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들엔 잡음·쓰레기 넘쳤다
부산불꽃축제는 시민들의 쓰레기 무단투기로 빈축을 샀다. 부산시는 8년 동안 불꽃축제 현장에서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가을이 되면 지자체마다 다양한 축제를 펼친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불꽃축제가 열린다. 이들 축제는 이미 가을을 넘어 연중 개최되는 어느 행사보다 무게감이 있다. 명실상부한 부산을 대표하는 축제들이다.
여기에다 올해 부산시는 원아시아페스티벌까지 열었다. 지난해보다 콘텐츠가 다양해졌지만 시민들이 느낀 축제의 질감은 예전만 못했다. 영화제에 대한 관심은 예상대로 싸늘했으며 원아시아페스티벌은 시민 대다수가 개최 여부조차 몰랐다. 불꽃축제는 시민의식 부재란 뒷말을 남겼다.
#예견된 싸늘함...‘부산국제영화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정상적으로 열린 것만으로도 다행이란 얘기를 들을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다. <다이빙 벨>로 인해 촉발된 영화제조직위와 부산시와의 갈등이 자칫 영화제를 수장시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특히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 대한 부산시의 고발은 일부 영화인과 단체의 영화제 보이콧을 불렀다. 이런 가운데 예정대로 영화제가 열렸다. 민간 주도의 행사로 정관을 개정하고 김동호 이사장 체제로 조직이 개편된 가운데 레드카펫을 깔았다.
하지만 부분 파행이란 수식어를 달아야만 했다. 개막작 <춘몽>의 배우 중 한 사람인 윤종빈 감독은 감독조합의 지침에 따라 개막식에 불참했다. 또 다른 출연자인 박정범 감독은 기자회견에 나오지 않았다. 서병수 부산시장도 개막식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태풍 ‘차바’를 이유로 들었다.
영화제가 이렇듯 갈등 속에 전개되자 분위기는 싸늘했다. 개막식 외에는 축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특히 구도심 일대에서는 영화제의 흔적을 찾기가 힘들었다. 센텀국제영화제란 비아냥거림 섞인 얘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영화제가 끝나자 또 다른 우려가 나온다. 이대로는 아시아 최고 영화제란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 대한 공판도 진행 중이다. 그는 26일 열린 1심 공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얘기다.
#시민 대다수가 눈 돌린 ‘원아시아페스티벌’
“오늘 거기서 뭐합니까?” 원아시아페스티벌 개막식 취재를 위해 아시아드주경기장으로 가려는 기자에게 건넨 택시기사의 말이었다. 원아시아페스티벌에 대한 무관심은 비단 택시기사뿐만이 아니었다. 아이돌에 열광하는 10대들 외에는 거의 관심을 두질 않았다. 역시나 가장 붐벼야 할 개막식엔 빈자리가 많았다.
원아시아페스티벌은 출발부터가 석연치 않았다. 이미 본보가 단독보도(제1244호)한 대로 의혹과 논란 속에서 출발했다. 의혹은 이 행사가 부산의 지도층을 관통하는 관언유착으로 빚어졌다는 게 골자다.
이에 앞서 원아시아페스티벌은 개최 의도마저 의심받았다.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자 별도의 행사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영화제와 페스티벌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인식은 12일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BIFF 사태를 통해 본 한국 문화사회의 위기’란 주제의 토론회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이날 이승욱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상임이사는 “문화예술계를 향한 자치단체의 원칙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산시 관료들은 관의 재원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정부와 코드를 맞춰야 한다는 사고가 팽배하다”면서 “영화제가 자기들 마음대로 안 되니까 원아시아페스티벌을 관 주도로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아시아페스티벌은 비록 출발이 이렇게 얼룩졌으나 이를 통해 시민들이 위안과 즐거움을 얻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100억 원이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행사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결국 ‘그들만의 리그’로 끝났다. 특히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 비슷한 형태의 행사들이 잇따른 것을 감안하면, 향후 행사를 계속 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따른다.
원아시아드페스티벌 개막식이 열린 아시아드주경기장의 모습. 관람석에 빈자리가 많이 눈에 띈다.
#축제는 평년작, 문제는 시민의식...부산시의 ‘수수방관’도 논란
부산불꽃축제는 유료관람석으로 인한 잡음이 계속됐지만 그나마 축제 자체는 평년작을 유지했다. ‘흥행’이라는 측면에서는 영화제나 원아시아페스티벌보다 비교적 나은 편이었다.
부산시는 부산불꽃축제를 보기위해 모인 인파가 130만여 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부산시 집계에 따르면 광안리해수욕장에 42만 명, 광안리 해변도로에 14만 명, 수변공원에 14만 명 등이 모였다. 대략 70만 명. 시가 밝힌 총 관람인원이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으나 행사는 무난하게 끝났다.
하지만 불꽃축제는 시민의식 부재란 비판을 남겼다. 행사가 끝난 뒤에 남겨진 쓰레기를 두고 나온 말이다. 광안리에서만 20톤의 쓰레기가 나왔다. 이는 여름피서 성수기보다 2배나 많은 양이다.
특히 부산시가 쓰레기투기 방지대책에 대한 의지마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올해를 포함해 지난 8년 동안 불꽃축제 현장에서 쓰레기 무단투기가 적발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시가 아예 단속에 손을 놓은 것이다.
동부산발전연구원 김동기 사무국장은 “막대한 쓰레기는 시의 단속의지와 시민의식이 함께 사라진데 따라 생긴 씁쓸한 일”이라며 “부산불꽃축제가 진정한 시민들의 잔치로 거듭나기 위해선 이에 대한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