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퍼블리시티권’ 단월드에만 강경하지 못해 의문…단월드 “BTS 상업적 목적 활용한 적 없어”
5월 2일 단월드는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업체와 하이브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반박했다. 단월드 측은 "최근 하이브와 어도어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유튜브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하이브가 사이비 종교 단체인 단월드와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단월드를 마녀사냥식 사이비 종교 단체로 매도하고 있어 단월드는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단월드는 1985년 홍익인간의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돼 한국식 명상인 'K명상'을 현대인들에게 맞게 과학화, 학문화해 발전시켜 온 대표적인 심신 건강법을 보급하고 있는 건강교육기업"이라며 "또한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뉴진스의 'OMG' 뮤직비디오 내용으로 임원들로부터 협박을 당했다는 주장으로 인해 네티즌들이 단월드와 연관돼 있다고 퍼뜨린 악성 루머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같은 허위사실에 대해 법무법인을 선임해 강경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도 덧붙였다.
또 단월드 소유인 글로벌사이버대학교를 졸업해 단월드와의 연관성이 대두됐던 방탄소년단에 대해서는 "멤버들이 허황되고 거짓된 정보로 인해 어떤 피해도 입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다시 한 번 방탄소년단과 단월드의 관계는 무관함을 밝힌다. 노래 가사 등에 붙여진 허황된 추측들은 명예 실추로 간주하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단월드의 입장문은 이들의 정체성이 '명상을 내세운 건강교육기업'인지, 아니면 '종교적 색채가 강한 단체'인지에 대한 해명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들이 하이브-단월드 간의 관계성에 대해 깊은 의혹을 품기 시작한 데엔 단월드의 정체성보다 이들의 '방탄소년단 마케팅'이 더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단월드 회원 또는 관계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블로그나 단월드 관련 업체 홈페이지 및 공식 채널에서 방탄소년단의 이미지와 이름을 사용한 홍보글이 눈에 띄었던 탓인데, 이 같은 마케팅이 실제 하이브의 허가 하에 이뤄진 것인지는 단월드의 입장문이나 하이브의 '위버스 입장문'에서 찾을 수가 없다.
이런 '방탄소년단 마케팅'은 온라인에서 확인되는 것만 놓고 봐도 최소 2018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단월드 창시자인 일지 이승헌 선생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방탄소년단이 2018년 발매한 곡 '앤서: 러브 마이셀프(Answer: Love myself)'를 이용한 홍보 글을 찾아볼 수 있다. 해당 게시물에는 'BTS가 부르는 러브 마이셀프의 핵심은 자존감입니다. 나를 사랑하고 나의 가치를 찾고 실현해 나가는 것이 자존감의 핵심입니다. 최고의 방법이 바로 뇌교육 명상입니다. 이승헌 총장이 말하는 자존감을 높이는 명상하는 법을 시청하고 자존감을 회복해 보세요'라는 글과 함께 유튜브 영상이 올라와 있었는데, 영상은 현재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단월드가 일본에서 운영하는 기관으로 일본 내에서는 '일지 브레인 요가(Ilchi Brain Yoga)'로 알려진 업체의 각 지부 역시 방탄소년단을 앞세워 홍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일지 브레인 요가 오카야마 센터의 경우 단월드의 '뇌교육'을 홍보하면서 게시글 제목에 'BTS도 배운 뇌교육'이라는 문구를 넣었으나 현재는 'BTS도 배운'이란 문구가 삭제된 상태다. 이외에도 일본의 요코하마 지부, 후지사와 지부, 마치다 지부 등이 'BTS가 배운 원리' 'BTS의 UN스피치와 일지 브레인 요가' '글로벌사이버대학에서 방탄소년단이 받은 뇌교육' 등으로 홍보를 해왔다. 다만 하이브와 단월드의 관계를 두고 논란이 제기된 뒤 해당 홍보글은 전부 삭제됐다.
이 같은 홍보글은 하이브와 별도의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대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 경우 방탄소년단의 '퍼블리시티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 퍼블리시티권은 연예인 등 공인이 가진 성명이나 초상, 기타 동일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말한다.
명문화 논의가 이뤄진 것은 2022년으로 다소 늦긴 했으나 이 이전에도 연예인과 계약 없이 공식 또는 사적인 사진(방송 화면 캡처 포함), 이미지(캐리커처 등 캐릭터화 포함), 이름 등을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인격권 침해에 따른 민법상 불법행위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돼 왔다. 2013년 연예인의 퍼블리시티권 관련 판례에 따르면 재판부는 "고객 흡인력을 가지고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람의 성명, 초상 등을 그 고객 흡인력을 이용할 목적으로 상품이나 광고 등에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써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런 상황에 비춰본다면 비교적 오랜 기간 방탄소년단의 이름과 초상 등을 홍보 목적으로 사용해 온 단월드에게 하이브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데에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대중들의 지적이다. 전세계적으로 그 수로도, 영향력으로도 막강한 팬덤을 가진 방탄소년단의 홍보 효과를 고려했을 때 하이브가 이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했다면 표준전속계약서상 조항 가운데 하나인 '성실한 매니지먼트'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있고, 전혀 알지 못했다가 이번 사태로 인해 인지했다면 그에 따른 조치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다.
단월드 측이 방탄소년단을 내세워 이전에 비해 괄목할 만한 홍보 효과를 누린 것이 인정된다면 반대로 하이브는 그만큼 손해를 본 셈이 된다. 더욱이 최근 불거진 이슈가 이 같은 단월드의 '방탄소년단 마케팅'에서 촉발된 점도 어느 정도 있다고 볼 때, 하이브로서는 단월드 측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하이브는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 관계자는 단월드의 홍보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와 향후 대응을 묻는 일요신문의 질문에 위버스 입장문을 전달하며 "사실이 아닌 내용을 두고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밝혔다. 위버스의 해당 글은 '방탄소년단의 권익 침해 보호를 위한 법적 대응'으로 방탄소년단-하이브-단월드 사이의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들을 고소한 뒤 "차후로도 선처 및 합의 없는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 강경히 대응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을 뿐, 방탄소년단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단월드에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하이브는 국군 위문편지 애플리케이션 '더캠프'가 방탄소년단의 초상과 성명 등 주요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멤버 별 커뮤니티를 개설해 운영하자 "방탄소년단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사례"라며 내용증명을 보낸 바 있다. "회사와 아티스트가 막대한 자본과 노력을 들인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한 행위 등에 대해서는 소속사 차원에서 모니터링을 강화해 엄중한 조치를 취해 나갈 예정"이라는 게 당시 하이브의 입장이었다.
2021년 강원 삼척시 맹방해변에 들어선 'BTS 관광지' 역시 하이브 측이 "방탄소년단의 IP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철거를 요구해 사라졌다. 이처럼 아티스트의 퍼블리시티권에 대해 줄곧 엄중하고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던 하이브가 이번 사례에 대해서만큼은 '엄중해지지 않은' 것이다. 양측의 연관성을 놓고서는 하이브와 단월드 모두 강하게 부정하고 있으나, 이 지점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대중들의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편 일요신문 취재가 시작되자 단월드 측은 "방탄소년단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공식적인 홈페이지, SNS(소셜미디어), 전단지 등에 제작해 광고나 홍보에 활용한 적이 없다"며 "일본의 일지 브레인 요가의 경우 한국에서 수출한 뇌교육 프로그램으로 건강법을 지도하고 있다. (일본 지부의 홍보글에서 언급된) 'BTS의 UN스피치와 일지 브레인 요가' '글로벌사이버대학에서 방탄소년단이 받은 뇌교육'은 사실에 대한 내용을 적은 것일 뿐,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광고하거나 홍보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일지의 블로그 및 일지의 브레인명상(일지 이승헌 선생의 공식 홈페이지)에 언급한 내용은 단월드와 무관하기 때문에 답변을 드리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이브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