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은 칼 겨누고 중국은 경제 보복 시동…탄핵정국 주시하며 최종 결정 미뤄
2016년 9월 26일 서울 용산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예정된 국방부 국감이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열리지 못하는 가운데 국방부 앞에서는 사대 배치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임준선 기자
앞서 국방부는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예정지로 성주를 낙점하고, 같은 해 11월 남양주 군용지와 롯데 소유 성주 골프장에 대한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단순 면적으로는 성주 골프장(148만㎡)이 남양주 군용지(20만㎡)보다 7배가량 넓지만 공시지가로 따지면 군용지(약 1400억 원)가 골프장(약 450억 원)보다 3배 이상 비싼 것으로 전해진다. 군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군용지의 경우 입지 조건 등을 따져봤을 때 개발 이익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며 “또 국방부의 사드 추진 의지가 강력한 만큼 맞교환은 기정사실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17년 내 사드 포대 배치를 희망하고 있는 국방부는 지난 1월 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역시 오는 6월을 사실상의 ‘마감 시한’으로 정하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군은 이르면 다음 주 성주 부지 및 남양주 군용지에 대한 감정평가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선 롯데가 당장은 국방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롯데 사정에 밝은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임원들 간에도 사드와 관련해서 다양한 의견이 있고, 통일된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당시 마지못해 정부 결정을 따라간 측면이 있고, 일각에선 남양주 부지의 가치를 높게 보고 특혜 의혹 등을 제기하지만 롯데 정도 되는 기업이 뭐가 아쉬워서 문제가 있는 땅(남양주 부지)을 사겠나. 야권과 종교·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센 것도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방부는 성주 부지를 700억 원으로, 남양주 부지는 1200억 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공시지가 대비 롯데에 유리한 조건이다. 만약 실제 부지 교환이 이뤄지면 또 다시 롯데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 사진 박은숙 기자.
지난 1월 4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7명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한반도 내 사드 배치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소위 ‘한한령’(限韓令·한류억제정책)을 간접 시인하며, 사드 배치 시기를 늦춰줄 것을 요구했다. 한한령의 직격탄을 받은 기업은 롯데다. 롯데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중국 내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으로 롯데백화점 현지 영업장의 소방·위생 점검을 받는 등 ‘경제적 보복’을 당했다.
또 중국 정부는 한국행 전세기 운항을 불허해 면세점에 유입될 단체 관광객 출국을 막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재개장한 잠실월드타워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을 일컫는 ‘유커(遊客)’가 찾지 않으면 사실상 정상화가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경우 롯데가 핵심 과제로 삼은 호텔롯데 상장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앞의 대기업 관계자는 “중국 내 브랜드 이미지 하락, 매출 타격 등이 점차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부지 맞교환으로 롯데가 치를 부가적인 비용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표면적으로 롯데는 지난해 12월 성주 골프장의 영업을 종료하고, 사드 부지 교환을 위한 실무 준비를 끝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토지 감정평가 결과 및 교환과 관련한 최종 승인이 이뤄질 이사회를 이달 중순으로 늦추면서 시간을 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등 정치권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섣부른 결정은 오히려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실무진 협의는 다 끝났는데 (롯데가)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지난해 12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 “롯데는 어느 나라 기업이냐?” 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등 일부 시민단체는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이 뇌물”이라고 주장하며 특검의 면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현재 면세점 로비 의혹과 검찰 수사 무마를 위한 70억 원대 후원 의혹을 함께 받고 있다. 이미 특검은 신 회장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삼성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롯데와 관련한 의혹들을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진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덜컥 사드에 협조했다가 여론의 화살을 맞으면 특검의 수사 강도가 더 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방부는 성주 부지를 700억 원으로, 남양주 부지는 1200억 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공시지가 대비 롯데에 유리한 조건이다. 만약 실제 부지 교환이 이뤄지면 또 다시 롯데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 롯데 측은 부지 교환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롯데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과 별개로 사드 배치는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군 간부 출신인 국회 국방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한 번 결정된 안보정책은 철회하기 쉽지 않다”며 “만약 사드를 포기하면 한·미 군사동맹에 심각한 타격이 갈 뿐 아니라 또 다른 안보비용이 발생한다. 현재로서 최선은 사드 배치를 다음 정권이 미·중 양국과 협상할 수 있도록 최대한 연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롯데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사드 배치의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중국발 ‘경제 보복’과 특검 수사 등으로 딜레마에 놓인 롯데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