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편 우리 편” 예전엔 몰랐어
▲ 정몽준 의원이 이명박 후보 지지선언과 함께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이러한 정 의원의 행보에 대해 정재계에서는 ‘특사론’이다 ‘대망론’이다 의견이 분분하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정몽준 의원이 이 후보 지지와 함께 한나라당 입당을 전격 결행한 것에 대해 정·관·재계에서 구구한 해석이 나돌고 있다. 정 의원이 한때 대통령 후보였던 인물로서 그의 결정은 상당한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것이 ‘특사론’이다.
그동안 이명박 후보와 현대가는 상당히 소원한 관계였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2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이 후보가 경쟁자인 김영삼 후보 캠프로 가면서 정 명예회장을 배신해 서로 등을 지게 됐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후 현대가에서는 이 후보가 양자처럼 총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은혜를 모른다고 공격하는 등 양측은 불편한 사이였다.
그러던 차에 정 명예회장의 부인이자 정 의원의 어머니인 변중석 여사가 별세하자 이 후보는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하는 등 화해의 손짓을 보냈고, 그날 이후 현대가에서 현실을 인정하고 손을 잡기로 했다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양측의 역학관계가 엄청나게 바뀌었기 때문. 이미 이 후보는 지지율 40% 안팎을 꾸준히 유지하며 당선 가능성이 다른 어느 후보보다 높은 상황이다. 현대가에서는 이러한 이 후보와 계속 갈등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화해무드를 조성하기 위해 정 의원을 이명박 후보 측에 ‘특사’로 보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을 것으로 재계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정 회장은 참여정부에서 비록 집행유예를 받긴 했지만 지난해 61일간 구속 수감의 곤욕을 치렀다. 따라서 정 회장은 정권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고 당선이 유력한 이 후보와 확실한 ‘커넥션’을 만들어 놓겠다는 복안이라는 것. 그 매개체, 즉 특사가 바로 정 의원이라는 얘기다. 정 의원은 어렸을 때부터 큰형인 정 회장을 어려워해 정 회장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하나가 ‘대망론’이다. 이는 정 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해 박근혜 전 대표와 당권경쟁을 벌여 승리한 뒤 ‘차차기’ 대통령을 노린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 약속 파기 이후 참여정부 아래서 알게 모르게 견제를 받아왔다.
그가 오너인 현대중공업그룹도 숨죽이며 행여나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현대건설의 주인 찾기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을 때 대북사업을 하면서 참여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맺은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참여정부가 현대건설 인수에서 현대중공업을 배제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런 것을 너무나 잘 아는 정 의원은 참여정부 내내 항상 낮은 자세로 행동해왔다. 정치나 경제 분야에서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고 간간이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런데 이제 정권교체가 확실해진 상황에서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다시 대권 도전에 욕심을 내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선친 정주영 명예회장의 꿈이기도 하다. 그 꿈을 2002년에 이루지 못했지만 2007년 대선을 전환점으로 해서 2012년에는 이뤄보겠다는 것. 실제로 한나라당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게된 정 의원은 벌써부터 초등학교 동창인 박근혜 전 대표와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앞서 그 디딤돌로 삼기 위해 2012년 FIFA 회장에 도전해 2002년 한일월드컵 때처럼 붐을 일으키려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정 의원의 속내는 어떤 것일까. 그 해답은 1~2년의 시간이 지나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듯하다.
황선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