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외국인 주주의 마음을 얻다(?)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후계자로서 이재용 부회장의 입지가 탄탄해져가고 있다는 평가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2014년 5월 이 부회장이 경영을 맡은 후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모두 5차례 자사주를 매입했다. 1차는 2014년 말과 2015년 초에 걸쳐 2조 4459억 원이다. 또 2015년 말과 2016년 1월에 걸쳐 4조 1840억 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매입 후 보유가 아니라 ‘소각’으로 정책이 바뀐다.
올 들어서도 1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3조 1337억 원, 4월 말부터 7월 말까지 2조 원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했다. 또 지난 7월 28일부터 오는 10월 28일까지 1조 9000억 원 규모의 자기 주식을 매입해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 들어서만 8조 원이 넘는다. 2014년 이후 지금까지 사들인 자사주만 5차례 15조 원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12조 원이 소각됐거나 소각될 예정이다.
두 번째 자사주 매입을 제외하면 자사주를 사들이는 기간 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모두 우상향했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는 자사주 매입 기간 동안 외국인들은 순매도세를 유지했다. 회사가 주식을 사주며 주가를 받치는 동안 보유지분을 팔아 차익을 챙긴 셈이다. 8월 들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기간 동안에도 외국인들은 줄곧 매도 우위였다.
그런데 매입된 자사주가 소각된 덕분에 지분율은 50.67%에서 51.04%로 높아졌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현금 곳간을 열면서 외국인들은 투자 차익은 챙기고 영향력은 유지하는 효과를 본 셈이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증권업계의 한 임원은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시기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이후다.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같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을 겪은 학습 효과로 추정된다. 이 부회장이 확실한 차기 그룹 총수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지분을 절반 이상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의 갈증을 풀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배당을 크게 늘리기보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가도 오르고 삼성의 내부 지분율도 오르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뚜렷한 성공사례가 없어 이 때문에 의결권의 절반을 가진 외국인 주주들에게 후계자로서 입지를 각인시켜줄 명분이 약한 것이 이 부회장의 고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갤럭시S7과 갤럭시노트7이 성공을 거둔 데다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 소각으로 외국인 주주들의 지갑까지 두둑하게 만들었다.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