯데다. 롯데는 지난 3월 총 600억 원 규모의 스폰서십 계약을 맺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를 제외하면 재계에서 가장 큰 금액을 ‘베팅’한 셈이다. 롯데 관계자는 “국가적 행사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그룹 오너(신동빈 롯데 회장)가 결단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롯데는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 ‘공식 파트너’로 표기돼 있지 않다. 진행 중인 검찰 수사가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오너 수감 등 최악의 경우에는 스폰서십이 취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신 회장은 스폰서 계약이 이뤄진 당일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후원에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오너에 대한 의혹과 별개로 정식 후원 협약서를 작성한 롯데를 공식 파트너로 표기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지나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직위 대변인실은 “전혀 몰랐던 부분이고 즉각 반영하겠다”고 답했지만 15일까지 수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역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한진은 그룹 인력 30여 명을 조직위에 파견 중이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지난 5월 조직위원장직을 사임했지만 파견 인력은 복귀시키지 않았다. 한진 관계자는 “(파견 인력이) 그간 수행해 온 업무들이 있는데 조 회장을 따라 우르르 빠져 나오면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 회장은 앞서 조직위 운영 문제 등과 관련해 정부 측 고위 관료와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 측은 “소문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정부와 재계의 ‘엇박자’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후원을 논의 중인 한 대기업 관계자는 “(후원 규모 등과 관련해) 정부 측 조율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측은 “(스폰서 계약은) 각 기업이 조직위와 개별 협상하는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정부는 또 ‘세제혜택’과 관련해서도 조직위와 미묘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조직위는 후원에 참여한 대기업들에 대해 세금 감면을 건의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문체부는 “IOC의 요청으로 올림픽 공식 파트너에 대한 소득세·부가가치세 등을 감면하는 국제 프로그램이 있다”며 “해당 파트너 기업들에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IOC 측 스폰서인 맥도날드는 혜택을 받지만 조직위 측 스폰서인 노스페이스(영원아웃도어)는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식 스폰서 기업 로고들. 600억 원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한 롯데가 빠져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동계올림픽을 통한 기업 홍보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관측을 내놨다. 이들은 ‘사회적 책임’, ‘정무적 판단’을 중요한 후원 배경으로 꼽았다. 금융권의 경우는 조직위가 개별 접촉해 Tier 1 수준의 후원을 권했지만 마땅한 스폰서가 나타나지 않았다. 유명 스포츠 스타를 후원했던 한 은행은 “평창올림픽은 후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은행의 후원은 현금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조직위는 현금을 회계상 수입으로 처리한다. 일반적으로 정부 산하 조직이 기부금을 임의로 모집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국회를 통과한 ‘평창올림픽법 개정안’에 따르면 조직위는 예외적으로 자체 심사를 거쳐 기부금을 받거나 사용할 수 있다. 즉 기부 형태로라도 더 많은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걷겠다는 의지가 법 조항에 담긴 셈이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손익 계산에 밝은 기업들이 투자 대비 효과가 없는 곳에 지출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이벤트의 규모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재정적인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평창 유치 총수 3인방 와병 중이거나 검찰 수사 ‘아! 옛날이여’… 왼쪽부터 이건희 삼성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박용성 전 두산 회장 이 회장의 든든한 파트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었다. 조 회장은 2009년부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 자격으로 34차례에 걸쳐 해외 출장을 다녔다. 박용성 당시 대한체육회 회장(전 두산그룹 회장)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체육계 수장으로서 ‘평창 세일즈’를 위해 지구 13바퀴를 돌았다. 그러나 평창동계올림픽을 1년 6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이들 재벌 총수 3인방은 와병 중이거나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저마다 곤경에 처해 있다. 먼저 이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채권단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반납한 데 이어 사재 출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다. 지난 13일에는 진경준 검사장의 처남 회사에 한진 계열사 2곳이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전 회장은 지난해 중앙대 비리 사건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4월 열린 항고심에서 재판부는 뇌물 제공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가 몸담았던 대한체육회는 국민생활체육회와 합병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영광은 이들에게 추억으로 남았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