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은 알아도 조직기증은 몰라 국내 유통 이식재 중 75% 수입 의존
지난 2015년 12월 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가 20세 이상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인체조직기증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2.4%(424명)만이 인체조직기증을 알고 있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일요신문 DB
신장, 간 이식뿐만 아니라 뼈 이식도 가능하다. 뼈 이외에도 심장판막, 연골, 인대, 혈관, 피부 등 이식을 위해 기증받는 부위를 인체조직이라고 한다. 인체조직을 기증하는 방법은 장기기증 절차와 비슷하다. 다른 점은 대부분 사망자의 인체조직만 기증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체조직은 조직은행을 통해 기증하고 기증받을 수 있다. 조직은행은 사후 인체조직 기증자로부터 피부, 뼈 등의 인체조직을 기증받아 가공, 보관, 분배하는 곳이다. 국내 조직은행은 130여 군데로 추산되고 있다.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수입업체, 병원 내에서 조직을 받는 의료기관, 국가정책사업으로 시작된 한국인체조직기증원으로 나뉜다. 조직은행이 가장 발달한 미국의 경우 매년 120만 개의 조직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 인체조직 기증자는 연간 200명 내외에 불과하다.
이식에 사용되는 뼈. 사진 제공=한국인체조직기증원
사망자의 유골을 화장하는 장례 문화가 형성된 한국에서 인체조직 기증은 생소한 실정이다. 국내 유통되는 연간 38만 개 이상의 이식재 가운데 75% 이상을 미국 등의 수입재에 의존하고 있다. 화상, 골절, 뼈암, 혈관, 시각질환 등으로 인체조직 수요량은 매년 10% 이상 늘고 있지만 인체조직 이식재 국내생산 비율은 2014년 기준 25%에 불과하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으니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수입 과정에서 부작용 문제도 속출해 왔다. 지난 2010년 이후 미국 FDA에 보고된 인체조직 리콜 현황에 따르면 국내에 수입된 뼈와 피부 등 210개가 부적합 조직으로 확인됐다. 기증자에게 세균 감염이나 교도소 투옥 사실 등이 뒤늦게 드러났다. 그러나 이미 국내 환자들의 몸속에 이식된 193개의 조직을 제외한 17개만 리콜 처분됐다. 또한 수입되는 인체조직은 기증자에 대한 역추적이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이식 이후 부작용이 생길지라도 이식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최근 들어 이런 인체조직 수입조차 힘겨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수입업체들이 줄줄이 폐업을 선언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것. 이들은 외국에서 인체조직을 들여와도 국내 가공업체 대리점 등을 통해 의료기관으로 분배되는 과정에서의 유통비용 등이 많이 들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얘기한다.
인체조직 수입이 줄어든다면 국내 인체조직 수요가 많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 인체조직 일부가 수입하는 인체조직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정형외과 의사는 “원래 수입되는 뼈 등의 인체조직을 수술에 사용했다. 그러나 업체들이 폐업을 하며 인체조직을 공급받을 다른 곳을 알아봐야 했고 국내 인체조직을 공급받아야 했다”면서 “그동안 거의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했는데 확실히 깨끗하게 손질이 돼 만족했다. 그러나 얼마 전 국내 뼈는 워싱이 되지 않아 피가 묻어있고 상태도 좋지 않아 보여 수술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됐지만 차이를 확연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인체조직 관리는 인체조직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의해 관리 및 규제되고 있다. 조직을 채취하고 가공하는 등의 과정에 있어서 준수해야 하는 법령이 있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은 물론 육안으로 보이는 위생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인체조직이 유통되는 과정에는 의료법 위반으로 보이는 대목도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쪽에서 업체들은 의사와 일종의 영업 관계를 갖게 되는데 인체조직을 유통하기 위해 의사의 입맛에 맞추려는 관행이 있다”며 “예를 들어 정형외과 의사가 수술을 할 때 업체 직원이 옆에서 인체조직을 건네고 인대 부위를 꿰매는 등 수술을 돕는다. 이는 의료행위를 하는 것으로 의료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체조직의 상업화를 막고 투명하고 원활한 인체조직 이식을 위한 국가공인기관도 있다. 이는 한국인체조직기증원이다. 기존 인체조직은 채취 이후 영리업체를 거쳐 의료기관으로 분배돼 상품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한국인체조직기증원에서는 심평원에 고시된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의료기관에 직접 분배를 하고 있다. 인체조직의 가격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책정하고 있는데 인체조직의 종류가 워낙 많아 3만 원부터 수십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또 수입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 국내 뇌사추정자와 유가족 등이 인체조직 기증할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었다. 기증원 관계자는 “이식 전에 출처를 모르고 수입되는 뼈와는 달리 코디네이터가 유가족에게 기증 동의를 받은 이후 기증자 병력 검사를 통해 기증적합성을 판정한다. 이식 후에도 기증자가 누구였는지 역추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기증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12월 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가 20세 이상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인체조직기증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2.4%(424명)만이 인체조직기증을 알고 있었다. 장기기증을 알고 있는 응답자가 99.4%(994명)인 것과 대조된다.
인식 제고를 위해서는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기기증의 경우 병원에서 뇌사 추정자를 장기기증원에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기증이 원활하다. 한국인체조직기증원 관계자는 “인체조직기증에도 뇌사추정자 신고제도가 적용돼야 한다”며 이어 “장기와 인체조직을 이원화하는 기존 구조를 일원화하는 구조로 바꿔가야 한다. 장기 따로 인체조직 따로 진행되면 가장 힘든 것은 기증자와 유가족이다. 이식자의 생명을 살리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장기와 인체조직은 같은 인체 유래물이므로 차별 없이 기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