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사망설’에 이어 성매매 의혹 동영상 논란까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이 파문을 불러온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정권교체가 임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출처=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일요신문DB
[일요신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 논란이 지난 주말 대한민국 사회전반을 강타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건희 회장의 사망설(지난 6월30일)이 유포된 지 불과 2주만이다. 이를 두고 이건희 회장과 삼성의 사회 영향력을 통해 정치적 물타기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가 조기에 마무리되어 삼성그룹 정권이 이재용 체제로 전면 교체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더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이 한 인터넷매체를 통해 보도된 것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과 관련해 물의가 빚어지고 있는 데 대해 당혹스럽다”며, “이 문제는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당혹감을 감추진 못했지만, 나름 삼성그룹차원에서 이 회장과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찰은 이건희 회장의 동영상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내사에 착수키로 하고, 23일 보도 언론매체에 영상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과 촬영을 사주한 사람들의 공갈·협박 혐의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대검찰청도 실제 성매매가 이뤄졌는지 규명해 달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 중이다. 검경 합동 또는 투트랙 수사여부도 25일 결정될 예정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현재 2년 넘게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지난해 6월엔 이 회장이 ‘자발 호흡’을 하면서 재활치료 중이라는 보도가 나가기도 했지만 끊임없이 사망설이 흘러나오면서 삼성그룹이 해명에 나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망설이 해마다 제기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이건희 회장의 삼성그룹과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초기 사망설때 삼성 주식총액이 감소 영향을 받았던 것과 달리 최근 사망설에는 오히려 소폭 상승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이재용 경영세습이 완료되었다는 반증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30일에는 의도적인 찌라시로 보이는 한 건의 게시물로 인해 삼성그룹과 증권가는 물론 한국 사회 전반이 들썩였다.
이 게시물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사망했다”는 이 회장의 사망설 찌라시로 삼성은 “이 회장이 삼성그룹은 물론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의식해 이 회장의 건강상태를 악용한 세력들의 해프닝일 뿐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즉시 해명에 나섰다. 경찰은 현재 악성루머를 유포한 자들을 조사 중이다.
하지만 이 회장 사망설이 악성루머로 사그라질 쯤 이번엔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으로 한국사회가 발칵 뒤집혀졌다. 정운호 법조게이트로 발단된 홍만표, 진경준, 우병우 관련 검찰계 거목들이 비리에 연루되어 사회비난이 높아지고 있던 차에 마치 이를 모두 집어삼키듯이 이 회장의 성매매 논란의 파장은 거대했다. 실제로 정치권에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주말 내 자진사퇴 촉구가 극에 달했던 만큼 일명 정치권의 ‘물타기’ 의혹은 나름 설득력이 있어보였다.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의 쟁점은 여느 연예인의 성관련 사건과는 다른 면이 많다. 이 회장은 자타공인 국내 최대재벌이자 사회 영향력도 비교가 안 되는 위치지만, 문제는 이 회장의 불미스러운 일에 회사차원의 개입 정황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재벌세습이나 대기업 갑질로 인한 비정상적인 경영 등의 연장선상으로 불러온 사회적 파장이 그것이다. 그런데도 그룹차원의 발빠른 대응 탓인지 성관련 의혹에 물들어있던 국민들의 피로감 때문인지, 사건은 마치 그저그런 추악한 노회장의 말로만 비춰진 감이 없지 않다. 그것도 병상에서 생사를 오가는, 사망설 등이 나도는, 늙은 회장에게 이제 ‘그만하자’식으로 의혹의 본질은 묻힌 듯하다.
삼성그룹의 왕좌가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미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전쟁 후 산업근대화의 격변기에 삼성을 일궈냈다. 그의 아들인 이건희 회장은 삼성을 글로벌경쟁사회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놨다. 이제 이재용 부회장이 물려받는 삼성은 글로벌선두기업을 향한 경쟁에 뛰어들어야만 한다.
반면, 한국사회에서 대기업의 경제구조적 문제점은 그렇다치더라도 글로벌 선두기업으로서 삼성의 경영세습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반한 점을 지적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편, 지난 2015년 출간된 ‘제로베이스 리더십(저자 김병완)’이란 저서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새로운 리더로 집중조명되고 있다.
제로베이스는 “제로 상태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사고하고 분석하고 판단하고 결정한다”는 의미로 이건희 회장의 삼성을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의 제로베이스는 삼성의 지난 과오(백혈병산재, 일용근로직 처우, 정재계 로비 의혹, 언론장악 의혹 등)를 묻어두거나 삼성의 과거 성과와 업적만을 이어가는 것이 아닌 과거를 청산하고 개선하여, 글로벌 선두기업으로서의 자격을 갖추는 출발점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회복 유무와 상관없이 이미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의 승선을 시작한 듯 보인다. 이제 막 ‘제로베이스’에서 ‘원베이스’로 향하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