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동양사태 막는다” 일각선 회의론 왜?
금융당국이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 국내 주요 재벌 총수에 대한 금융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한다. 일요신문DB
[일요신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국내 굴지의 재벌 총수들이 금융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 포함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1일부터 시행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대기업 금융계열사 64곳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게 됐다. 이로써 이들 총수들이 금융사 대주주가 되기에 적절한지 여부를 평가한 최초의 심사결과는 내년 5월경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벌써부터 금융당국의 지배구조법 집행이 실효를 거두기 힘들 것이란 회의론이 일고 있다. 대기업 금융사에 대해 ‘눈감고 봐주기’식으로 형식만을 취한 채 실제 위반사례 적발은 물론 위법 행위에 대한 의결권 제한 사례 적용이 극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 현대캐피탈, 한화생명, 미래에셋대우 등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당국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당국이 금융사 대주주의 위법 사실 등을 고려해 주주의 자격을 심사하는 제도다. 즉, 오너들의 일탈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를 막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에만 적용됐으나 2013년 ‘동양 사태’를 계기로 일부 금융회사의 ‘오너 리스크’가 문제되면서 심사 범위가 보험·증권·금융투자·비은행지주회사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계열사는 삼성화재·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자산운용·삼성카드 등 8곳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캐피탈·현대카드·HMC투자증권 등 5곳, 한화그룹은 한화손해보험·한화생명·한화자산운용·한화투자증권 등 6곳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동부그룹의 경우 동부생명·동부증권·동부자산운용 등 5곳이 심사대상에 포함됐다. 이밖에 현대중공업 5곳(하이투자증권·하이자산운용 등) 롯데그룹 4곳(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 등), SK그룹 1곳(SK증권)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다. 금융 주력 대기업 가운데선 한국투자금융 7곳, 미래에셋 6곳, 교보생명 4곳도 해당된다.
지난 1일부터 이들 대기업 보험·카드·증권 계열사의 최대주주가 최근 5년 이내에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 등 금융 관련 법령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을 받으면 시정명령을 받거나 10% 이상 보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이 최대 5년간 제한된다.
삼성생명은 지분 20.76%(특수관계인 지분 포함)를 보유한 최대주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대상이 될 수 있다. 금융회사의 최대주주가 개인이 아닌 법인이면 최대주주인 법인의 최다 출자자인 개인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대상이 된다. 한화생명은 최대주주 법인인 한화(21.6%)의 최다 출자자인 김승연 회장(한화 지분 22.7% 보유)이 심사대상이다.
개인 최대주주가 도출되지 않는 순환출자형 지배구조 아래 있는 금융회사의 경우 해당 금융회사 소속 기업집단 총수(동일인)의 위법 행위를 기준으로 의결권이 제한된다. 현대카드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현대카드의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의 최다 출자자가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는 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의 최대주주는 현대자동차이기 때문에 개인인 최대주주가 나오지 않는다. 결국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대상으로 간주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10월 말까지 3개월간 유예 기간을 둔 후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시행 업무를 위탁받은 금융감독원은 내년에 첫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착수한다.
금융회사들은 올해 말을 기준으로 적격성 심사대상 최대주주가 누구인지 파악해 내년 2월 말까지 금감원에 제출하게 된다. 금감원은 3개월간의 심사 기간을 거쳐 내년 5월께 첫 심사 결과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며, 적격성 심사는 2년마다 이뤄진다.
한편, 재벌총수들의 의결권 제한이 집행되더라도 기업 내 영향력 및 재벌 3세나 후견인들에 대한 실질적 위법행위에는 법 취지의 범주가 벗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금융당국의 개선 의지와 맞물려 재벌총수들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둘러싼 실효성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현재현 전 회장 은닉재산 찾아라” ‘동양사태’ 후유증 여전 ‘동양사태’는 2013년 동양그룹이 자금난을 막기 위해 무더기로 발행한 기업어음(CP)으로 인해 개인 채권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사건이다. 당시 동양그룹은 동양증권을 통해 1조 3000억 원대 계열사 부실채권을 팔아 4만여 명에게 피해를 입혔다. 고객의 돈으로 부실 계열사를 지원한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사기죄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중이다. 동양사태 전국 피해자들은 채무자인 현재현 전 회장의 은닉재산을 찾기 위해 나서는 등 아직까지도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현 전 회장의 파산에 대비해 전국적으로 피해자들을 결집하고 있고, 현 전 회장의 은닉재산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이를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