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욕심에 동심도 시들시들
레고랜드는 1단계 사업(레고랜드 테마파크 및 상가 조성, 교통망 확충)에만 총 5000억 원이 투입되고, 레고랜드 주변부 개발(리조트 등)에도 1조 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은 레고랜드 조감도. 강원도청 제공
강원 춘천에 들어설 레고랜드는 사업 부지에서 발굴된 문화재 처리 등을 이유로 사업 일정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관련 사업을 유치한 강원도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까지 1차 개장을 한다는 목표지만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2050억 원에 달하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비용, 저조한 분양 수요에 따른 투자금 고갈 등은 레고랜드의 앞날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운다.
경기 화성이 유치를 희망하는 유니버셜스튜디오에 대한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미국 NBC유니버셜 본사 측은 한국의 ‘러브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이 사업의 시행사 격인 롯데와 수자원공사는 각각 경기 화성 소재 ‘송산 신도시’에 국제 테마파크를 짓겠다며 협상 대상자로 NBC유니버셜을 선정했다. 그러나 사업 라이선스 획득과 부지 개발 등 어느 것 하나 진전되지 않았다. 되레 롯데는 해당 사업을 명목으로 수십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초 이들 사업은 강원도와 경기도 등 관련 지자체가 낙후한 지역 경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추진해온 것들이다. 강원도는 2011년 레고랜드 운영권을 가진 영국의 머린 엔터테인먼츠와 합의각서(MOA)를 맺고, 레고랜드가 들어설 춘천 일대의 도·시유지 132만㎡를 개발·무상임대 등의 형식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대신 머린 측은 이 사업 SPC(특수목적법인) 설립 등에 필요한 현금 1억 달러(약 1134억 원)를 출자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12년 8월 레고랜드 조성을 위한 SPC인 엘엘개발이 설립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엘엘개발의 최대주주는 강원도(42.59%)다. 뒤를 이어 머린(23.61%)과 국내 법인 엔티피아(23.61%)가 지분을 확보했다. 지난해 기준 엘엘개발의 자본금은 221억 8000여만 원으로 MOA 당시 목표로 했던 자본금(약 1500억 원)과 차이를 보인다. 때문에 머린의 투자 의지에 대해 지역 일각에선 적잖은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강원도 레고지원과 관계자는 “오는 8월 초 엘엘개발이 신청한 1단계 건축허가가 승인나면 담당 시공사(대림건설·SK건설)가 연내 착공할 계획”이라며 “착공이 이뤄지고 나서야 머린이 (협약에 따라) 현금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는 레고랜드가 들어서면 연간 200만 명 수준의 관광객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업을 유지해 나갈 ‘돈’이다. 레고랜드 건설은 1단계(레고랜드 테마파크 및 상가 조성, 교통망 확충)에만 총 5000억 원이 투입되고, 2단계인 레고랜드 주변부 개발(리조트 등)에도 1조 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적인 테마파크 사업에서 시행사는 주변부 개발 사업에 대한 분양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투자자를 유치한다.
그러나 엘엘개발은 머린 외의 투자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 구속된 엘엘개발 전 임원 민 아무개 씨 등은 회사 돈은 물론 분양권까지 빼돌려 외부 투자를 위축시켰다. 당장 엘엘개발은 시공사에 지급할 공사비가 없어 1년 뒤에야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춘천을 지역구로 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사업이야 잘 되길 바라고, 레고랜드 주변 교통망(진입 교량) 구축에 필요한 국비는 우리가 따냈지만 남은 부분은 우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유니버셜스튜디오의 경우 10년 가까이 추진했는데 아직까지 안 된 것은 앞으로도 기약이 없다는 뜻”이라며 “원래 테마파크 사업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그래서 기업들에게 골프장, 리조트 등 분양권을 함께 주는 것인데 아무 것도 결정 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적의 투자를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진 유니버셜스튜디오 재팬 홈페이지 캡쳐.
유니버셜스튜디오 역시 외곽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화성을 지역구로 둔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가 (직접) 개입할 일은 아니다”라며 “(시행사인) 수자원공사 측에서 대표단을 뽑아 NBC유니버셜과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유니버셜스튜디오 유치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수자원공사 측의 설명은 다르다. 강성귀 수자원공사 테마파크사업단장은 “현재 NBC유니버셜과 협상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만약) 유니버셜스튜디오가 유치되면 어트랙션(놀이기구)은 모두 미국 본사가 직접 설치한다. 투자 규모가 조 단위기 때문에 실제 협상을 벌이려면 우리가 먼저 토지 매각 문제 등을 처리해야 한다. 남은 절차가 많다는 뜻이다. (실제 설립까지는)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초 이 사업은 포스코와 롯데가 각각 유니버셜스튜디오코리아리조트자산관리, 유니버셜스튜디오코리아리조트개발이란 회사(통칭 USKR)를 설립하고 추진해왔던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421만㎡에 이르는 송산 국제테마파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수자원공사는 유니버셜스튜디오가 들어설 사업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7년여에 걸친 사업 준비 과정에서 포스코는 대부분 사업 지분을 롯데에 넘겼다. 롯데는 유니버셜스튜디오 유치 및 호텔&리조트, 워터파크 건립 등을 위해 수자원공사가 보유한 사업 부지를 매입하고자 했다. 그러나 양측은 토지 매각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송산 국제테마파크 프로젝트 예상 사업비는 5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후 롯데는 유니버셜스튜디오 유치에서 발을 뺐다. 그러나 검찰은 최근 롯데가 세운 USKR 법인이 사업 컨설팅 등을 명목으로 수십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오너 일가와 연관성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레고랜드 경우처럼 유니버셜스튜디오도 사업 과정에서의 횡령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현재 해당 프로젝트를 추진할 컨소시엄에는 수자원공사를 주축으로 대우건설, 경기도, 화성시, 산업은행 등이 포진해 있다. 사실상 정부 주도 사업인 셈이다. 이 가운데 경기도는 유니버셜스튜디오가 건립되면 연간 1500만 명의 관광객이 유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전망은 다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유니버셜스튜디오의 경우 10년 가까이 추진했는데 아직까지 안 된 것은 앞으로도 기약이 없다는 뜻”이라며 “원래 테마파크 사업만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아 기업들에 골프장, 리조트 등 분양권을 함께 주는 것인데 아무 것도 결정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적의 투자자를 찾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 소장은 또 “도쿄 디즈니랜드의 경우 10년 동안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않고, 끊임없이 재투자해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만들어 겨우 자리를 잡았다”며 “아무리 유명한 테마파크라도 한 번 가보고 관광객이 다시 찾지 않으면 수익성이 악화되는데 레고랜드가 그걸 해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