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우물쭈물…‘사회적 합의’커녕 갈등만
사업자가 4번 바뀌며 11년재 표류 중인 광주 어등산관광단지 조감도. 사진제공=광주시
[일요신문] 광주의 최대 관광단지 조성 사업인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 사업이 장기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시가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업자에 특혜가 되는 강제조정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시민단체와 ‘조속히 개발사업을 추진하라’는 주민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혹스런 처지에 처한 탓이다. 이에 따라 법원 조정안에 대한 입장 차이는 5개월이 넘도록 한발 짝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11년 동안 표류했던 이 사업이 광주시의 원칙없는 ‘오락가락 행정’에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을 둘러싼 내막을 들여다봤다.
어등산 관광단지사업은 군 포사격장으로 황폐화한 어등산 일원 총 2732㎡에 유원지와 골프장, 경관녹지, 테마파크, 골프장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34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가 소요되는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 사업이 첫 삽을 뜬 것은 지난 2006년 삼능건설에 의해서다. 2005년 실시된 광주시의 민간사업자 공모에서 삼능건설㈜ 컨소시엄은 광산업과 디자인산업을 연계해 빛과 예술이 조화된 세계적인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해 민간사업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3년여 만인 2009년 1월 삼능건설이 워크아웃 판정을 받으면서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사업이 첫 고비를 맞는다.
광주시가 최대 현안사업으로 그려온 서남권 관광거점 청사진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광주시의 입장은 절박했고 박광태 당시 광주시장이 직접 사업자 찾기에 나섰다. 지난 2009년 3월 양도양수 방식으로 개발사업권을 넘겨받은 곳은 금광기업이다. 금광기업 역시 1년여 만인 2010년 4월 28일 법정관리 신청을 하게 된다. 법정관리 신청 하루만인 같은 해 4월 29일 민간사업자는 또 다시 모아종합건설로 바뀌었다.
당시 모아종합건설은 금광기업(32%), 광주관광개발(68%)이 구성한 어등산리조트 법인의 주식 100%와 권한, 책무를 모두 승계하는 조건으로 조성사업을 인수했다. “이번만큼은 계획대로 차질없이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던 광주시의 발표가 무색하게 모아종합건설도 사업 참여의사를 밝힌 지 6개월여 만인 2010년 11월 ‘백기’를 들었다. 모아종합건설은 이미 인수한 금광기업 지분(32%)마저 포기하면서까지 개발사업 포기의사를 밝혔다. 당시 사업을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자본금 300억 원을 먼저 내야 했고 이후로도 3000억 원에 가까운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사업자가 또다시 제3의 사업자로 바뀌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던 당시 사업추진 의사를 밝힌 곳은 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금광기업이었다. 금광이 최대 주주로 참여한 ㈜어등산리조트는 1100억 원을 들여 지난 2012년 9월 골프장을 완공했다. 어등산리조트 측은 골프장 우선 개장을 요구하는 조정신청을 법원에 냈고, 법원의 강제 조정안을 광주시가 수용하면서 ‘특혜’라며 지역의 반발이 일기도 했다.
민선 6기 들어 광주시는 이 개발사업을 원점에서 재논의했다. 어등산 관광단지의 개발을 위한 전담팀(TF)를 통해 새로운 개발방향과 개발방식 모색에 나섰고 타당성조사 용역을 진행하기도 했다. 최대 난제였던 민간 사업자 투자비 반환 문제가 지난 6월 29일 법원의 강제조정으로 사업이 다시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됐으나 또 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사업 시행자인 광주도시공사와 민간사업자인 어등산리조트 간 갈등 요인이던 유원지 개발투자비 반환 소송에 대해 법원은 이날 “도시공사는 어등산리조트에 229억 원을 지급하라”고 강제 조정했다. 이에 따라 갈등은 일단락된 듯했다. 그러나 광주시는 지난 7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민간사업자와의 소송 종결을 앞두고 ‘법원조정안’에 이의를 제기, 원점으로 회귀했다. 이후 광주시는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협의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한 뒤 소송을 마무리하겠다는 복안으로 시민단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어등산 관광단지 시민협의체를 구성, 운영 중이다.
광주시는 법원의 강제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청사 전경.
하지만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 출구 찾기를 모색하던 광주시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사업자에 특혜가 되는 강제조정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시민단체와 ‘조속히 개발사업을 추진하라’는 주민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에 처한 탓이다. 광주시 주관으로 지난 5일 오후 ‘어등산 관광단지 시민협의체’가 열렸으나 법원의 강제조정 수용 여부를 결론짓지 못했다. 광주시는 (주)어등산리조트 측과의 법적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의혹을 해소할 목적으로 시민협의체를 구성, 7월부터 다섯 차례 회의를 진행해 왔다.
시민협의체는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자치21 등 시민단체와 광산구 운수마을 주민 대표, 광주시, 시의회 등 11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회의 전 시민단체 측은 “법원이 제시했던 229억 원 강제조정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며 이에 대한 광주시와 광주도시공사 측 입장을 요구했다.
반면, 사업지 주변 운수마을 주민들은 광주시에 ‘조속한 개발 추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운수마을 주민들은 5일 시민협의체 회의가 열리기 전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관광단지 사업 부지가 11년 이상 민둥산으로 무단 방치되면서 부동산 가격 하락과 주거환경 악화로 인해 주민 재산권과 생존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며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조속히 이행하고 주민 피해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또 “오락가락 운영하는 광주시정을 규탄한다”며 “광주시장은 과감한 결정으로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및 시민협의체를 규탄한다”며 “즉각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초 이날 시민협의체 회의는 광주시, 광주도시공사가 법원 강제조정에 대한 입장을 제시하면 최종적으로 의견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시가 뚜렷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진도를 빼지 못했다. 광주시는 도시공사와 수시로 접촉해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늦어도 올 연말까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법원 조정안을 마무리하고 새 사업자를 내년 상반기 중 공모할 계획이다. 하지만, 법원조정에 반대했던 시민단체가 협의체의 핵심 구성원인 만큼 시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소송이 길어지면 새 사업자를 선정해 사업을 추진하려는 시의 계획도 그만큼 멀어지고 10년 넘게 끌어왔던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한 발짝도 못 나갈 우려가 크다.
이는 시가 또 다른 ‘걸림돌’이 생길 경우 또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도시철도 2호선의 경우도 사업 원점 재검토에서 사업 추진, 건설방식 변경 등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등 장기간 표류해온 선례가 있다는 점에서 어등산관광단지 개발사업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정현 광주시의원은 “그동안 광주시의 어등산관광단지 조성 개발사업 추진현황을 보면 행정의 일관성을 찾아볼 수 없다”면서 “민간위원회를 운영해놓고도 또 다시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생기면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