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기 힘 있는 작가가 있습니다…Future Art Market-Artist
Breathing on the line(2016), 194×97cm, 캔버스에 오일.
Future Art Market-Artist 7
‘영화 같은 현실을 그리다’ 고선경
회화에서 작가의 생각을 나타내는 방식에는 서술적 표현과 시적 표현이 있다. 서술적 표현은 내용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등장한다. 즉 소설 같은 표현 방법이다. 회화에서는 신화나 종교적 이야기 혹은 왕이나 귀족의 역사적 업적, 정치적 이데올로기 등이 이야기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서술적 표현은 내용을 후세에 남겨야 한다는 기록적인 성격을 우선시했다.
이에 비해 시적 표현에는 이야기로 엮을 만한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의미가 풍부하다.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적 표현을 가장 훌륭하게 소화하는 예술 분야는 음악이다. 음악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자신의 독특한 경험이나 추억과 연결되는 음악인 경우 구체적 이미지나 사건까지도 떠올릴 수 있다.
spring(2015), 45.5×38cm, 캔버스에 오일.
고선경도 시적 표현 방식을 택하고 있다.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한 성격의 풍경화다. 풍경화에는 구체적인 사건이 없다. 그런데 이 재미없어 보이는 장면이 우리의 눈길을 놓아주지 않는다. 볼 것도 없는데. 왜 그럴까. 장면에서 풍기는 느낌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느낌은 우선 화면 전체의 처연하면서도 퇴폐적인 분위기에서 나온다. 마치 예술성 짙은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인데, 색채의 고급스런 조합과 훔쳐보듯이 찍은 사진 같은 구도 덕분이다.
그의 그림에서 영화적 분위기가 드러나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다. 자신이 직접 본 풍경을 영화적 분위기로 연출한 것이다. 영화는 현실이 아니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영화 속으로 빠져들지만, 개입할 수는 없다. 위기에 빠진 주인공을 영화를 보는 우리가 구할 수는 없다. 주인공은 우리의 염원을 무시하고 감독이 짜준 각본대로 영화 속에서 산다.
고선경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영화 속 같은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강력한 힘에 의해 연출된다고 믿는다. 그것은 가깝게는 매스컴이나 정부 혹은 권력 집단일 수도 있고, 멀게는 절대자, 신, 우주의 질서 같은 것일 게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해진 각본(운명이나 팔자)에 따라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가 그리는 영화 같은 장면들은 이러한 생각을 담기 위한 시적 표현인 셈이다. 그래서 작가가 택한 풍경은 실제 영화 세트 같은 곳이다. 그리고 최대한 연출된 풍경 같은 분위기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카메라 앵글로 보는 듯한 각도의 구도를 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력한 연출로 이루어진 현실 속에 던져진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배역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을 팔자소관이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